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푸른 제주 바다를 곁에 두고 시원하게 뻗은 길 위로 하얀 전기차가 매끄럽게 달리고 있습니다. 차창을 내리고 눈을 감은 채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청년의 표정에서 말로 다 못 할 평온함이 느껴지네요. 화면 오른쪽, 거센 파도에 씻겨 내려가는 누런 흙먼지는 우리가 지난날 겪었던 '흙비'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성껏 가꾸어 온 친환경 정책이 저 탁한 기운을 밀어내고 눈부시게 푸른 숨결을 되찾아준 풍경, 그 상쾌한 변화에 딱 맞는 우리말을 소개합니다.
상태가 달라지고 깨끗이 씻기는 가시다
전기차 보급 1위인 제주의 공기가 10년 전보다 43%나 깨끗해져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흙비가 내리던 날의 막막함이 어느새 희망의 흐름으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이처럼 흐리거나 탁하던 것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우리는 '가시다'라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가시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가시다'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첫째는 '어떤 상태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다'입니다. 감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처럼 남아있던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말하지요. 둘째는 '물 따위로 깨끗이 씻다'입니다. 소금물로 입을 가시듯 탁한 것을 씻어내는 행위입니다. 제주의 맑아진 공기는 단순히 수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자잘먼지(미세먼지)'의 탁함이라는 상태가 달라지고(1), 꾸준한 환경 정책이라는 '물'로 그 먼지를 깨끗이 씻어낸(2)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의 그늘도 환하게 가시기를
우리는 흔히 입안을 씻어내는 것을 '입가심', 배고픔을 면하는 것을 '볼가심'이라 부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가심'을 '깨끗하지 않은 것을 물 따위로 씻는 일'이라는 뜻으로만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맑아진 공기를 보며 이 낱말의 뜻을 조금 더 넓게 품어보고 싶어집니다. 씻어내는 행위를 넘어, 우리 삶에 머물던 불안이나 고단함 같은 어떤 상태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는 일까지 모두 '가심'이라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흙비가 내릴 때는 영영 하늘이 밝아지지 않을 것 같아 시달리기도 하지만, 끝내 정성이 쌓이면 그 탁함은 반드시 가시게 마련입니다. 지금 혹시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걱정이 가득하신가요? 제주의 공기가 10년에 걸쳐 맑아졌듯, 여러분을 괴롭히던 마음의 안개도 조금씩 가셔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던 탁함이 가시고 난 뒤 마주할 그 가볍고 산뜻한 숨을 기다리며, 오늘도 맑은 마음으로 하루를 가시어(씻어) 내시길 바랍니다.
[마음 나누기]
그림 속 청년처럼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요즘 당신의 마음속에서 기분 좋게 가시고(사라지고) 있는 걱정이나 불안은 무엇인가요? 맑아진 공기만큼이나 산뜻해진 당신의 기분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주세요.
[한 줄 생각]
"보이지 않던 탁함이 가실 때, 우리의 숨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가시다
뜻: 1. 어떤 상태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다.
2. 물 따위로 깨끗이 씻다.
보기: 제주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공기의 탁함이 환하게 가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