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이란 허망한 바다 속에 허우적 거린 세월 "풍계대사"

2017.07.31 10:46:01

선사들의 시 감상 15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눈 속에 핀 매화와 먹물 속의 매화

채색의 예쁨이나 자연의 향기 차이 있지만

진짜다 거짓이다 말하지 마소

모두 봄빛을 가져다 시인에게 준 것을.

       

소상강 댓바람 섞여 취봉에 자라더니

부채로 다듬어져 번잡한 가슴 씻기네

이 다음 여름날 선탑을 찾으시면

오늘의 이 사랑스런 베품 기억하지요.

 

이는 풍계대사(楓溪大師,1640~1708)가 속가의 선비들과 주고 받은 노래다. 대사는 고관대작의 자제로 11살에 청평사에서 출가하였다. 그 뒤 13살에 금강산으로 가 풍담대사를 스승으로 10여년 수행하였다. 풍담대사가 입적한 뒤에는 용문산과, 오대산으로 가 청봉대사 밑에서 6년의 정진을 이어가는 등 명산을 두루 찾아 선각들에게 배움을 청했다.



유람총집은 이 때 쓴 것이다. 세수 68, 범랍 57살로 입적하면서 허망한 바다 뜨락 잠기락 몇 봄을 지내며 명망에 사로잡혀 허수아비 희롱한 사람 되었다는 게송을 남기고 합장하고 조용히 입적하였다.

 

젊은 시절 지팡이 신령스런 매체로서

동쪽나라 삼산을 대략 돌았네

꿈속의 산천은 비단처럼 분장하고

눈에 선한 하늘 구름 유리처럼 깨끗하다

신선골에 학의 장수 인정으로 그리는 것이고

양의 창자인양 세상길은 슬픔으로 보여

자장(子長)이 명승지 찾은 멋 부러움 없다

자연의 모든 풍경 배 속에 쌓인 것을.

 

이는 풍계대사의 문집인 풍계집속에 있는 <유완록>에 있는 서문으로 자신의 출가 당시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아래 시 역시 <유완록>에 나오는 출가와 관련된 내용이다.

 

젊은 나이 사방 명산 두루 노닐고

푸른 바다 사이 신선의 섬 버텨 있기도

나무들 향내음에 상쾌해진 영감

바위들 백조의 빛깔이라 달라지는 형태

연화봉에 달이 돋아 아득히 맑은 빛

봄 돌아온 백옥동에 색동옷이 곱다

석실로 돌아오자 이내 찾아드는 졸음

지난날 자연경관 모두 꿈속에 돌아오다

 

   풍계대사는 명승지에 관한 시 30, 설악산 20, 금강산 20 수 등 연작시가 많다. 뿐만아니라 관동팔경과 같이 <관동록>에 연작시가 많이 남아 있다. 다음은 관동록에 나오는 시다.

 

맑고 맑은 경포호수 몇사람 노닐었나

담담한 물결 쉬임없이 흐르네

난초 물가 단풍 언덕 멀리 나뉘고

고기잡이 갈꽃 물가 가까이 대었네

아지랑이 걷힌 산 참 모습 드러내고

물결 멈춘 바다 수려한 기운이 돋네

세상 밖 아름다운 자연 흥취 깃드는데

꿈 속의 명예 이욕 무얼 찾으랴.

 




전수희 기자 rhsls6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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