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장마가 지나가면 불볕더위가 다가온다. 7월 초부터 시작하는 불볕더위는 8월 중순까지 이어지는데 이때 삶의 질 지표 가운데 하나인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불볕더위는 여름의 상징이며 자연의 순리이긴 하지만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한다.
여름을 덥다고 느끼는 정도로 지나가는 해도 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더운 해도 몇 번 있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가장 더웠던 시점은 1994년의 무더위와 2013, 2018년의 여름이다. 특히 2018년의 불볕더위는 거의 8월 말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이 힘들게 보냈다.
요즘 한창 장마가 이어지고 있고 조만간 본격적인 더위가 다가오리라 예상되는데 올해도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몇 가지 소견이 있다. 하나는 올봄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되어 현재도 예년에 견줘 평균기온이 높은 모습을 보인다. 다른 하나는, 장마가 지나간 일본이 지금 기록적인 불볕더위로 고생 중인 것을 보건대 조만간 우리나라도 장마가 지나고 나면 불볕더위가 우려된다.
따라서 불볕더위에 대한 대비와 아울러 여름철 더위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오는 일사병과 열사병 그리고 이를 좌우하는 땀에 대하여 알아보자.
1. 일사병과 열사병
일사병이란 고온에 노출되어 몸 온도가 섭씨 37도에서 40도 사이로 상승해서, 적절한 심박동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에 이상은 없다. 이에 반해 열사병은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이고, 중추신경계에 이상소견이 함께 나타난다.
일사병은 햇빛을 직접 머리에 받음으로써 일어나는 질환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상태에 따라 구분한다. 따라서 일사병의 발생은 해의 직사 정도와 외부의 온도, 습도, 환기 장치, 옷의 상태에 따라 걸릴 수 있고 실내에서도 산소 농도가 낮을 때 걸리기 쉽다. 게다가 비만, 저혈압, 빈혈이 있는 질병상태, 허기지거나 쇠약한 경우 일사병에 걸리기 쉽다.
일사병은 가슴에서 드러나는 증상부터 의심해 봐야 한다. 곧 가슴이 뭉클하거나 답답해지면 자신의 몸을 관찰하도록 한다. 일사병의 증상은 체온이 상승하면서 심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과 두통이 나며 땀을 많이 흘린다. 실신할 수는 있지만 즉시 정상적인 정신 상태로 회복된다. 약간의 정신 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30분 만에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다. 오심, 구토, 복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사병의 경우 상태를 빠르게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열사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서늘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늘이나 에어컨이 가동되는 차나 건물이 적당하다. 젖은 수건이나 찬물로 빠르게 체온을 낮출 수 있다. 옷이 두껍다면 벗기는 것이 좋고 불필요한 장비도 제거해서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다리를 머리보다 높여주고 바르게 눕힌다. 의식이 뚜렷하고 맥박이 안정적이며 토하지 않으면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고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시게 한다. 구역감이 있거나 구토를 하는 경우와 심한 전해질 이상소견을 보이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노인이나 어린아이의 경우에 수 시간 내에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입원해서 치료해야 한다.
열사병은 습열(濕熱) 상태에서 노동했을 때 걸리기 쉽다. 과도한 고온 환경에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작업하거나 운동하면서 신체의 열이 원활하게 발산되지 않아 몸이 고체온 상태가 되면서 발생하는 신체 이상을 말한다.
보통 40℃ 이상의 심부체온(신체 내부 기관의 온도),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 땀이 나지 않는 무한증 등 세 가지가 나타나야 하지만, 무한증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고체온증과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을 보이는 환자는 열사병을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데, 여러 장기를 손상하는 응급 상황이므로 즉각 처치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우선 일사병을 유념하여 일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적절히 더위를 관리해야 하며 일사병의 조짐이 있을 때 즉각적 조치해야 한다.
2. 피서(避暑)와 발한(發汗)
더위에 대하여 우리가 대처할 방법은 피서(避暑)와 땀을 내는 발한(發汗)이다. 그런데 피서(避暑)뿐만이 아니라 현대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수가 되었고, 얼음을 비롯한 청량음료, 최근에는 서늘함을 유지하게 해주는 기능성 옷도 발달하여 있다.
다만 이런 것들만으로 체온 조절이 어려울 때 몸에서 이루어지는 적극적인 체온 조절 반응이 땀을 내는 것이다. 곧 능동적으로 체열을 방출하기 위해 땀을 내고 땀이 날아가면서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발한이 이루어져도 땀이 날아가지 않는 습한 환경이거나 무풍환경이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 일사병으로 진전할 수 있다.
또한 더울 때 오랫동안 햇빛을 피부에 쪼이게 되면 표피 온도가 높아지면서 피부의 조절력이 떨어져 체열을 발산하지 못하면서 땀이 나지 않게 된다. 이때 땀구멍이 닫히면서 땀이 안 나는 무한(無汗)의 상태가 되면서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와는 달리 땀구멍을 연 상태에서 조절이 안 되면 땀이 많이 나는 다한(多汗) 상태가 되어 몸의 수분대사가 흐트러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진행된다.
자한(自汗)이란 깨어 있으면서 정신이 멀쩡하고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땀이 나는 증상을 말하는데 더위에 땀구멍이 조절이 안 되면서 나타나는 땀과 허약할 때 나는 땀을 말한다. 이 자한을 다시 더위가 심해지고 ‘몸이 허할 때 물이 줄줄 흐르는 땀’과 ‘몸에 열이 많고 과도한 긴장이나 불균형으로 쥐어짜져서 나는 진땀’으로 구분해서 치료한다.
3. 불볕더위를 대비하는 생활관리
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여름에 적응해야
더위와 고온에 많이 노출될 때는 충분히 수액을 보충한다. 또한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충분히 마셔 둔다. 꽉 끼지 않고 공기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는 옷을 입고, 햇빛이 내리쬘 때는 긴소매 옷과 긴 바지를 입고 머리에는 땀이 소통되는 모자를 쓴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 운동한다. 고온에 노출될 때는 신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노출하면 더 높은 온도에서 더 오랜 기간 견딜 수 있게 된다.
② 전해질 음료를 적극 섭취
더위가 심해지면 보이는 땀과 보이지 않는 수분 배출이 끊임없이 진행된다. 이에 따라 전해질에 불균형이 오면 전체적인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므로 서늘한 환경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전해질 음료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온 음료들이 전해질 보충해줄 수 있으며 정도가 심할 때는 생리식염수와 물을 10:6으로 섞어서 수시로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위가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드물게 일어나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를 대비하는 식품 가운데 하나가 소금 사탕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소금 사탕을 판매하므로 더운 날 외출 시 대비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더위에 과도하게 노동이나 운동을 하면 대사항진이 일어나면서 순간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드러날 수 있다. 이때 빨리 당을 공급해주어야 하는데 흡수가 빠른 포도당을 섭취하거나 바나나 정도를 먹는 것이 좋다. 시중에 스포츠 포도당으로 사탕처럼 판매하는 것이 있어서 역시 갖춰 두는 것도 좋다.
③ 생맥산과 건강 음료를 섭취
여름에 자한(自汗)이 드러나고 일사병 또는 그와 유사한 증상이 드러난 때, ‘맥(脈)이 풀렸다’고 한다. 이때 맥을 살려주는 한약이 생맥산(生脈散)이다. 필자의 한의원이나 계절에 따라 대비를 하는 한의원은 ‘생맥산’ 또는 비슷한 탕제를 갖춰 두고 있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물에 달인 것으로 약성이 세지 않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물 대신 마시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생맥산의 효능은 '사람의 기(氣)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라고 한다. 곧 맥문동으로 갈증을 멎게 하고 인삼으로 기운을 끌어올리며 오미자로 혈류를 개선한다. 유용우한의원에서는 생맥산을 보완해서 인삼 대신 홍삼을 넣어 생맥산의 효과는 유지시킨 채 심장과 비장의 기운을 살려주는 기능을 추가하여 오감홍삼수를 개발했다.
올여름처럼 유례없이 위협적인 불볕더위라고 느껴진다면 한의원의 문을 두드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