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의 “고향 아줌마“

2013.08.03 11:18:03

추억의 음악여행 6

[그린경제=김호심 기자] 

술잔을 들다말고 우는 사람아
두고 온 님생각에 눈물을 뿌리며
망향가 불러주는 고향 아줌마
동동주 술타령에 밤이 섧구나
밤이 섧구나 

들어찬 목로주점 나그네 마다
넉두리 하소연에 푸념도 많아
내고향 사투리에 고향 아줌마
나그네 인생길에 불빛만 섧다
불빛만 섧다...." 

(1) 

1962년 혁명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달성해 나가던 60년대 초! 모두들 잘 살고 싶어 했으나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82달러의 한국이었다. 쌀이 모자라 관에서는 분식을 장려했고 보리쌀을 섞지 않은 도시락을 학교에서 가려내고 있었다. 맨발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등교하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농촌의 사정은 도시보다 더욱 어려웠다. 보릿고개 5월이 오면 쑥을 캐먹는 아낙들이 동네 산야의 쑥을 다 채취한 뒤 먼 고장으로 이동까지 하면서 쑥을 찾아 다녔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쑥총이라고 말했고, 그들이 탄 기차는 저절로 쑥차로 불렸다. 또한 어촌에서는 멸치로 배를 채우는 멸치 고개이기도 했다. 

1960년 당시 우리나라 인구 중 65%가 농촌에 살았다. 조그만 농가에 자식은 보통 78명이나 되다보니, 식량사정은 더욱 어려워져, 자식들은 마침내 공장으로 일하러 가기로 결심을 한다.  

돈을 벌어 집을 돕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자기가 먹을 양식만이라도 절약해야 하는 절박한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또한 60년대 공업화와 근대화의 물결은 많은 농촌의 젊은이들을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게 하였던 시절이었다.  

젊은이들은 청운의 꿈을 안고 동네 또래 몇 명과 함께 고향을 떠나 도시의 공장에 취직을 한다. 당시 공장에는 기숙사도 없었다. 이들은 조그마한 사글세방 하나를 얻어 자취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이니 달리 기술이 있을 리 없었다.  

생전 처음 공장일을 해보았다. 전기로 돌아가는 요란한 기계 소리를 들으며 어설펐지만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을 배웠다. 당시는 일주일에 꼬박 6일을 일해야 할 때이니 월 25일을 일했다. 야간작업도 서슴지 않았다. 하루 1415시간 고된 일을 해야 했고, 쉬는 날은 한 달을 통틀어 이틀뿐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은 물론이요, 점심 저녁을 회사급식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했다. 그리고 절약하고 또 절약해서 부모님께 송금을 했다. 그리고 약간의 저축도 해 한가위 때는 선물을 사들고 그리운 고향으로 갔다. 열심히 일해, 차차 기술을 익혀 1970년이 되면서 일류 기능공이 됐다. 

당시 <잘살아보세>란 노래가 귀에 익숙해지면서 뭔가 크게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차피 미래에 사는 법, 지쳐 누워 던 민족의 거대한 희망으로 날개를 푸득거리며 날아보려 꿈틀대던 때였다. 

(2) 

   
▲ "고향 아줌마"가 수록된 김상진의 제1집 음반

이즘에 대중가요계는 이런 노랫말들이 등장한다.<고향 아줌마>,<고향이 좋아>, <이정표 없는 거리>,, 당시 젊은이들은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그리워지는 것은 고향뿐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사무친 향수에 잠겨서 살아가던 때였다.  

요즘 신세대들은 이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으며, 살아 왔던가에 대한 절실한 체험이 없겠지만 이 노래를 불렀던 중장년층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술잔을 들다말고 우는 사람아
두고 온 님생각에 눈물을 뿌리며
망향가 불러주는 고향 아줌마
동동주 술타령에 밤이 섧구나
밤이 섧구나..." 

당시 어느 뒷골목 선술집에서는 넋두리와 하소연의 한숨이 이 노래와 함께 수놓아 졌다. 장단을 맞추어 가며 때로는 서로 부둥켜안고 이 노래를 합창했다. 이 노래야말로 한국 현대사에 또 다른 서글픈 노랫가락이었다. 그리고 '고향 아줌마'는 철저하게 산업화로 인한 실향을 노래하고 있는 망향가이다.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사는 고향의 풀 한 포기, 어머니의 머리 기름 냄새, 그리고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이 당면했던 가장 가난한 시절에 서민들의 아픔과 넋두리를 노래로써 표현한 <고향 아줌마>는 우리 가요 사에서 영원히 남을만한 노랫말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아울러 <고향 아줌마>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 공업화 위주로 재편되던 전환기 사회의 내면을 현실적 서정으로 포착한 수작으로, 우리 민족의 병적인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 김호심 : 대성음반 문예부에서 근무했으며 가요114 PD로 활동하며 추억과 함께하는 가요와 팝송을 많이 소개하였다. 현재는 인간문화재 이생강 선생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으며 국악음반을 기획하고 있다.


 

김호심 기자 hosim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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