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그대 앞에

2022.03.19 11:16:49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8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지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확진된 지인이 생겼다는 우울한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돌림병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의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야 말로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명절과 기일에 행하는 차례와 제례는 조상을 기억하기 위한 문화적 관습으로, 유가 사회가 지배하던 조선시대에는 한 집안의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일기자료들을 보면 돌림병이 유행하는 탓에 설과 추석 등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안동 풍산의 김두흠은 그가 쓴 《일록》(1851년 3월 5일자)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보고 21일부터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현행 6인에서 8인으로 늘린다고 한다. 한 번에 풀지는 못하지만, 서서히라도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음이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왔고, 특히 문화계는 공연과 행사를 하지 못하는 탓에 큰 어려움을 감내하는 중이다. 그러나 김종해 시인은 <그대 앞에 봄이 있다​>라는 시에서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 어디 한두 번이랴”라며,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추운 겨울 다 지내고 /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라고 나지막이 속삭여준다. 코로나19의 한파 속에서도 이젠 다시 꽃 필 때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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