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이라도 애기 울음소리는 기똥차게 듣지

2022.07.30 11:02:41

김태영, <아지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 지 매

 

                               - 김태영

 

   아무리 어리버리 해도

   애기 하나 낳아 봐라

   그러면 아지매가 되는겨.

 

   니들이 아무리 젊어도

   아지매 만큼 빠르지 않더라

 

   밥하고 청소하고 얘기보고

   이거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아지매 되기 쉬운 것이 아녀

 

   밤새 젖 물린 채 꾸벅꾸벅 졸고

   입술이 부르터지고 비몽사몽 해도

   애기 울음소리는 기똥차게 듣지

 

   아지매가 되어야

   그렇게 용감해지는 겨.

 

 

 

 

‘아줌마’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성인 여자를 친근하게 또는 낮추어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라고 풀이한다. 곧 '아줌마'라 하면 친근함도 있지만, 부정적인 정서가 더 강한데 실제 모습은 어떻든지 똥똥한 몸매에 파마머리를 하고 화려한 몸뻬를 입은 모습이 연상된다. 그것뿐이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뛰어가며 자리 잡기, 대형마트에 가면 시식 마당을 헤집고 다니는 억척스러움도 담겨 있다. 흔히 촌스럽다고 표현할 정도의 행동거지에 긍정적인 것이 있다면 강한 생활력이 포함되는 정도다. ‘아저씨’가 그저 나이가 들고 혼인한 남성이라는 평범한 느낌을 주는 것과는 다른 모습인 것이다.

 

최근 미국 한인 아줌마들의 '아줌마 이엑스피(Ajumma EXP)'의 춤 공연이 화제다. 미국 한 지역의 중년 여성들로 사업가, 변호사, 의사 등 현지에서 정착한 전문가들이지만, 공연할 때는 과장된 아줌마 스타일로 변신한다. 삶의 원동력이 된 아줌마의 억척스러움을 즐기면서 '아줌마'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바꾸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곧 날 때부터 아줌마인 사람은 없다.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던 시절 우리를 키워낸 엄마들이었다. 아줌마는 단지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인 것이다.

 

여기 김태영 시인은 그의 시 <아지매>에서 “아무리 어리버리 해도 / 애기 하나 낳아 봐라 / 그러면 아지매가 되는겨.”라고 읊조린다. 또 시인은 “밤새 젖 물린 채 꾸벅꾸벅 졸고 / 입술이 부르터지고 비몽사몽 해도 / 애기 우는 소리는 기똥차게 듣지”라고 아줌마를 규정한다. 그야말로 강한 모성애로 똘똘 뭉친 중년 여성을 말하고 있음이다. 그 ‘아줌마’를 더 멋지게 표현한 말이 바로 ‘아지매’가 아니던가?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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