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과 구렁이 전설이 깃든 치악산 '상원사'

2022.06.28 12:15:44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강원도 원주의 명산인 치악산은 본래 적악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꿩과 구렁이의 설화에 따라 산의 이름이 치악산(雉岳山)으로 바뀌었다. 한국의 곳곳에는 많은 전설과 설화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한 동물이지만,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이를 도와준 덕에 큰 보은을 받은 이야기도 많이 있다. 이곳 치악산 상원사에는 죽을 위기에 처한 하찮은 날짐승이지만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기 새끼를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하여,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희생한 꿩과 구렁이와 선비의 이야기가 전한다. 

 

상원사에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옛날 먼 옛날에 한 젊은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중 적악산(현 치악산) 험한 고개를 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깊은 산중에서 꿩이 울부짖는 소리가 있어 귀를 기울이고 소리나는 곳을 찾아보니, 큰 나무 위에서 꿩 두마리가 뱀을 향하여 울부짖으며 울어대는 것이었다. 선비는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구렁이가 오르려는 큰 나무 위에는 꿩의 보금자리가 있었는데, 그 속에는 막 깨어난 꿩새끼들이 노란 부리를 벌리고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그런데 꿩 부부는 꿩새끼들을 잡아먹으려 나무를 기어오르는 구렁이가 오르지 못하도록  소리치고 있음을 알았다. 선비는 주저함이 없이 위험에 처한 꿩가족을 구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이 가지고 다니던 활을 쏘아 구렁이를 죽여 꿩가족을 살려 주었다.

 

선비는 그렇게 위험에 처한 꿩을 구해주는 덕을 쌓았다 자부하며 가던 길을 부지런히 재촉하여 고개 길을 넘어갔는데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해가 저물자 잠을 잘 곳을 찾아 헤매다가 깊은 산골짜기에 아담한 오두막을 발견하고 하룻밤 잠을 청하게 되었는데,  그 오두막에서는 한 젊은 여인이 나와서 선비의 잠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선비는 먼 길에 너무도 고단하여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곤히 자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뻐근하고 숨쉬기가 답답함을 느껴서 비몽사몽 지경에 눈을 떠보니, 자기가 낮에 활로 쏘아 죽인 것과 비슷한 커다란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고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놀란 선비에게 구렁이가 말하였다. "나는 네가 어제 활로 쏘아 죽인 구렁이의 아내다. 그래서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이곳에서 너를 기다렸다. 이제 날이 새기 전에 남편의 원수인 너를 잡아먹아야겠다. 그런데 네가 사는 동안 쌓은 덕이 커 하늘이 너를 살리려 한다면 날이 새기 전에 하늘에서 종소리가 세번 울릴 것이다. 그렇다면 너의 목숨을 하늘이 보호하는 것으로 알고 너를 풀어주겠다" 

 

선비는 꿩을 살려주고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했지만, 꿩을 잡아 먹으려는 구렁이에게는 원수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꿩을 살린 것은 꿩에게는 은혜이지만, 구렁이에게는 원수가 되었으니 이런 인과응보의 상황에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선비는 하늘의 뜻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구렁이 아내의 경고를 들은지 얼마되지 않아 동이 틀 즈음에 하늘에서 종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연이어 세 번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그러자 구렁이 아내는 꽁꽁 감았던 선비의 몸을 풀어주고 홀연히 용이 되어 승천하였다.

 

죽을 고비에서 살아난 선비는 날이 밝아오자 종소리가 났던 곳을 찾아가 보았다.  그곳은 하룻밤을 잔 오두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암자가 있었는데, 암자의 종루에는 범종이 걸려있었고, 범종의 아래에는 꿩 두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죽어있었다. 꿩들은 자신의 새끼를 살려준 은혜를 되갚기 위하여 자신의 머리로 종을 친 것이었다.

 

선비는 그 종소리에 자신이 살게되었음을 깨닫고 죽은 꿩들의 명복을 빌며 고이 묻어주었다. 그리고 한양으로 올라가 과거에 급제하여 훌륭한 관리가 되었다고 한다.  하찮은 뭇 생명들과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생명의 존귀함은 다를 것이 없는 것임을 생각하게 하는 불교의 가르침이 느껴진다. 비록 모두가 인연에 따라 얽히고 설켜서 살지만,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모두가 원한을 풀고 성불하기를 기원하는 설화가 아닌가 싶다.

 

치악산의 팔부능선 높은 위치에 있는 상원사는 치악산 중턱까지 자동차 찻길이 있지만,  그곳으로 부터도 나머지 2.6km는 가파른 산길에 난 돌계단을 걸어서 올라야만 갈 수 있는 험한 곳이다. 오르는 산길을 쉬지않고, 1시간 30분동안 오르고 또 올라 마지막 가파른 언덕 위 바위틈에 상원사가 있는 것이다. 기자는 그 동안 치악산에 상원사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도로가 잘 닦인 요즈음에도 이렇게 멀고 험한 산길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절인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 입구 안내판을 보고서야, 까마득히 먼 산길을 올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잠시 오를까 말까 망설이며 생각해보니, 언젠가 올라야 할 절이라면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먹고보니, 오를 산길이 힘들다는 생각보다 오르는 도중에 만날 치악산 계곡의 아름다움과 궁극적으로 만나게 될 상원사에 대한 기대에 마음은 더욱 설레게 되었다. 치악산 계곡 주변으로는 등산로가 잘 정비 되어있는데 계곡에는 수많은 폭포들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재잘대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계곡에는 크고 작은 여울이 셀수없이 많아 치악산 백담계곡이라 할만도 하였다.

 

그렇게 계곡과 산길을 오르고 올라 본 곳이 오늘 올리는 치악산 팔부능선 바위틈에 있는 상원사다. 상원사에 오르니 절 앞으로 펼쳐진 경계는 첩첩산중 신선세상이었다. 오르기 어려운 만큼 전국의 유명한 산에 있는 절들처럼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가끔씩 삼삼오오 오르고 내리는 등산객들과, 큰마음 먹고 올라온 기도객들만 있어, 상원사는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꿩과 구렁이 설화를 생각하니, 인간세상에서는 선과 악도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좋은 일 한다고 한 것이, 상대에게는 오히려 원한을 사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가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현실세계에서 이념이 다르고 종교가 달라서 생겨나는 갈등으로 세계는 지금도 전쟁중이다. 이런 세상에서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방편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다녀온 치악산 상원사였다.

 

 

 

최우성 기자 cws01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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