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자네 아래는 감찰(監察)이 있지 않은가. 정 6품의.”
“그들과 지평, 정 4품의 장령(掌令) 등은 전부가 비슷한 처지이옵니다.”
강두명은 미꾸라지 마냥 요리조리 노련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서애 유성룡은 강두명의 요사한 행위에 더 이상 현혹당하기가 싫었다.
“그만 돌아가 주게. 장형을 당한 상처 부위가 아직도 쑤셔서 쑥뜸을 좀 피워야 하겠으니까.”
강두명은 약간 말투를 바꾸었다.
“대감은 쑥으로 뜸을 뜨면서 요상을 하고 계시지만 명나라 사신 사헌 병부주사는 행방을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역시 그것이었구나.’
유성룡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정면으로 그 이야기를 듣게 되자 입장이 거북하였다. 사헌의 실종에 대해서 유성룡은 직접적 관여는 없었으나 간접적으로는 관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세상이 영상을 의심하고 있으나 소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헌의 실종에 이 사람이 관여 됐다고?”
“그렇습니다. 대감이, 조선의 영상이 명나라 사신에게 장형을 당하였으니 이 무슨 해괴한 사단이란 말입니까? 그 명나라 사신이 사라진 것은 그 직후 발생한 것이니 의당 대감에게 혐의를 둘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자네는 날 의심하지 않는다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상께서는 자진하여 장형을 당하셨거늘...... 명나라 사신에게 원한을 가지실 일이 아니지요.”
유성룡은 뒷덜미에 냉수 한 동이를 뒤집어 쓴 것처럼 전율을 일으켰다. 내가 자진하여 장형을 당하였다니! 누가 그런 요망한 소리를 뱉어낸단 말인가?
“그런 망언을 누가 지껄인 것인가?”
강두명의 입가에 비장한 냉기가 머물렀다.
“소생의 판단이옵니다. 아니옵니까? 틀린 것이옵니까?”
서애 유성룡의 눈에서 형형한 광채가 뿜어지는 것만 같았다.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망측한 추측을 하는가?”
“소생은 명나라 사신 사헌의 실종 사건을 처음부터 면밀하게 하나하나 분석하던 중 대감의 행적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이상한 점이라니?”
“명나라 사신 사헌이 어전에서 명나라 황제의 칙서를 전달하며 오만방자 했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영상께서는 언제나 지혜롭게 그들의 무례를 감당하셨거늘......그때는 그리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역정을 내셨소이다.”
“내 인내에 한계가 왔던 것이었네.”
강두명은 야비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요?”
“영상께서는 사헌의 분노를 조장하신 것이지요.”
‘이 놈 봐라? 선조의 주구 노릇을 하는 놈은 과연 어디가 달라도 다르구나. 아주 잔대가리가 무서운 놈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