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이렇게 하다가는

2023.02.01 11:41:48

고향사랑기부금에 전부와 지자체는 더욱 신경을 써야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84]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시골의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쓸 돈을 아껴가면서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어 공부시킵니다.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취직을 하면 세금은 어디로 갑니까? 시골이 아닌 도시로 빨려 들어가지요. 아들과 딸을 위해서 시골의 부모님은 먹을 것 쓸 것 아끼며 열심히 ‘선행투자’를 해서 인재로 키워내지만, 그 결과는 시골로는 전혀 돌아오지 않습니다.”​

 

2006년 3월 8일 일본경제신문의 칼럼난 ‘십자로(十字路)’에 이런 글이 실렸다. 글의 제목은 ‘지방을 다시 본다 후루사토 세제’(地方見直す「ふるさと税制」)였다. 글 쓴 사람은 무라구치 가즈타카(村口和孝)라는 한 벤처 캐피탈리스트였다.​

 

무라구치 씨는 일본 시고쿠 섬의 동쪽에 있는 도쿠시마 현의 어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이렇다 할 산업도 없는 곳이어서 이곳 젊은이들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도시로 빠져나갔다. 무라구치 씨도 예외는 아니어서 졸업하면서 도쿄의 대학에 진학했고 이어 게이오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벤처회사에서 14년 동안 일한 뒤 개인형 벤처 캐피털을 설립해 사업에 성공한다. ​

 

무라구치 씨는 이러한 자신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며 시골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 성공시키기 위해 일종의 ‘선행투자’를 한 것인데, 그 결과가 아무 보람도 없이 도시로만 가서 쓰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고 지방 출신자들이 세금의 일부를 출신지에 납부하여 그 돈을 지방에서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향 납세’를 칼럼에서 제안한 것이다. 이 칼럼에 대해 정치인들이 이를 거론하면서 고향 납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마침 비슷한 시기인 그해 10월, 후쿠이현의 니시카와 카즈미(西川一誠) 지사도 도시와 지방의 격차, 세수문제 등을 고민하던 차에 ‘고향기부금공제’ 도입을 제언하게 된다.

 

 

이 제안을 받고 당시 총무상이던 스가 요시히사(菅義偉) 전 총리가 제도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2008년 5월 고향기부금공제제도가 시작된다. 이 제도의 명칭도 고향을 뜻하는 일본어 ‘후루사토(ふるさと)를 살려 ’후루사토 납세‘라고 했다. ​

 

이웃나라 일본의 이 제도가 성공을 거두자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주목하게 되어 이 제도의 도입 여론이 일었고, 그렇게 해서 이 제도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란 이름으로 2021년 9월 2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시기를 2023년 1월 1일부터로 정했다. 그러므로 올해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는 것이다. ​

 

일본에서는 ‘납세’라는 이름을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향사랑 기부금'이 되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복리 증진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제공받거나 모금을 통해 취득하는 재원으로 고향발전에만 쓰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민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자치단체는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지자체는 해당 기부금을 주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다만 기부액은 연간 500만 원으로 제한되며, 기부액 10만 원까지는 전액(100%),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를 세액공제 해준다. 답례품의 경우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지자체 관할 구역 안에서 생산ㆍ제조된 물품이나 통용되는 유가증권(지역사랑상품권 등)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현금ㆍ귀금속류ㆍ일반적 유가증권 등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지 못하는 것은 제외된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만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ㆍ접수할 수 있다. 그리고 지자체는 ▷개별적인 전화, 서신 또는 전자적 전송매체 ▷호별 방문 ▷향우회, 동창회 등 사적인 모임에 참석ㆍ방문해 적극적으로 기부를 권유ㆍ독려하는 방법 등으로 모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의 기부 또는 모금을 강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기부금의 기부 또는 모금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권유ㆍ독려한 공무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해서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만을 권장하고 있다. ​

 

이 제도의 성공은 자기가 떠나온 고향에 대해 기부금을 보내고 고향의 특산품 등으로 보내주는 답레품이 기부자들에게 유용하거나 마음에 드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이웃나라의 경우 ‘후루사토 초이스’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져 있어, 여기에는 전국에서 제공되는 특산품이 모두 망라되고 자세한 정보가 실려 있어 자신이 원하는 지역특산품을 골라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한 정보제공을 통해 기부금이 잘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

 

 

이웃 나라가 자신들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먼저 시작한 방책이지만, 그것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다 같이 이 제도가 안착하도록 마음을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열흘 전 설에 고향을 다녀온 분들, 아마도 대부분이 고향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자식도 없이 쓸쓸하게 고향을 지키는 부모들을 생각하며 도시라는 객지에 나와서 우리끼리만 호의호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가슴이 아팠을 것인데, 이런 고향사랑 기부금제도가 성공해서 고향이 지금보다도 훨씬 아름답고 정겨운 고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우리들의 아쉬움과 죄송함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도 큰마음먹고 기부에 동참하는 분들을 위한 알림과 선물 선택 준비 등에 세심한 신경을 써주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라고 하는데 중앙 정부건 지자체들이 열심히 준비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조치가 정부 실무진의 실수로 2년 뒤인 2025년 시행되도록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고 뒤늦게 고치겠다고 한다. 내고향 특산물로 추천하는 것이 엉뚱한 것이 올라온다는 소식에다 받고 싶은 특산물이 없다는 푸념도 들린다.

 

모처럼 내고향을 위해 마련된 제도, 이 제도를 꽃피우려면 지금이라도 더 점검해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더 많이 알리고 각 지자체에서도 강제가 아닌 공지와 권유로 많은 분이 고향을 위해 지갑을 열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동식 인문탐험가 ld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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