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뒤덮은 누런 흙비, 당신의 맑은 '숨' 응원합니다

  • 등록 2026.04.21 11: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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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세상 속에서도 당신의 진심은 흐려지지 않기를
[오늘의 토박이말]흙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동그란 창 너머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은은한 찻잔의 온기가 배어나는 방 안과는 대조적으로, 창밖은 온통 누런빛에 갇혀 있네요. 밭을 일구는 농부의 굽은 등 위로 쏟아지는 햇살조차 흙먼지에 가려 힘겨워 보이고, 멀리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도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창가에 놓인 작은 꽃 한 송이가 맑은 공기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는 이 정막한 풍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답답한 마음을 닮은 듯해 자꾸만 눈길이 머뭅니다.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흙비'

올봄 들어 가장 강한 황사가 우리나라를 덮칠 것이라는 기별에 몸도 마음도 걱정인 분들이 많으시죠? 자잘먼지(미세먼지)까지 겹쳐 호흡기 건강마저 위협받는 이 막막한 상황을, 우리 토박이말로는 '흙비'라고 부릅니다.

 

'흙비'는 한자어 '황사'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아픈 느낌을 줍니다. 흙먼지가 단순히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비처럼 하늘에서 쏟아지듯 내려와 온 세상을 누렇게 덮어버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옛 기록인 《영조실록》을 뒤친(번역한) 책에도 "하늘이 캄캄하게 흙비가 내렸는데 마치 티끌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림 속 풍경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흙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는 듯한 생생한 시선이 배어 있는 말이지요. '황사'가 건조한 기상 용어라면, '흙비'는 그 먼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내일을 기다리는 우리네 삶이 담긴 말입니다.

 

보이지 않던 숨의 무게를 기억해요

세상이 온통 잿빛과 누런빛으로 변해버리면 의욕도 꺾이고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흙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맑은 공기와 '숨'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이었는지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림 속 찻잔 앞에 앉아 있듯, 오늘만큼은 잠시 실외 활동을 멈추고 스스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창밖의 흙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남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지쳤던 나 자신에게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참 고생 많았다"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주세요. 흙비가 그치고 나면 대지는 더욱 단단해지고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러지듯, 이 답답한 시간을 견뎌낸 당신의 마음도 더욱 맑고 투명해질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그림 속 차분한 방 안에서 창밖을 보듯, 세상이 흙비로 가득할 때 당신의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주는 '나만의 작은 의식'은 무엇인가요?

 

[한 줄 생각]

"보이지 않던 공기가 흙비로 내려올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곁에 있는 숨의 소중함을 다시 느낍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흙비

    뜻:   1. 바람에 날려 올라갔던 모래흙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

           2. 황사가 대기 속의 습기를 만나 실제로 섞여 내리는 비.

   보기: 1.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마른 티끌이 쏟아지는 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2. 흙비가 지나간 자리마다 누런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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