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1. 당집
이태원 부군당에 속해 있는 구조물들은 당집을 중심으로 전각 앞마당에 서 있는 당나무, 전각 정문 앞의 비석, 하주청, 당지기 집, 서낭당 등으로 꾸며져 있다. 구조물들이 곳곳에 넉넉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부군당 터가 다른 지역보다 넓기 때문이다. 부군당에서 가장 핵심적 구조물은 당집이다. 당집을 들어서는 정문은 솟을대문이며 이 대문을 들어서기 위해서는 5계단으로 쌓아 올린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당집 전각 정면 중앙 처마 윗부분에 ‘府君廟(부군묘)’라고 가로로 새긴 나무 현판을 걸어 두었다.
단층으로 지어진 당집 전각 건축물 평수는 약 20평 이내의 규모이며 목재와 시멘트 콘크리트를 혼합하여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하고 장엄한 건축물이다. 당집 전각은 부군당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본채로써 건축물로서 전각 내부에 부군할아버지 및 부군할머니를 비롯하여 모두 열두 분의 신격을 오색의 그림으로 그려 모셔놓고 있다. 당집 전각 건축물 사방에는 높다란 벽돌 담장이 둘러쳐 놓았다. 전각 앞마당은 대략 약 30여 평의 면적이며 바닥이 시멘트로 덮여 있다.
당집 전각 안에는 신령님들을 그림으로 그려 봉안하고 있다. 벽면 그림 아래에는 ‘ㄷ’자 형식으로 된 나무 신단이 있다. 신단 왼쪽 편 귀퉁이에 선반이 높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 부군할아버지를 상징하는 홍철릭과 깃털이 달린 홍갓 그리고 부군할머니를 상징하는 홍치마 등을 보관하고 있다. 이것들은 부군당굿을 할 때만 꺼내 쓰고 다시 제자리에 두어 특별히 보관한다.
신단 아랫부분은 미닫이문을 만들어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안에 제기, 촛대, 향로, 활과 화살, 삼지창 등 부군당 의례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신구(神具)들을 보관한다.
2. 당목
당집 전각 앞마당 오른쪽 한구석에는 높이 40m 둘레 2m 정도 되는 느티나무 고목이 서 있다. 이 나무가 전각을 지키는 당목(堂木)이다. 그런데 이 당나무는 언제부터 인가 싹을 트이지 못하고 죽어있다. 마당이 온통 시멘트로 덮여 있어 당나무의 죽음은 당연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직도 이 나무가 당집을 지켜주는 당목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당고사나 당굿을 하고 난 후에는 꼭 이곳에서 소지 올리기를 한다. 소지 올리기는 부군당 고사나 당굿을 마치고 난 뒤 추렴에 동참한 동민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소지를 불에 붙여 올리는 행사로써 하주들이 주관한다. 당집 전각 앞마당에 죽어있는 당나무와는 별도로 부군당 터 곳곳에는 오래된 고목들이 이곳저곳에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 나무들은 모두 영험하고 또한 신성하게 여겨진다.
3. 비석
당집 전각 정문 앞 계단 아래의 오른편에 비석이 서 있다. 이 비석은 1967년 이태원 부군당을 보수할 때 세워진 것으로써 사각으로 된 돌 받침대 위에 세워져 있다. 비석 앞면과 뒷면에 쓰인 글들은 세로 형식의 한자로 표기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면 : 府君廟
뒷면 : 檀紀 三九五二年 月 日 建立
奉安年 春秋四月 奉祠
西紀一九六七年十一月一日補修
梨泰院住民一同
* 당고사나 당굿을 행할 때 비석 앞에 팥 시루떡과 음식을 바치고 비석제를 지낸다.
4. 화주청과 당지기 집
오늘날에는 그러하지 않지만 화주청을 과거에는 도가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화주청이란 용어를 오늘날의 주민들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래전에는 화주청이라는 용어가 통용되었음을 원로 화주들이 기억하고 있다. 화주청은 당 의례를 행할 때 화주들이 모이는 장소로써 부군당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조그마한 방이다. 부군당 정문 철 대문을 들어서면 왼편으로 당지기집이 있고 그 옆으로 부엌과 함께 방이 붙어있는데 이곳이 곧 화주청이다.
부엌에서 제물을 준비하여 화주청 방 앞의 마루 공간과 벽면에 설치된 선반에 임시 보관한다. 이 공간은 주민들이 많이 모일 때 무리를 지어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화주청 방안에는 화주들이 입는 제복을 넣어두는 장롱과 부군당 관련 잡기 및 서류를 넣어두는 조그마한 함이 있다. 모든 화주 모임은 이곳 화주청 방안에서 이루어지며 하주들 식사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5. 서낭당
부군당 당집 전각 정문 앞을 지나 담장을 따라 약 20m 정도 언덕 밑쪽으로 내려가면 서낭당이 있다. 이곳은 지형이 움푹 파여 이태원 부군당 터 일대에서 가장 지면이 낮은 곳이다. 서낭당 주변에는 주로 엄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으며 주위를 잡풀들이 무성하게 감싸고 있다. 서낭당에는 서낭목으로 지정된 엄나무가 하나 있다. 이 나무에 오색 천과 새끼줄로 치장하여 잡귀 잡신들을 물리치게 하고 있다. 당고사나 당굿을 할 때면 이곳 서낭당에 제물을 올리고 서낭목에는 새롭게 장만한 북어를 꽂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