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일상에서 가장 빈번한 질환이 감기(感氣)와 체기(滯氣)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스스로 치유되기도 하며 한약이나 양약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치료되지만 소홀하게 대처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감기 증상은 되도록 초기에 해결해야 하는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스스로 3일 이내에 정리되는 것이다. 그다음은 한약이나 양약의 도움을 받아서 3일 이내에 치료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치료 능력이 부족할 때 자연치유력으로 치료하려고 버틸 때 3일이 지나면 몸에 부담과 생체리듬이 흐트러져서 자연치유가 되었다 하더라도 약으로 치료된 것보다 후유증이 커진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1~3일 뒤에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감기 바이러스가 상부 호흡기계에 어느 정도 침투했는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인데 콧물, 코막힘, 목 부위의 통증, 기침과 근육통이 흔하게 나타난다. 성인에게서 열이 나는 경우는 드물거나 미열에 그치지만, 어린이에게서는 발열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결막염이 동반되어 눈물이 날 수도 있다. 환자의 나이, 기존에 앓고 있었던 질환, 면역상태 등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감기의 경과 중에 다른 합병증이 없어도 콧물이 진해지고, 누렇거나 푸르게 변하기도 한다.
감기의 종류
감기 초기에는 질병명을 붙이기보다는 감기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때 드러나는 양상에 따라 여려 계열의 감기 증상이 있는데 드러나는 특징에 따라 잘 대처하여 정리되면 몸에 후유증이 적은 상태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① 콧물감기
대부분 감기는 호흡기 통로를 통해 유입된다. 호흡기 통로의 감기 가운데 코의 점막에서 인두편도(아데노이드)까지의 구역에 국한하여 바이러스가 유입될 때 인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콧물이 나는 모양새의 감기가 된다. 곧 코의 점막과 아데노이드에서 바이러스의 유입이 인지되었을 때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면역물질을 함유한 코의 점액 분비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코는 온도와 습도조절, 세균과 바이러스 먼지를 걸러내는 정화작용, 뇌의 열을 식혀주는 라디에이터 역할을 한다. 코가 이러한 외부의 과중한 부담(세균, 바이러스, 먼지, 급격한 온도 습도 변화, 알레르기 항원)을 받게 되면 코의 점막이 과도하게 자극되어 점액을 과잉되게 분비하게 되고 이러한 점액들이 섬모의 운동으로 목뒤로 넘어가기 전에 콧속은 많은 점액으로 들어차게 되고 급기야 밖으로 뚝뚝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콧물이다.
재채기는 콧속의 점막에 해로운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일상적인 코점막의 대사 작용과 면역 작용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적극적인 인체의 방어 작용이다. 따라서 재채기를 3~4회 한 뒤 코를 한번 풀고 나니 증상이 개선되었다면 스스로 이겨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재채기를 연발하거나 재채기 이후에 콧물 코막힘이 심해졌다면 스스로 정리하기 버거운 상태다.
코가 가렵고 재채기가 있다가 맑은 콧물을 흐른다. 증상이 심해지면 코막힘이 발생하고 콧물이 찐득해진다. 하지만, 가벼운 감기로 대부분 쉽게 자연치료가 이루어지는데 비염환자는 비염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② 목감기
호흡기 통로를 통하여 바이러스가 유입되었을 때 면역의 1차 관문이 인두편도다. 가벼운 침입은 코의 점액과 인두편도의 면역 반응으로 해소되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신 증상이 시작된다. 전신 증상 가운데 호흡기 통로에서 이루어지는 증상으로 인두편도 부종과 인후의 부종 증상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목의 불편함과 통증이 발생한다.
“목이 아프고 따갑게 느껴지며 음식을 삼킬 때 아프다. 목젖이 빨갛게 붓거나 편도선이 부어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목이 가렵고 따거우면서 기침을 한다.”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목감기부터가 진정한 감기의 시작이라 할수 있으며 3일 이내에 호전되지 않으면 한약이나 양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③ 열감기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발열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호흡기 점막을 통과하여 혈중으로 유입되었을 때 몸에서 이를 인지하여 제거하기 위한 면역 반응이다. 이는 인체의 면역 기능을 증강시키기 위한 우리 몸의 능동적인 방어 작용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인체의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어 백혈구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발열 과정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인체 저항력의 표현이며 몸의 정상적인 생리반응이다. 그러므로 인체의 방어기능이 활발히 진행되고 바이러스가 제거되면 과잉된 체열을 땀과 더불어 방출하면서 인체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방어 작용은 발열과 발한, 약간의 오한이 반복하여 일어난다. 따라서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현상은 몸이 바이러스에 잘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므로 체온이 2℃ 정도 오른 상태는 그냥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면역력이 취약하거나 바이러스의 패턴이 비정상적일 때는 발열이 지속되거나 정도 이상으로 높아져서 오히려 몸의 대사 기능의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39도 이상 발열이나 3시간 이상 발열이 지속된다면 한방이든 양방이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신에 발열이 나며 때로는 춥다고 하고 때로는 덥다고 한다.”, “고열이 나면서 손발은 차갑고 목이 아프다. 입술이 마르고 식욕이 저하되어 음식을 먹지 않는다. 복통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 토하거나 설사를 한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때 유입된 바이러스에 대하여 효과적인 작용을 마친 경우 끌어올렸던 열을 다시 안정시키기 위하여 땀이 난다. 따라서 땀이 나는 경우 쉽게 치료가 되지만 땀이 나지 않을 때는 스스로 치료가 더디다.
④ 몸살감기
감기 바이러스가 호흡기 점막으로 유입되어 전신에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와 피부로 유입될 때에 몸이 예민해지는 과정이 발생한다. 곧 외부의 침입에 대하여 온몸이 극도의 방어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이때 몸의 대사 항진과 대사 부진의 리듬을 타면서 통증이 드러난다. 특히 몸이 예민해지면서 건드리면 아플 것 같은 증상이 시작되어 두통이 있거나 전신의 관절과 근육에 통증이 있다.
몸살만 드러나는 경우와 땀이 나고 열이 오르는 증상이 병행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몸의 면역체가 적극적으로 방어 작용을 하는 중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단 몸살의 정도가 심하면 혈관과 근육의 위축으로 전반적인 혈액 순환의 장애가 이루어지고 무기력해지므로 가벼운 활동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기침감기
기침은 우리 몸의 중요한 방어 작용의 하나이며, 가스, 세균 등의 해로운 물질이나 다양한 이물질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침이라는 반사 작용을 통하여 막아주는 것이다. 또한 흡입된 이물질이나 기도의 분비물이 기도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여 항상 기도를 깨끗하게 유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기침은 후두를 포함한 기도의 자극에 따라 반사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연기, 먼지, 이물 등의 외부물질의 흡입에 의한 기도 자극, 가래나 콧물, 위산 등의 내부 분비물질에 의한 자극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기침하는 경우 2가지 모습이 있다. 하나는 목감기에서 목이 가렵고 따가우면서 이루어지는 가래가 없는 기침이다.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가 기관지까지 침입하여 기관지 점막에서 점액량이 늘어나 가래가 생기기고 가래량이 많은 경우 폐포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침이라는 반사 작용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고 가래가 낀 기침이거나 가래가 없는 기침을 한다. 보통 콧물감기가 오래 진행되면 나타나는데 곧바로 기침을 하기도 있다. 따라서 가래가 동반된 기침을 하고 점점 진행되면 기관지 점막이 부어서 호흡이 거칠어지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가래 기침, 호흡 거침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요구된다.
⑥ 방광염감기
감기 바이러스의 유입은 우리 몸의 피부와 점막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막을 통한 유입 중의 하나로 요도를 통하여 방광으로 침입하여 감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발열과 오한 같은 전신 증상은 없으나 잦은 소변, 오줌 눌 때 통증, 급박한 배뇨감 등이 일어나며 은은한 미열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감기와 큰 차이는 없으나 방광염 감기는 감기로 인식하지 않아 치료를 등한시하여 만성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급성 방광염이 잦으면 이것도 혹시 감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