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잤는데도 졸린다면 의자에 앉아서 자라

  • 등록 2022.12.04 12: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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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에 대한 상식과 숨어있는 진실들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68]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의 수면에 관하여 연구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대에 들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농경과 수렵 생활을 태양에 절대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에 해가 지면 저절로 잠을 자게 되니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적어서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들어서 사람의 일과가 해에 의존하지 않고 인류의 문명인 불과 전기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수면 시간의 규칙이 많이 흐트러졌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해가 지면 자는 생활이 이루어져 밤 9시 무렵이면 대부분이 잠을 자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완전히 동떨어진 수면 흐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을 벗어난 수면 흐름은 젊고 힘이 있을 때는 별문제 없지만, 중년 어느 시점부터는 수면장애와 불면증 때문에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거나 심하면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야 해서 삶의 질이 저하되어 간다.

 

한의학을 공부할 때 다독(多讀)과 정독(精讀)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행간(行間)의 뜻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이러한 행간의 뜻을 알게 될 때 인체의 생리와 병리에 대하여 체득하며 치료의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오늘은 수면에 관하여 여러 교재와 논문에서 말하는 주장과 더불어 행간(行間)에 숨어있는 의미를 글로써 끌어내어 밝힘으로써 좀 더 깊은 숙면과 더불어 양질의 삶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인간은 밤 9시부터 아침 9시까지 잠을 자라

 

“아침 9시부터 밤9시까지는 활동하도록 태어났다. 허락받지 않는 시간에 잠을 자면 벌을 받는다.”

 

수면에 관한 의견에서 한방과 양방의 견해는 거의 일치한다. 인간이란, 동물과 마찬가지로 해를 등진 존재의 숙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방에서는 적절한 수면 시간을 밤이 시작되는 오경(五更)으로 분류하여 저녁 7시부터 아침 5시까지로 보았으며 양방에서는 생물학적 시계의 일주기에 의한 수면 시간으로 밤 9시에서 아침 9시까지를 수면시간으로 보았다. 이것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겨울에는 저녁 7시가 되면 어두워져 쉽게 잠들 수 있는 환경이지만 여름에는 7시 무렵이면 날이 밝아 잠을 잘 수 없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밤 9시부터 아침 5시까지를 가장 적절한 수면시간으로 보았으며, 양방에서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를 가장 적절한 수면시간으로 보았다.

 

곧 인간의 수면시간은 이르면 밤 7시부터 늦어도 아침 9시에는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임을 얘기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현대인들이 늦게 잠들어(새벽 2~5시) 아침 9시 이후에 기상했을 때 몸에서 이루어지는 생리 현상이다.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 잠을 더 자서 10시나 11시에 일어나면 오히려 몸이 더 피로해지고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이때는 몸에 기운이 없고 의욕마저 사라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된다. 심지어는 인간의 기본욕구인 먹고 싶은 욕구마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을 옛사람들은, ‘인간은 아침 9시부터 밤 9까지는 활동하도록 태어났는데 누워서 잠을 자면 벌을 받아 기운이 소실된다.’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따라서 아예 밤낮이 바뀐 직업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설사 늦게 잠을 자기 시작하더라도 아침 9시 무렵이면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아침 9시에 기상했을 때 수면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피곤해서 도저히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차라리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거나 자는 것을 추천한다.

 

2. 성인의 수면은 최대 8시간을 허락받아

 

수면에 관한 연구에서 수면 구조에 대한 부분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략 7시간 30분에서 8시간의 수면이 적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토대로 실제 수면에 대한 통계도 8시간 수면을 기준으로 정규분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개인에 따라 적절한 수면시간에 차이가 있겠지만 표준인(標準人)을 기준으로 수면시간 기준을 8시간으로 본다면 8시간보다 적게 자면(90짜리의 수면 블록에서 하나 부족한 6시간 정도를 잘 때) 피로를 충분하게 회복하지 못하며 더 많이 자도 오히려 몸이 피곤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숨어있는 뜻을 해석하면 ‘인간은 하늘로부터 8시간의 잠자는 시간을 허락받았으며 더 이상 자면 벌을 받아. 몸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피로해지며 척추가 힘을 잃게 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8시간의 허락된 잠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 일찍 자고 깊게 자는 것이 필요하다. 곧 많이 자는 것으로는 충분히 피로를 해소할 수 없으며 8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휴식하며 회복해 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8시간을 푹 잤는데도 피로가 남아있다면 운동이나 샤워로 피로를 해소하도록 하고 그래도 피로가 풀리지 않으며 거실 소파나 책상에서 앉아서 잠을 자는 것을 추천한다.

 

 

3. 인간 본연의 잠자는 자세는 엎드려 웅크린 자세

 

인간의 잠자는 자세에 대해 2가지를 기억하자. 인간의 진화 양상은 엄마의 태내에서 잉태되어 태어나기까지를 참고로 하면 된다. 이때 태아는 대부분 잠을 자고 있는데 이때의 모습이 인간 본연의 잠자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곧 엎드려 웅크린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유전자가 아직 원시인의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인간이 잠잘 때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워서 자는 모습은 외부의 적에 무방비한 자세이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과 무의식은 불안한 자세이다. 반대로 엎드려 웅크린 자제는 방어하는 모습으로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과 무의식은 안정된 자세다. 원시인의 환경은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으로 인하여 무방비한 자세로 잘 수 없고 방어적인 자세로 잠을 잘 수밖에 없어 인간의 심층 유전자에 엎으려 웅크린 자세로 잠을 자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엎드려 자는 것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며 성인들도 잠이 쉽게 들지 않을 때는 엎드린 자세로 잠을 자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수면을 조절하는 주인공은 단전(丹田)

 

수면의 모습을 파악할 때 정신(精神)의 휴지(休止)나 의식의 꺼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수면의 실제 모습이므로 수면을 유도하고 조절하는 인자를 두뇌에서 찾고 있으며 양방의 수면 유도제가 대부분 뇌신경을 조절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방의 관점으로 보면 수면은 단전의 힘과 관련이 있다.

 

단전이란 배꼽 아래 3~4cm 지점에 있는 실질적인 기관으로 인체 기혈순환의 중심축이며 생체배터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면이란 정신과 마음이 단전으로 수렴되는 과정이다. 단전을 생체배터리의 관점에서 보면 충전의 모습으로, 수면은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이다. 이러한 충전의 모습은 저절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흡입해서 모으는 것이다.

 

여기에서 흡입한다는 것의 목표는 광범위한 의미가 있다. 신(神)의 영역인 의식(意識)과 무의식(無意識), 잡념(雜念)을 포함한 모든 것과 기(氣)의 영역인 기분(氣分) 마음, 감정(感情)을 포함한 모든 것과 정(精)의 영역인 혈액과 영양분, 활동의 잔재를 포함한 모든 것으로 이들이 단전(丹田)으로 흡입되어 에너지로 충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전이라는 생체배터리가 튼튼할 때는 흡입력이 왕성하여 눈만 감으면 신기정(神氣精)의 모든 것이 단전으로 모이면서 쉽게 잠들지만, 어느 순간 생체배터리가 약해지면 눈을 감고 아무리 잠을 청해도 신기정(神氣精)의 모든 것들이 따로 놀고 단전으로 모이지 않아 잠들지 못하는 불면 상태에 이르거나 옅은 수면이 되어 수면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보편적으로 동양적 속설에 ‘어렸을 때는 호흡을 아랫배로 하여 기운이 아랫배(단전)에 있어서 다리가 가만히 있질 못하고, 젊을 때는 가슴으로 숨을 쉬어 기운이 가슴에 있어 웅지(雄志)를 펼치고, 늙어서는 숨을 어깨로 쉬고 기운이 머리에 뭉쳐 말이 많아진다’라고 하였다. 나이에 따라 아랫배의 기운 곧 단전의 힘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쇠퇴와 더불어 충전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생체배터리의 힘이 일정수준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충전 능력인 흡인력이 부족해져서 능동적(能動的)으로 잠을 깊이 자지 못하게 되어 불면이 발생한다.

 

따라서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내 몸의 생체배터리가 망가지기 시작했구나 하고 자각해야 한다. 아울러 더 이상 망가뜨리는 행위를 중단하고 생체배터리를 수리할 방안을 강구하여 불면증을 치료하고 깊이 밤을 잘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의학적 방법으로 단전의 정체를 풀고 단전을 단련하는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면, 일상에서는 잠을 잘 때 단전에 의식을 두거나 단전에 소금 주머니를 올려 두고 자는 방법으로 단전의 힘을 일시적으로 돋워 주어야 한다.

 

5. 심장이 튼튼한 사람이 깊은 잠이 들어

 

우리가 깊게 수면을 취하는 사람을 볼 때 무심히 하는 말이 “맘 편히 푹 잔다.”라고들 한다. 왜 몸 편히 푹 잔다고 하지 않고 마음 편히 푹 잔다고 말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여기에는 2가지 중복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잠자는 것이 마음이 안정되면서 침잠되는 행위이며 감정이 순화되는 과정으로 마음이 강인하고 편안해질 수 있는 사람은 기운의 흐름도 안정되면서 쉽고 깊게 잠을 잘 수 있음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수면 중 이루어지는 휴식과 회복의 과정에서 능동적인 심장의 활동변화와 연관이 있다.

 

곧 수면 중 이루어지는 심박수의 변동을 심장이 능동적으로 조절해야 깊은 숙면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이러한 변동을 조율하지 못하게 되는데 특히 숙면으로 진입하는 심박동이 낮아지는 순간을 못하면서 깨게 된다. 그 때문에 도둑질하고도 맘 편히 잘 수 있는 양심에 털이 난 사람이 깊게 잘 수 있고 마음이 약하고 착한 사람들은 깊은 수면을 많이 방해받는다. 이처럼 수면은 물리적인 심장과 정서적인 마음이 두 가지 모두 튼튼한 사람이 깊게 이룰 수 있다.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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