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속을 벗어나 당대 뛰어난 선비들과 교유한 '운곡 선사'

2017.07.11 12:04:08

선사들의 시 감상 7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산이 맑은 시냇물에 잠기니

위 아래로 붉은 단풍 숲

중을 불러 반석에 앉으니

이것이 그림 속이 아닐까

 

태수는 일 없으신 몸

산인도 마음이 비었소

서로 이끌어 시내 위에 앉으니

서풍에 지는 누른 단풍잎

 

이는 운곡 선사(雲谷 禪師)의 시다. 운곡 선사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대의 이름난 문인들과 교유하며 지은 시가 운곡집에 전한다. 지봉유설을 지은 이수광(1563 ~ 1628)을 비롯하여, 동악 이안눌(15711637), 계곡 장유(15871638) 등 조선 중기의 쟁쟁한 문장가들과 주고받은 시를 통해 운곡 선사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운곡집에는 170여 수가 전하는데 특히 이안눌과 주고 받은 시가 30수나 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태수는 원래 도를 좋아했고

스님은 특별히 시를 하죠

풍진 세속에는 길을 달리했지만

운수의 자연에는 똑 같은 마음

옛 고을에서 맞이하겠다 하여

봄 성을 지나다 들렸구료

지금 이 허락한 교분

늙어도 끝내 변함없겠지요.

 

여기서 태수는 이안눌 선생이다. 서로가 걸어가는 길은 다르지만 자연에 노니는 마음은 똑 같은 마음이라는 데서 운곡 선사의 승속에 대한 관념을 이해 할 수 있다. 이러한 운곡 선사의 시에 이안눌 선생은 차운한다.

 

아지랑이 싸늘한 산 적셔 푸르고

안개는 저녁노을에 비쳐 붉도다

뜻 없이 울리는 돌 시냇물 울림

자그마한 시구 속으로 함께 숨네

 

이에 운곡 선사가 다시 화답한다.

 

원님 수레 취미봉 오른단 말 듣고

지팡이만 끌고서 석양길에 내려왔소

만나자 가을 산을 마주한 대화에

시원히 흐르는 물 푸르름으로 물들이네

 

그러나 이안눌이 이(李适)의 난을 방관했다는 죄로 귀양을 가자 운곡 선사는 이안눌을 그리는 다음과 같이 썼다.

 

떠나신 뒤 몇 차례 기러기 오감을 보았으니

집 생각에 원숭이 울음 어찌 견디겠소

곧 임금께서 금란전에 드신다니

특사의 부르심 분명이 바닷가 이르리다

 

승속을 초월하여 평생을 벗하던 이안눌이 귀양을 가자 안타까운 마음에 쓴 시다. 운곡 선사는 임금이 곧 이안눌을 부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시를 지어 보내어 시우(詩友)를 그리워하고 있다. 운곡 선사는 당대 내로라하는 선비들과 교유를 통해 불도(佛道)의 길을 걸었던 시문에 뛰어났던 승려이다.

 

 

 

 

 

 

전수희 기자 rhsls6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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