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구파발 금성당에는 신도(神圖)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귀물(鬼物)이 있었다. 이 유물들은 현재 서울시립박물관 수장고에 있다.
그 내용을 보면
1) 문서(文書)류 - 서진관금성당인등시쥬책(西津寬錦城堂引燈施主冊), 천지팔양신주경(天地八陽神呪經), 유마경(維摩經), 유마힐소설경
2) 신도(神圖)류 - 맹인도사(盲人道師), 맹인삼신마누라(盲人三神), 삼궁애기씨, 중불사, 창부광대씨(倡夫廣大), 별상님, 말서낭, 삼불사할머니
3) 신복류 - 관모(冠帽)류, 치마저고리류, 포(袍)류, 수식류이다. 관모로는 黑笠(흑립), 고깔, 전모(벙거지), 큰머리가 있으며, 포(袍)류에는 원삼, 두루마기, 동다리, 철릭, 몽두리, 장삼, 전복이고, 수식류으로는 염낭주머니, 한삼, 제비부리댕기, 대대(大帶, 남자의 심의와 여자의 원삼에 띠던 넓은 띠)다. 이들을 난곡(蘭谷)의 《무당내력》에 나오는 신복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형태가 동일하며, 제작 시기는 1900년대 전후가 된다.
4) 고비전류
5) 명두(明斗, 놋쇠로 만들어진 둥근 거울 형태로 무당이 신의 얼굴로 간주하는 신령스러운 무구)류 - 일월명두, 일월대명두, 불사에 일월명두, 셰인삼발명두, 칠성명두, 일월칠성명두, 호구 삼명두, ㅣ신 명두, 불삼발, 대신말명명두, 호구명두
6) 명패(名牌)류 - 극락왕생 또는 소원성취를 소망하는 나무로 만세패
7) 상자(箱子)류 - 함, 옷상자, 방울부채상자, 상자, 경첩 등
8) 악기(巫樂器)류 - 장구, 북, 제금 괭징, 징 등
9) 제기(祭器)류 - 촛대, 향로, 옥수그릇, 제기, 국그릇, 밥그릇, 술잔, 술잔받침대, 옥수그릇
10) 부채류 - 삼불제석부채, 칠성부채 등
11) 방울류 - 칠성방울, 칠쇠방울, 대신방울 등 방울류 일체
12) 종방울류 - 종, 대신방울
13) 창검류 – 월도창검(언월도 또는 청룡도 및 삼지창), 대신칼, 신칼 등
14) 제상(祭床)류 - 제례상 등
15) 시루, 솟, 떡판류 - 질시루, 가마솥, 나무떡판 등
16) 부적도구류 - 물감접시, 붓, 부적판, 경면주사, 백자그릇 등
17) 화장품류 - 조개껍질, 화장품, 화장용기, 거울 등
18) 깃발류 – 오방기 등
19) 엽전류
20) 명다리류 등이다.
유물 가운데, 조선 시대 후기의 것으로 추정된 함의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나무로 된 함은 뚜껑이 있는 직육면체 나무로 되어있는데 그 크기는 가로 42㎝, 세로 27㎝, 뚜껑 포함한 높이 19㎝이다. 상자 속에는 대감신(大監神)을 상징하는 섭수(夾袖, 동달이) 1개와 벙거지(지름 30㎝, 높이 12㎝) 1개 그리고 동전 꾸러미가 들어있어 대감신을 모셔둔 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뚜껑 안쪽에는 세로쓰기의 붓글씨 세 줄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十二月十 입젼 四兩 九戔 졍츈옥거거하다
二十 一 졍초관완동 三兩六十戔一分
二十 二 입젼 五兩 끗분아볼가라쥬다
위의 글은 12월 10일, 21일, 22일 사흘 동안 금성당에 바쳐진 공물에 대한 명세다. 금전으로 12월 10일에 입금된 금액(4냥 9전)과 정춘옥이라는 시주자에 관해서 적고 있다. 21일에는 금전(3냥 60전 1푼)에 대해서 적어 놓았다. 22일에도 금전으로 입금된 5냥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이 함은 대감신을 모셔 둔 함으로서 뚜껑 안쪽에 시주자 성명을 쓰고 시주된 금전을 넣어 신당 안에 모셔 두었던 것이다.
금성당 유물 가운데 방울은 함에 넣어 모셔두면서 특정신을 상징하기도 하였지만, 의례에서 사용했던 방울도 있다. 방울 형태는 마치 물고기가 입을 약간 벌리고 있는 모양처럼 둥그런 몸통 한쪽이 열려 있는데 그 모양새가 조개와도 같고 목탁과도 같다. 방울 안에는 고정되지 않은 추가 들어있어서 방울을 흔들면 추가 자유롭게 굴러다니면서 소리를 낸다.
그러나 대체로 무당방울은 추가 없다. 그래서 여러 개의 방울을 한 묶음으로 묶어 방울 몸통이 서로를 부닥치며 화음을 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추가 들어있는 방울은 하나일 때도 독자성의 소리를 낼 수가 있는가 하며, 여러 개의 방울이 서로 부닥치면서 소리를 내는 병합성의 화음도 지닌다.
금성당 유물에는 여러 개의 명두(明斗)가 있다. ‘명도’라고도 부르는 명두는 신의 얼굴이며 또한 무당의 말문을 열게 하는 귀물이다. 무당은 명두를 통해 신의 형상을 볼 수 있고 신령과 화를 나누기도 한다. 명두 모양새는 한쪽 면(앞면)이 그릇 뚜껑처럼 배가 약간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움푹 들어간 다른 한쪽 면(뒷면)과 구분된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앞면은 어떠한 형상을 비추어 보더라도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정도로 반들반들하게 광택이 난다.
그러나 움푹 들어간 뒷면은 해, 초승달, 별, 계수나무 등의 무늬가 그려지고 범어(梵語)나 한자어 또는 한글로 일월명두(日月明斗), 일월대명두(日月大明斗), 칠성명 두(七星明斗), 칠성대명두(七星大明斗) 등의 글씨를 새긴다. 이러한 명두는 특정 신을 상징하는 함에 넣어 두거나 신당 벽면에 걸어 두기도 하고 신의 형체를 그림으로 그려 그 상체 부분에 매달아 두기도 한다.
무속의례에서 창(槍)과 검(劍)은 무속의례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귀물이다. 금성당에서도 창검은 중요한 귀물로 여겨졌었다. 창검은 신의 몸체로 삼아 신당에 모셔두기만 하는 예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의례에서 좋지 못한 해로운 기운을 제거할 때나 신에게 제물을 바칠 때 사용한다. 금성당에서는 의례를 행할 때 사용하였고, 평상시에는 오방신장기와 함께 창검꽂이대에 꽂아두었다.
구파발 금성당 유물 가운데는 조선 임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주상전하만세(主上殿下萬歲)>가 있는 데 이를 만세패(萬歲牌)라 부른다. 만세패는 신하가 왕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임금을 비롯한 왕비, 왕대비, 세자, 세자빈, 후궁, 후궁 소생 등의 만수무강을 축원하고 이를 기리기 위해 신당(神堂), 신전(神殿), 법당(法堂) 등에 봉안해 두는 나무패이다.
축원 대상인 주상전하와 중궁전하의 수명을 높여 성수(聖壽)라고 하고, 아주 오랜 시간 영원토록 만수무강 하라는 뜻으로 만만만세(萬萬歲)라 부르며 축원한다. 구파발 금성당 만세패는 <主上殿下萬歲(주상전하만세)>라고 새겨져 있어 이 패가 임금을 위한 만세패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만세패 형태는 본체와 받침대로 구성되는데 본체는 높이 36cm, 가로 15cm이며 받침대는 높이 1.5cm, 가로 23cm, 세로 14cm다. 은행나무로 제작된 만세패 하단 부분은 활짝핀 연꽃, 상단 부분은 꽃봉오리 연꽃 형상으로 아름답게 조각되었다. 글씨가 새겨진 만세패 가운데 부분을 주칠(朱漆)를 하여 글씨체가 더욱 덧보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