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그러나 모든 존재가 서로를 알아보는 세계

2022.06.12 11:39:48

윤원기 사진전 <외면>, 6월 14일부터 류가헌에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외면(外面)’은 같은 한자어이면서도,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마주치기를 꺼리어 피하거나 얼굴을 돌린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겉에 드러나는 모양을 이른다. 윤원기의 사진 시리즈 <외면>은 쓰임을 다하여 버림받거나 도외시되는 대상을 찍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속에 품은 의미가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자체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두 개의 ‘외면’을 동시에 뜻한다.

 

“타인을 위한 이미지가 아니라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울림이 느껴지는 어떤 대상이나 상황들을 이미지로 채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래 시각디자이너로서 일하다, 카메라를 손에 든 까닭이다.

 

 

 

<외면> 1. 화살표처럼 삼각 꼭짓점들로 허공을 가리키며 늘어선 울타리, 울타리 위를 가로지르는 직각의 난간, 상처처럼 내려 찢긴 가리개와 그 기울기를 따라 기운 건물. 화면 속 모든 직선에 저항하듯 꼬리가 휘말려 올라간 고양이.

 

<외면> 2. 화면의 맨 앞에서 유영하는 물고기. 풍경이 유리에 반사되어 비치면서, 물고기가 아니라 간판을 세운 상가와 거리, 행인이 수족관 안에 든 것 같은 착란을 일으킨다. 행인은 물속에서 우산을 접는다.

 

우연히 찰나적으로 구성된 세계.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치하거나 배열한 것이 아닌데도 마치 일부러 짜 맞춘 듯한 조합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이룬다.

 

 

 

 

<안목>의 박태희는 윤원기 사진에 관한 평에서 “사진에서 창조가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면, 어떤 조작도 장치도 없이 오직 사진가의 시선으로만 구축되는 새로운 세계의 출현이다. 모든 존재가 서로를 알아보는 세계다.”라고 했다. 사진가 스스로는 사물과 풍경의 겉면만을, 외면당한 대상들을 찍었다고 하지만, 결국 그만은 외면하지 않고 ‘알아보았기에’ 구축된 세계가 곧 윤원기의 사진 시리즈 <외면>이다.

 

윤원기 사진전 <외면>은 6월 14일부터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 전시1관에서 열린다. 소량 제작된 사진집도 만날 수 있다.

 

문의 : 02-720-2010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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