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령, 모음곡(組曲) 형식의 합창곡

2022.05.03 12:57:39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7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경기소리로 전공을 바꾼 이건자는 맹연습을 한 탓인지, 소리 실력이 돋보이기 시작하였다. 경서도의 이름난 명창들이 그들의 제자로 삼으려 의중을 타진하기 시작하였으나 그는 오로지 황용주 명인에게 선소리 산타령 공부에 매진해 온 것이다.

 

오늘날 우리 음악계에서 산타령의 전승은 벽파(碧波) 이창배(李昌培)의 공로가 크고, 벽파의 제자들에 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은 <산타령>만을 부르며 살 수 있는 음악적 환경이 아니어서 이 종목에 전승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동 종목의 보유자, 전승교육사, 보존회원들의 노력과 열성이 전통 유지의 원동력이라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산타령>이란 어떤 노래인가? 이건자가 주전공으로 공부해 왔고, 또한 현재에도 열심히 임하고 있으며 제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산타령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짚어보기로 한다.

 

우선 <산타령>이란 모음곡 형식의 합창곡이라는 점이다. 그 구성은 제1곡 <놀량>, 제2곡 <앞산타령>, 제3곡 <뒷산타령>, 제4곡 <자진 산타령> 등이며 이들을 순서대로 연창하는 것을 뜻한다. 그 뒤로 <개구리타령>이나 <방아타령>과 같은 민요도 부르고, 또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일반 대중들이 잘 알고 있는 <경복궁타령>이나 <도화타령>, <자진방아타령> 등과 같은 민요를 이어 부르기도 하여 한바탕 소리판을 벌려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소리>라고 하면, 놀량이고, 또한 <놀량>이라고 하면, 선소리 <산타령>을 가리킬 정도로 대표적인 소리가 바로 <놀량>이다. 그 이름의 뜻은 ‘놀 작정’, ‘놀 생각’ ‘놀 의향’ 등 놀음놀이로 풀고 있다.

 

그런데, 이 첫 곡 <놀량>은 다소 가락이 복잡하고, 장단 또한 변화가 심하며 가사에는 의미 없는 노랫말, 곧 입타령이 많아 사설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입타령이란 곧 구음(口音)이다. 또한 장단의 구성은 2박, 3박, 4박 등 다양하고 빠르기도 일정치 않아서 배우기는 만만치 않다. 경기 산타령과 달리 서도지방의 산타령인 <놀량>에는 입타령이 거의 없다는 점이 비교된다. 또한 말을 붙이는 자리나 형태도 서로 다르며 장단 빠르기도 비교가 되는데, 비교적 서도가 경기에 비해 빠르고 경쾌한 편이다.

 

두 번째 악곡은 <앞산타령>이다.

여기서 <앞>이란 서울을 두고 앞에 있는 여러 산을 부르고 있다는 의미와 단순하게 먼저(앞에) 앞산타령을 부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 뒤에 둘러있는 산을 노래한 것이 <뒷산타령>이라고 구별하고 있다. 앞산타령의 가사에는 관악산, 도봉산, 태백산, 지리산, 삼각산, 남산, 북악산, 금강산, 계룡산, 부소산, 영주산, 백두산, 금오산, 방장산, 내장산, 덕유산, 등의 이름과 함께 절이나 강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놀량>의 형식은 통절이고, <앞산타령>은 장절(章節)형식인데, 각 장절은 독창으로 부르는 부분과 제창부분으로 구분되고 있어서 마치 노동요나 농요의 메기고 받는 형식과 같다. 메기는 부분은 대부분이 고음(高音)으로 질러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다음 노래가 <뒷산타령>이고, 마지막은 <자진산타령>이다.

 

 

앞산타령이 길게 뻗는, 비교적 곧은 소리인 점에 비해 뒷산타령은 마치 글자마다 주무르듯, 가락을 넣거나 다양한 시김새를 구사해서 맛깔스럽게 부른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놀량>이나 <앞산타령>에 비해 <뒷산타령>은 애조(哀調)가 들어있기도 하고, 염불조와 같은 불교음악의 느낌도 있다.

 

<뒷산타령>은 본절(本節)을 안내하는 도입부가 있는데, 이 부분을 독창자가 낮은음으로 조용하게 내면, 모든 소리꾼이 다 함께 비교적 높은 가락으로 받는다. 이 받는소리가 재미있다. 받는소리의 음고가 본 절의 마지막 음과 동일음이나 옥타브 관계도 아니며 4도나 5도의 상 하행 음들도 물론 아닌, 7도 윗음이어서 매우 이채롭게 짜여 있다는 인상이다.

 

<뒷산타령>도 본 절과 후렴구로 구분되는데, 독창자가 본 절의 시작부분을 메기면, 나머지가 받는, 다시 말해 독창부분과 제창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는 형식이다.

 

<뒷산타령>의 음악적 형식이나 장단형, 그리고 빠르기 등은 <앞산타령>과 유사하다. 그러나 <앞산타령>의 선율형은 고음(高音)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고음을 강한 발성으로 부를 경우, 활기찬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에 견줘 <뒷산타령>은 낮은 음역의 선율이 많으며 비교적 부드럽고 조용하게 연결되는 점이 대조를 보인다.

 

마지막 악곡은 <잦은 산타령>이다. 빠른 장단으로 부르는 산타령이라는 뜻이다. 이 곡도 앞산이나 뒷산처럼 장절형식으로 독창부분과 제창부분으로 구분되고 있는데, 독창자가 앞부분을 부르고 나머지가 제창으로 받는다.

 

모갑이의 지휘에 따라 소고를 치면서 발림을 맞추기 시작하면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서서히 흥청거리는 멋을 느끼기 시작한다.

 

정가(正歌)나 무악(巫樂), 잡가(雜歌)나 민요가락과도 또 다른 독창적인 창법으로 신명을 일으키는 대중의 소리, 산타령이야말로 높고 시원한 소리와 발림, 그리고 흥겨운 장단으로 대중을 동화(同和)시켜 온 대중의 소리가 아닐까 한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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