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라는 ‘우리’, 남과 북이라는 ‘우리’

2021.03.04 11:57:13

남북한 주민이 함께한 공감 사진전, 3월 9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사진가 임종진과 8명의 남북한 주민이 모여 사진으로 스스로 들여다보고 서로와 교감하는‘공감사진워크숍’을 진행했다. 북향민(탈북민의 새로운 이름)과 일반 시민들이 출신지 등으로 서로를 구분하지 않고 한데 섞여, 몇 개의 주제에 따라 사진작업을 함께 함으로써 어떤 감정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지를 탐색한 것이다.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의 문화적 소통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한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가 남북주민이 함께하는 사진워크숍을 기획하였고 이를 임종진 작가에게 의뢰하였다. 그 워크숍의 결과물이, 이제 전시의 형식으로 공개된다. 3월 9일부터 류가헌에서 열리는 <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그것이다.

 

 

탈북민이라는 말에 견주면 한결 수평적인 어감인 ‘북향민’으로 호칭이 바뀌고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지도 오래지만, 편견까지 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시 제목은 북향민을 포함한 ‘우리’만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지칭하는 ‘우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김태훈, 김혜영, 박세미, 박상규, 박선주, 오미숙, 임소율, 최하늬. 참여자들은 워크숍 동안 사진을 매개로 하여, 저마다 개별적인 존재로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서부터 현재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감흥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피고 채록했다. 이를 통해 느낀 ‘자기 존재성’으로 또 다른 존재들과 일체감을 이루는 과정을 이어간 것이다.

 

전시 역시, 동일한 구성과 순서를 따른다. 갤러리 2층 전시 1관에서 시작하는 첫 번째 마당 <생명의 시작, 그리고 성장이라는 걸음>에서는 유년 시절을 포함한 참여자들의 옛날 사진들이 전시된다. 우주 속 유일한 존재로서의 첫걸음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 두 번째 마당인 <존재의 이유, 그리고 곁을 이룬 사람들>은 참여자들의 전신 초상사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마당에 이어 모든 참여자의 존재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세 번째 마당은 <곁을 나눈 시간 속에서>로, 남북한주민 공감워크숍을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참여자들의 소감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 2관에서는 모든 참여자의 감정시선을 두루 확인할 수 있다. <나를 품은 날들, 깊게 들어가다> 마당은 사진으로 풀어 쓴 자신의 이야기다. 이어서 펼쳐지는 <너를 품은 날들, 짝꿍으로 서다> 미딩은 참여자들끼리 짝을 맺은 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며 기록한 이야기다. 두 마당이 이 전시의 주제며 자신의 존재성을 통해 타인의 존재적 값어치를 확인하는 여정을 소개한다.

 

“작품사진 전시보다는 ‘사람’ 자체를 보여준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어릴 때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도입부에 넣은 게 그 때문입니다. 북향민을 이념과 체제가 아닌 사람 자체로 존중케 되는 감정을 나누려는 것이 전시 주요 개념입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성을 느끼고 그 존재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이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통일이라는 거대담론보다는 ‘평화감수성’을 넓히는 것이 목적입니다.” 워크숍의 시작부터 전시구성까지를 이끈 사진가 임종진의 말이다.

 

전시구성의 색다른 점은 모든 참여자의 실명은 전면에 밝히되 각각의 전시작품에는 이름을 직접 표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각 참여자의 이름으로 그 존재성을 드러내기는 하되, 혹여 북향민 참여자에게만 관심이 쏠릴 수 있는 관람의 동선을 배제하면서 전시 참여자 모두가 이루어 낸 ‘우리’에 대한 재인식의 범주를 관객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기획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시 1, 2관 전체를 관람하고 나면 누가 북향민(탈북민)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누그러들면서 잠재된 분단의식 너머 우리의 동질적 감흥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사진워크숍 진행자이자 이 전시의 기획자인 임종진은 국가폭력이나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정신적 내상을 입은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진치유기관 <공감아이>를 운영하며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도구’로서 사진의 쓰임을 찾아가는 사진가다. 2018년에, 사진전 <평양의 일상 –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사진전 <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은 2주 동안 류가헌 전관에서 열린다. 코로나19로 개막식은 초청행사로 진행되며 사진가 임종진이 전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갈 예정이다. 너와 나, 남과 북 사이에 놓인 장벽의 두께가 어떻게 조금씩 옅어져 가고 ‘우리’로 통일되어 가는지를, 참여자들의 시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개막식 행사 취재 문의 : 한광희 피스모모 리서치랩 팀장(010-8891-2013)

전시 문의 : 02-720-2010

 

 

참여작 1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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