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보통 날씨가 추워지거나 환절기가 다가오면 “감기 조심하세요!”란 광고가 떠오른다. 이런 감기보다 무서웠던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을 거쳐 조금 안심하려는 차에 올봄에 유난히 감기가 극성을 부려서 많은 어린이가 고통을 겪고 있다.
사회 분위기가 코로나19에 해방된 것 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하루 평균 10,000명 정도 감염자가 유지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철저한 역학조사와 검진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실질적으로는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겨울과 봄만 되면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는 독감도 꾸준하게 유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통적인 감기바이러스마저도 극성을 부리기에 올봄은 유독 힘이 든다. 실질적으로 질병관리청 통계로도 3월 말부터 현재까지 호흡기계 환자 수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늘었는데 증가치 대부분이 감기 환자로 여겨진다.
독감과 같은 유행성 감기와 보통 감기, 코로나19등 많은 호흡기 질환이 현재 유행하고 있지만 감기가 아닌 심각한 질환이 동반된 경우가 있으니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1. 열감기와 다른 체기 또는 병행된 경우
아이들에게 열이 나면 먼저 감기를 떠올린다. 실제 대부분 감기의 시작인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체하기만 해도 열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감기와 체기(滯氣)가 병행되는 경우도 뜻밖에 많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열이 날 때 감기를 의심하는 한편, 더불어 체기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체기(滯氣)만으로 열이 나면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상태를 보인다. 곧 머리로 열이 올라오고 얼굴은 홍조를 보이며 입술이 바짝 마르는 상열증상과, 더불어 손발이 싸늘할 정도로 차갑고 때로는 복통과 설사 혹은 변비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감기보다는 체기를 우선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감기(感氣)와 체기(滯氣)가 병행되면 전반적으로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감기는 외부의 침입으로 인해 내 몸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며 특히 호흡기 점막과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소화기 점막의 기능도 같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체기는 아니라도 소화능력이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특히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식욕이 없어지게 된다. 잘 안 먹으려 하고 입술이 마르기 시작하면 체기가 병행되었다고 인식하고 이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 곧 3일을 굶겨도 좋으니 일부러 음식을 먹이려 하지 말고 원하는 만큼만 주도록 하며 치료할 때 체기를 먼저 풀어주거나 체기와 감기의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인플루엔자 혹 2차 감염(폐렴, 결핵 등등)
흔히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 혹은 유행성감기는 A형 또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이 높은 급성 열성호흡기질환이다. 예전에는 심한 감기를 독감이라 하였는데 최근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뜻한다.
독감은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피로감ㆍ식욕부진 등 전신에 갑자기 증상이 드러나면서 인후통, 기침, 콧물ㆍ코막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감기와 유사하게 발열 증상 없이 호흡기 증상만을 보이는 때도 있어서, 기침을 하거나 목이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감기에 걸렸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독감으로 대표되는 인플루엔자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와 비교해 정도가 심할 뿐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폐렴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감기와 감별진단 되어야 한다.
감기와 인플루엔자의 구분
감기와 독감 모두 조기에 치료되지 않고 진행되면 마지막으로는 폐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곧 호흡기 통로의 마지막 종착지인 폐포까지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발열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이 거칠면서 곤란한 상태가 드러나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3. 부비동염, 중이염
일반적인 만성 비염은 코와 부비동의 기능저하 현상으로 코와 주변부에 불편한 증상이 드러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비염이 심해지면 호흡기 통로를 따라 편도 부종과 편도선염, 인후부가 붓고 가래가 나오며, 기관지 점막이 붓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비동의 부담이 심해지면서 부비동염과 축농증, 중이염 증상이 드러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증의 흐름과 엇비슷하여 감기로 오인되기 쉽다. 곧 비염인데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으로 판단해서 감기약만 먹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감기인데 비염인줄 알고 치료를 등한시하다가 감기가 심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심한 부비동염의 경우 실질적으로 호흡기 감염증과 똑같은 상황이 되어 오한, 발열, 안면통의 증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감기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비염 소견이 있는데 그 정도가 심해지면 감기를 의심하는 것과 더불어 부비동염이 심해진 것도 같이 관찰해야 한다.
4. 장염, 복막염, 영아산통
외부로부터의 감염은 피부와 점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침입이 음식물을 따라 소화기 점막으로 유입되어 우리 몸에 침입하려 하면, 소화기장관의 면역시스템이 발동하여 이를 방어하게 된다. 이러한 방어기제의 부하가 발생하였을 때 이른바 비상사태가 되어 소화기 장관에 급성 염증성 변화가 드러나는데 이를 급성 장염이라 한다.
이러한 급성 장염 가운데 가령 세균성 장염, 바이러스성 장염처럼 원인이 분명해서 그 이름이 붙을 때는 감기 증상과 양상이 비슷하다. 곧 발열이 드러나면서 복통, 구토, 설사 등을 호소하고 심하면 고열과 체온저하가 반복되는 경우마저 생긴다. 특히 아이의 경우 감기 증상을 보이는데 배가 아프거나 토하거나 지속적으로 울 때는 장염을 의심해보고 대처해야 한다.
이 밖에 복막염, 영아산통일 때도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잘 관찰하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