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거문고 속에 소리 있다면
갑 속에서는 왜 울리지 않나
그 소리 손끝에 있다면
그대 손끝에서 왜 들리지 않지
봉래산에서 도 물을 때도 도는 둘이 아니었고
묘향산에서 다시 맞았어도 역시 이 마음뿐이지
해 저물어 문밖에서 전송할 때도 온산의 소나무
회나무는 제 바람에 제 거문고 소리로군
속세 멀리한 사립문 온 산을 안고
사람 없는 숲 길 눈빛만 깊다
유정은 그래도 하늘에 있어
밤사이 밝은 달 창을 엿보네
이는 편양당(鞭羊堂, 1581~1644)의 시다. 서산대사의 제자인 사명당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명당과 쌍벽을 이루는 편양당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편양당의 시는 《편양집》에 실려 있는데 이 책은 제자 설청(說淸) 등이 스승의 글을 3년에 걸쳐 모아 1647년(인조 25) 백운암(白雲庵)에서 판각(板刻)하였으며, 용복사(龍腹寺)에 보관했던 간본(刊本)이 현존하고 있다.
모두 90수의 한시가 수록되어 있는《편양집》을 통해 승속을 넘나든 편양당의 폭 넓은 인생관과 이해득실을 초월한 철두철미한 선사(禪師)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시문에 나타나 있는 ‘초월’은 단순한 도피나 은둔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자각하여 어느 곳에서도 동요하거나 흔들림이 없는 진정한 초월적 삶을 산 편양당의 삶의 실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