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우스에 150년 앞선 탁영거문고

2023.02.02 13:01:02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9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 중기의 사대부 화가 낙파 (駱坡) 이경윤( 李慶胤, 1545∼1611)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에는 한 남자가 달을 보며 무심하게 거문고를 탑니다. 그런데 이 거문고는 줄이 없는 무현금(無絃琴)입니다. 줄이 없는 것이 거문고일 수가 있나요? 중국의 도연명이 음악을 모르면서도 무현금 하나를 마련해 두고 항상 어루만지며 ‘거문고의 흥취만 알면 되지 어찌 줄을 퉁겨 소리를 내야 하랴.’했다는 그 무현금이지요.

 

 

선비들이 마음을 닦기 위해 연주했다는 거문고. 그래서 줄이 없어도 가능했던가 봅니다. 거문고를 즐겼던 안평 대군(安平大君)과 임영 대군(臨瀛大君)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세조는 배우지 않았어도 거문고를 잘 타서 아버지 세종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피리를 불자 학이 날아와서 춤을 추었다는 세조는 그러나 거문고로 마음을 닦은 것이 아니어서 조카 단종을 죽였는지도 모릅니다.

 

“아! 이 오동은 / 나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 서로 기다린 게 아니라면 / 누구를 위해 나왔으리오.” 위 시는 지금 전해지는 거문고 가운데 오래됐다는 ‘김일손 거문고’(다른 이름 ’탁영거문고‘)에 새겨진 것입니다. ’김일손거문고‘는 탁영 김일손(1464~1498)이 27살이던 성종 21년(1490)에 100년 된 헌 문짝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김일손은 무오사화의 대표적인 희생자로 연산군 4년(1498) 그의 나이 34살에 능지처참을 당했지만 영원히 ’김일손거문고‘에 살아 있습니다. 1644년에 만들어진 서양 현악기의 걸작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보다 무려 150년이나 앞선 탁영거문고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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