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장마당 문둥이 등장
아따 올 농사
오지게도 실하것다
덕석 피고 차일 쳐서
어제부터 끓인 국밥
흥겨운 장구경 끝에
막걸리 한 사발 걸쳤는가?
넘사시런 몰골이라
나서긴 좀 그렇네만
문둥골에도 춤이 있어
춤 한 자락 배웠으니
어떤가
장마당 오달지게
이놈 춤 한번
놀아볼까?

▲ 장마당 오달지게 이놈 춤 한번 놀아볼까? (그림 오희선 작가)
<해설>
옳거니, 오래도 기다렸다. 장마당 열리고 고사도 지냈으니 본격적으로 춤판을 벌여볼까. 그렇담 첫 번째로 문둥춤이겠다. 문둥탈 쓰고 쓰억 좌우 돌아보는 것이, 흡사 “흥겨운 장구경 끝에 / 막걸리 한 사발 걸쳤는가?” 하고 묻는 듯하다.
문둥춤 추는 사내의 사연이야 미뤄 짐작해도 알만하다. 문둥이 흉내 내는 잡기춤. 양손에 소고와 북채 들고 이리 들썩, 저리 들썩 마당을 호령하는 모양이 심상찮다. 오죽하면 문둥병을 천형이라 했을까. 그 슬픔과 비애를 무엇에 비하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들은 격리되어 살았다. 그러므로 그들 마을은 금이 그어진 금지된 마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문둥골인들 춤이 없겠는가? 슬픔 많고 고통 많은 그 몸짓 하나로만 씰룩대어도 춤사위는 절로 피어난다. 내 비록 문둥이는 아니지만, 그들 애환 내가 듣고, 나의 애환 구경꾼들이 들을지니 꽉 막힌 설움 흡족히 춤 한번 추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