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이 아름다운 단가, 만고강산(萬古江山)

  • 등록 2025.04.08 11: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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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2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는 판소리 완창이나 눈대목을 부르기 전, 창자의 목 상태를 점검하거나 장단과의 호흡, 기타 청중과의 교감을 위해 부르고 있는 단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장부가(丈夫歌)를 소개하였는바, 이 노래는 젊었다고 해서 노인의 백발을 비웃지 말라는 내용인데, 중국고대의 요순(堯舜)임금에서부터 성현(聖賢), 군자(君子), 문장가나 재사(才士), 명장(名將), 충신, 열사, 호걸, 미희(美姬), 미인들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세상을 움직이던 유명인들도 어쩔 수 없이,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곧 인상무상(人生無常)을 노래하고 있다. 끝마치는 구절인 “아서라. 풍백(風伯)붙인 몸이 아니 놀고 무엇 하리”라는 마지막 대목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에는 여러 명창이 즐겨 불러온 <만고강산(萬古江山)>이라는 단가를 소개한다.

 

제목에서도 그 느낌이 드러나듯, 오래된 강(江)이나, 산(山), 또는 기암, 절벽 등을 돌아보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대부분의 단가는 중국에 있는 지명이나 인물들, 또는 명승고적 등등을 끌어다가 노랫말로 삼은 것이 대부분인데, 이 노래에 나오는 지명이나 명승고적들은 특별히 우리나라의 그것들이어서 비교가 되고 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땅을 마련했다는 삼신(三神), 곧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 환웅, 환검 등이 삼신산을 만들었는데, 그 산의 이름이 바로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 등이다. 그런데 이 절경의 산들은 모두 바다 가운데 있다는 상상의 선산(仙山)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삼신산은 3대 명산으로 알려진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 등으로 각각 봉래와, 방장, 영주라는 이름을 붙여 그렇게 부르고 있다.

 

 

앞에서도 단가에 대한 개괄적인 언급이 있었지만, 어떤 가사, 어느 곡조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은 소리꾼마다 특별한 장기(長技)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좋아하는 노랫말과 잘 짜인 가락들로 구성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단가의 노랫말이나 중심 내용은 자연의 풍경을 보고 감동받은 내용들이라든가, 또는 남다른 삶을 살다 간, 명사들의 발자취, 짧기만 한 인생길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선인들의 이야기, 일상을 의미 없이 살다 간, 덧없는 삶에 대한 되돌아봄이나 이러한 내용들을 한탄하는 내용, 등등이 중심이다.

 

특히, 이 <만고강산>은 금강산과 인접해 있는 강원도 소재의 명승지들, 예를 들면, 강릉 경포대라든가, 양양의 낙산사(落山寺),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등등을 구경하고, 단발령(斷髮令)을 넘어 봉래산에 올라서니, 눈앞에 펼쳐진 산천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노래다.

 

수많은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의 천봉만학(千峰萬壑)이나, 부용(芙蓉)들은 하늘 위에 솟아 있고, 백절(百折)폭포, 급한 물은 은하수(銀河水)를 기울인 듯, 선경(仙境) 일시가 분명하고. 늦은 봄날의 붉은 꽃, 푸른 잎, 나는 나비, 우는 새는 봄빛을 자랑하는데, 봉래산 좋은 경치를 지척에 두고 못 본 지가 몇 날인가 하며 그 절경을 보면서 감탄하는 내용이다.

 

 

<만고강산>의 노랫말을 이 난에 소개해 본다.

 

“만고강산 유람헐 제, 삼신산(三神山)이 어드메뇨.

일봉래(一蓬萊) 이방장(二方丈)과 삼영주가 아니냐.

죽장 짚고, 풍월 실어 봉래산을 구경 갈 제.

경포(鏡浦) 동령(東嶺)의 명월(明月)을 구경하고,

청간정(淸澗亭) 낙산사(落山寺)와 총석정(叢石亭)을 구경하고,

단발령을 얼른 넘어 봉래산을 올라서니

천봉만학(千峰萬壑) 부용(芙蓉)들은 하날 위에 솟아 있고,

백절(百折)폭포 급한 물은 은하수(銀河水)를 기울인 듯,

선경(仙境) 일시가 분명하구나.

때마침 모춘(暮春, 늦봄)이라 붉은 꽃, 푸른 잎과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 춘색을 자랑한다.

봉래산 좋은 경치 지척에 던져두고 못 본 지가 몇 날인가,

다행히 오늘날에 만고강산을 유람하여 이곳을 당도하니,

옛일이 새로워라.

어화세상 벗님네야!.

상전벽해(桑田碧海) 웃들 마소. 엽진화락(葉盡花落) 없을손가.

서산에 걸린 해는 양류사(楊柳絲, 버드나무실)로 잡아매고, 동령(동쪽에 걸린 달)은

계수(桂樹)야 머물러라. 한없이 놀고 가자.”

 

앞에서 감상해 본 바와 같이, 까다롭고 난삽하지 않은 문장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어서 감상하기가 편하다. 역시 끝나는 구절은 벗님들을 향해서 “지는 해, 걸린 달, 머물게 해서 한없이 놀고 가자”고 희망을 노래하며 맺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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