봄바람에 흩날린 꽃잎, '꽃보라'가 전하는 위로

  • 등록 2026.04.06 12: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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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고 부르면 봄이 더 가까워집니다
[오늘의 토박이말]꽃보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나라에 거의 같은 때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길가에도, 냇가에도, 한뜰(공원)에도 꽃이 가득했고, 많은 사람들이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걷는 사람들, 동무와 사진을 찍는 사람들,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어버이들까지 저마다의 모습으로 봄을 만났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흩날리자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요즘 여러 기별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벚꽃길을 걷는 사람들, 짧은 봄을 놓치지 않으려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도시락을 들고 나왔고, 누군가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으며, 또 누군가는 조용히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봄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꽃을 바라보는 시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 위로 꽃잎이 흩날리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와, 예쁘다” 하고 감탄합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바로 '꽃보라'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꽃보라'를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이라고 풀이합니다. "꽃보라가 날리다."라는 보기처럼, 꽃보라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눈처럼 퍼지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같은 짜임으로 된 말이 여럿 있습니다. 눈이 바람에 흩날리면 '눈보라'라고 하고, 비가 세차게 흩날리면 '비보라'라고 하며, 물이 세게 튀어 오르면 '물보라'라고 합니다.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면 '꽃보라'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꽃보라는 봄의 모습을 담은 참 고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꽃보라라는 말을 모르면 꽃잎이 날려도 그저 “꽃이 많이 떨어진다”라고만 말하게 됩니다. 말이 없으면 느낌도 오래 남기 어렵습니다. 이름을 알고 부르면 풍경이 더 또렷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꽃보라가 날린다”라고 말하는 순간, 봄은 조금 더 가까워지고 따뜻해집니다.

 

그래서 토박이말을 아는 일은 어려운 공부가 아니라 세상을 더 잘 보고 더 따뜻하게 느끼는 일입니다. 아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어른들도 나날살이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이런 토박이말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봄은 늘 짧습니다. 꽃은 며칠 피었다가 금세 떨어지고, 꽃잎은 바람에 흩날리며 사라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서둘러 꽃을 보러 나갑니다. 오늘이 지나면 꽃이 질까 봐 식구들과 함께 길을 걷고, 동무와 사진을 찍고, 아이들 손을 잡고 봄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꽃은 떨어져도 봄의 기억은 남습니다. 꽃보라를 보며 웃었던 시간, 함께 걸었던 길, 따뜻한 햇살 아래 나누었던 이야기는 오래 마음속에 남아 우리를 힘나게 합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 바람에 흩날리는 꽃보라를 보았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꽃보라가 참 곱다.” 그 한마디가 봄을 더 깊이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올봄 언제 어디서 어떤 꽃보라를 만나셨나요?

 

[오늘의 토박이말]

▶ 꽃보라

    뜻: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

    보기: 봄바람이 불자 벚꽃 꽃보라가 길 위에 가득 흩날렸다.

 

[한 줄 생각]

'꽃보라'라는 말 하나가 봄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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