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료에 비친 한국전쟁 속 일상의 모습

2022.06.25 11:51:58

한국국학진흥원 근대기록자료 조사수집 사업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 이하 국학진흥원)은 202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한국 근대사의 주역인 중장년 세대와 함께 근대기록자료를 조사ㆍ수집하고 있다. 이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근대에 생산된 자료의 멸실과 훼손을 방치할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2021년 실버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500명의 조사원을 뽑아 10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올해는 650명으로 인원을 늘려 20만 건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10년 일제 강점기 이후 1979년까지 민간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자료가 그 대상인데,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자료가 사망이나 이사 혹은 중요하지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 등의 이유로 폐기된 상태다.

 

이에 조사원들은 발 빠르게 주변의 가까운 이들을 설득하고 지역 유지와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전국 각지에서 민간이 가지고 있는 원본 자료를 디지털 형태로 조사ㆍ수집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역사 가장 큰 비극이고 아픔인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월남 파병 등 근대의 험한 파고를 견디며 살아낸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기록자료가 국학진흥원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낡고 오랜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여 ‘민초실록(民草實錄)’으로 되살아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근대기록자료 속 한국전쟁

 

한국국학진흥원은 근대자료를 정리하는 중에 한국전쟁과 관련된 자료들을 발굴하였다.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는 전쟁의 참상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소개되고 그 시절의 일상은 긴 공백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전쟁 중에도 사랑은 꽃피었고, 어느 날의 일상은 즐겁기도 한 모습들이 운동회, 졸업식, 혼례식, 여행, 수료식 등의 사진으로 민간에 남아있었다.

 

올해로 72돌을 맞은 한국전쟁은 3년 동안 이어져 전국을 폐허로 만들고, 국민의 삶을 생존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피폐화시켰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전쟁의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남북으로, 동서로 대립하며 서로를 상처 내는 행태가 지금까지도 없어지지 않은 채 남북의 갈등은 동서로 확대되고, 동서의 갈등은 남북의 갈등을 고착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단단하게 조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근대기록자료 속 다양한 일상의 모습들은 우리가 같은 고민하고 함께 웃고 살아가는 이웃이고 한민족임을 일깨운다.

 

사진으로 보는 전쟁 속 일상들

 

<1951년 안동 북후국민학교 졸업식>

 

 

이 사진은 1951년 안동 북후국민학교 졸업사진이다. 두 번째 줄에 선생님들이 자리 잡고 맨 앞줄에는 여학생들이 흰색 상의와 검정색 하의의 한복 차림에 짧은 단발을 하고 앉아 있다. 뒷줄에는 빡빡 깎은 머리를 한 남학생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재기발랄하고 자유로운 요즘의 졸업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1952년 영주 오운국민학교 추계 대운동회>

 

 

이 사진은 1952년 영주 오운국민학교 가을운동회 사진이다. 단층으로 지어진 옛 교사 건물 앞 운동장에 학생들이 무명옷을 입고 고무신을 신거나 혹은 맨발로 서 있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지금의 시선으로 볼 때 상당히 낯설다. 전쟁 중임을 반영하듯 학생들 앞쪽에 서 있는 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1953년 전남 나주의 혼례 기념>

 

 

1953년 휴전을 앞둔 시기에 나주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전쟁 중에 피난을 갔다가 돌아와서 급히 서두르느라 사모관대도 없이 한복을 입고 신부집 마당에서 가족 몇 명만 모여 조촐하게 혼례식을 치른 뒤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1953년 유도 특별강습 수료식>

 

 

1953년 3월 11일 경상북도 경찰국 현관 입구에서 유도 특별강습 수료식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 입구에는 전쟁 중의 비장함을 엿볼 수 있는 ‘공비섬멸’, ‘삼일정신 다시뭉쳐’, ‘북진이다 통일이다’ 등의 구호가 보인다.

 

그 밖에도 전상(戰傷) 군인들이 내부반에서 반찬도 없이 밥을 먹는 모습, 이들을 환영하는 행사 사진, 전역 기념사진, 경주 안압지를 관광하는 모습 등 전쟁 중이거나 전쟁 직후 많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이 발굴되었다. 이 사진들은 내년부터 국학진흥원 근대기록문화아카이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으로, 누구든 어디에서나 우리의 근대사에 쉽고 편리하게 시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근대기록자료를 통한 한국근대사의 복원

 

 

근대기록자료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ㆍ수집이 아직은 초기 단계라 다양하지는 않지만, 조사원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소장자들의 관심으로 인해 사장될 위험에 놓인 많은 자료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일제 강점기 이후 단절된 근현대 민간의 모습들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전 근대자료와 함께 근대자료를 정리하면서 시사성 있고 역사 인식을 높일 수 있는 기획을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근대의 기억’ 수집을 통해 대한민국 근대의 조각들을 종횡으로 촘촘하게 채우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국내뿐만 아니라 나라 밖의 관심도 이끌어 청산되지 못한 국제관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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