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건축

2022.10.10 11:49:05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 구본준, 한겨레아이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말처럼,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볼수록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우리 옛집도 그렇다. 한옥 지붕 처마의 유려한 곡선에서, 강건한 주춧돌에서, 야트막한 담장에서 문득,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인 지은이 구본준도 그런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쓴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에는 우리 옛집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전통 건축을 취재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동료 기자가 갑자기 출장을 가면서 동료가 기획해두었던 기사를 얼떨결에 대신 쓰게 됐다.

 

 

가끔은 이런 예기치 못한 일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길이 된다. 지은이는 처음에는 너무나 막막했지만, 신기하게도 건축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 옛집이 좋아졌다고 한다. 어느새 우리 옛집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그는 전국을 돌며 취재했고, 발로 뛰며 찾아낸 우리 건축 이야기를 누구나 읽기 쉬운 재밌는 글로 풀어냈다.

 

이 책에는 한옥에 대해 나름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도 ’이건 몰랐을 것 같은‘ 몇 가지 대목이 있다. 우리 옛집에 다시 반하는 ’심쿵‘ 포인트 네 가지를 꼽아보았다.

 

# 춤추는 기둥, ’도랑주‘

한옥의 기둥 중간 부분을 통통하게 만든 ’배흘림기둥‘이나 아랫부분을 통통하게 만든 ‘민흘림기둥’은 들어봤을 법해도, 나무를 가공하지 않고 원래 그대로 쓰는 ’도랑주‘는 생소할 터다. 이는 나무껍질만 벗기고 모양을 거의 손보지 않은 채 기둥으로 쓰는 것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을 더 높이 평가한 조선 후기에 유행했다.

 

’도랑주‘를 보면 기둥이 마치 춤추는 듯, 구불구불 휘어진 멋이 일품이다. 이런 기둥을 쓴 곳으로는 서산에 있는 ’개심사’라는 절이 유명하다. 개심사의 심검당과 범종각도 그렇지만, 도랑주로 가장 유명한 건물은 지리산 화엄사에 있는 구층암이다. 지은이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나무가 그대로 집으로 변신한 것 같은’ 이런 기둥은 다른 나라 건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옥 특유의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 자연스러운 주춧돌, ’덤벙주초‘

흔히 기둥 밑에 세우는 ’주춧돌‘이라고 하면 네모반듯하거나 잘 다듬어진 원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기둥에도 모양을 다듬어 만든 기둥과 나무 모양을 그대로 살린 도랑주가 있듯이, 주춧돌에도 반듯하게 다듬어 쓴 주춧돌과 자연 돌을 가져다 그대로 쓴 ’덤벙주초‘가 있다.

 

당연하게도, 덤벙주초는 반듯한 주춧돌에 견줘 오히려 기둥을 세우기 어렵다. 덤벙주초 위에 나무를 올리려면 울퉁불퉁한 돌 모양에 맞게 나무를 다듬어야 하기 떄문이다. 생각만 해도 꽤 어려운 일인데, 이 어려운 일을 또 해내는 것이 ‘그렝이질’이다. 능숙한 기술이 필요한 까닭에 그렝이질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렇게 그렝이질을 해서 나무를 올리면 주춧돌과 기둥이 꼭 맞아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다.

 

# 한옥의 눈썹과 눈곱 – 눈곱째기창, 눈썹지붕

한옥의 ’창호‘는 바람과 빛이 들어오는 ‘창’과, 집 안에서 통로가 되는 ‘호’를 합친 말이다. 우리 옛집은 문과 창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창문이라 하지 않고 창호라 하였다. 이런 창호 가운데 이름이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눈곱째기창’이다. 창문을 눈곱만하게 만들었다고 붙은 이름이다. 추운 겨울에 창을 열면 바람이 마구 들어오니, 조금만 열고 바깥을 내다볼 수 있게 작은 창문을 만들었다. 이런 작은 창을 ‘눈곱째기창’이라 하고, 지붕 아래 지붕을 하나 덧대어 눈썹처럼 보이는 지붕을 ‘눈썹지붕’이라 했다. 거창에 있는 ‘동계 정온 고택’에 가면 이 눈썹지붕을 만날 수 있다.

 

# 수키와로만 쌓은 담장, 영롱장

수원화성은 여러 가지 특색 있는 건물로도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담장도 있다. 바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화성에만 있는 ’영롱장‘이다. 영롱장은 기와 가운데서도 수키와만을 가지고 모양을 낸 멋진 담으로, 화성 동쪽에 있는 동장대 뒤에 있다.

 

이렇듯 안다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새로운 우리 옛집의 모습. 우리 옛집에는 재료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자연스러움, 눈썹을 살며시 추켜 올리는 듯한 귀여움, 정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롱함까지 보면 볼수록 새로운 매력이 가득하다.

 

이런 한옥의 매력에 눈뜨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안성맞춤일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눈높이로 친절하게 쓰였을 뿐만 아니라, 그간 안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몰랐던 한옥의 이런저런 모습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이때, 주변에 있는 고택이나 한옥마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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