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슬슬 중반이 넘어 월말로 접어드는 이때쯤 일본에서는 신년맞이 각종 집안 장식품들을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장식품이라고는 했지만 크리스마스 장식품 같은 것은 아니고 달리 말하면 부적에 가까운 것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한국에서는 요즈음 ‘부적’이라고 하면 악귀를 쫓으려고 몸에 지니거나 집안에 붙여두는 것쯤으로 알지만 일본의 신년 맞이용 장식품들은 거의 악귀를 쫓거나 신령을 맞이하고 복을 빌기 위한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카도마츠(門松)”이다. 카도마츠란 ‘문송(門松)’이라는 한자에서 보듯이 대문 앞에 세워두는 소나무 가지를 말한다. 예전에는 나뭇가지 끝(木の梢, 고즈에)에 신(神)이 머무른다고 믿었기에, 문 앞에 소나무가지를 세워두는 것은 바로 신을 맞이한다는 뜻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정초 집 앞에 소나무가지를 세워두는 일을 아주 소중히 여겼는데 정초에 신을 맞이하지 않으면 그 한해는 불행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신을 맞이하는 매개체로 쓰이는 것은 소나무 가지 말고도 사카키나 동백 같은 상록수가 쓰이지만 지금은 거의 소나무만 쓴다. 헤이안시대(794-1185) 말기부터 카도마츠는 정월에 없어서는 안 될 풍속으로 자리 잡았는데 가마쿠라(1185-1333)시대부터 대나무도 함께 장식물로 쓰이기 시작했다.
카도마츠와 더불어 “시메카자리(注連飾り)”도 정초에 빼놓을 수 없는 부적이다. 카도마츠는 대문 앞에 세워두는 것이지만 시메카자리는 우리네 복조리 달듯이 대문에 달아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들은 대개 12월 30일 이전에 장식을 마쳐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다가 31일 날 장식을 하면 “이치야카자리(一夜飾り)”라고 해서 정성이 부족하여 들어올 복이 적게 들어온다고 믿었기에 보통 12월 30일 이전에 장식을 마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신을 부르는 장식품들은 연말에 장식해서 연초인 1월 6일 저녁에 모두 치워야 한다. 이세(伊勢) 지방 같은 곳은 시메카자리를 일 년 열두 달 장식해두는 집도 있지만 보통은 1월 7일 곧 나나쿠사(七草) 이전에 치운다. 카도마츠와 시메카자리말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장식물은 “카가미모치(鏡餠)”이다. 말 그대로 “거울떡”인데 예전 거울은 청동으로 된 둥근 모습으로 천황가 삼종의 신기(神器)였다. 따라서 예전에는 둥근 청동 거울만 한 떡을 만들어 신에게 바쳤겠지만 오늘날 카가미모치는 찹쌀떡 두 개를 눈사람처럼 포개 놓은 모습이다.
일본은 명치정부(1868-1912)의 “서양 따라 배우기(追いつき追い越せ)” 구호 아래서 많은 전통 풍습이 사라졌지만 신을 부르는 카도마츠나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시메카자리, 카가미모치 따위의 풍습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어 연말과 연시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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