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에 눈물짓고, 두 걸음에 한숨 쉬며

  • 등록 2024.01.02 1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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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 66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심청이 죽으러 뱃사람들을 따라 떠나가고, 심봉사는 공양미 300석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서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기절하게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한걸음에 눈물짓고, 두 걸음에 한숨 쉬며”라는 심청이가 뱃사람들을 따라가는 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가는 길이 즐겁고, 신이 나는 행차가 아니다. 천근의 몸으로 가기 싫은 길을 한걸음, 한걸음, 옮겨 놓는 상황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심청이가 죽으러 가는 길, 슬픔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는 부분인데, 신나게 서두를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슬픔으로 가득 찬 계면조의 소리 일색이라고 해도, 분위기의 반전은 필요한 법이다. 한 시간 내내, 또는 그 이상을 눈물만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청가에도 맹상군 이야기도 나오고, 뺑덕어미 이야기도 그리고 다음에 이어질 <범피중류> 대목처럼 넓은 바다를 헤쳐 나가면서 주위의 경관을 감상하는 우조의 느낌도 나와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악기(樂記)》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애심(哀心), 희심(喜心), 노심(怒心), 낙심(樂心), 경심(敬心), 애심(愛心) 등 여섯 종류로 구분하고 그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느낌이 형성되게 마련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철학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동일하게 중요한 것이리라.

 

심청이 그들을 따라가는 모습이 마치 보이듯, 묘사되고 있는 대목이어서 여기에 일부 옮겨보기로 한다.

 

마지막 심봉사의 절규는

“못 가지야, 못 가지야, 날 버리고 못 가지야. 아이고, 이놈의 신세보소. 마누라도 죽고, 자식까지 마저 잃네.”

엎뎌져서 기절을 하니, 동네 사람들은 심봉사를 붙들고, 심청은 선인들을 따라 간다.

 

다시 심청이 이야기로 돌아온다. 이별하기 직전에는 분을 참지 못한 심봉사가 다음과 같은 얘기로 뱃사람들을 설득도 해 보기도 한다.

 

7년 동안 가물 적에 사람 잡어 빌라 허니, 탕임금이 백성을 위해 비는데, 사람을 제물로 해서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임금은 스스로 백성을 위해 기우제를 지내는데, 백성이 희생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임금 스스로 손발톱, 머리카락 등을 죽은 뒤에 묻게 하고, 흰 풀로 뽕나무밭에 들어가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 연후에 충분한 비가 내려서 백성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봉사의 이러한 설득도 뱃사람들에겐 별무신통이어서 심청은 뱃사람들을 따라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보이듯, 묘사되고 있어 소개한다.

 

끌리난(끌리는) 치맛자락 거듬 거듬이 걷어 안고,

흐트러진 머리채는 두 귀밑에 와 늘었구나.

비와 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무친다.

엎뎌지며 자빠지며 천방지축 따라간다.

(가운데 줄임)

너희들은 팔자 좋아, 부모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 부친 이별하고,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가운데 줄임)

춘조난 슬피 울어 백반제송허는 중에

 

묻노라 저 꾀고리, 어느 뉘를 이별하고,

환우성을 제서 놀고, 뜻밖의 두견이 소리,

피를 내여 운다마는 야월공산 어디 두고.

진정제성 단장성은 네 아무리 불여귀라.

가지 우에 앉어 운다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어느 년, 어느 때나 돌아오리?.

바람에 날린 꽃이 얼굴에 와 부딪치니, 꽃을 쥐어 손에 들고,

 

약도춘풍 불행의면 하인취송의 낙화내라.

한 무제 수양 공주 매화장에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수원수구(誰怨誰咎)를 어이하리?.

한걸음에 눈물을 짓고, 두 걸음에 한숨 쉬어 ,

울며불며 끌리어 강두로만 내려간다.

 

윗글에서 ‘환우성(喚友聲)’은 벗 부르는 소리, ‘진정제성(盡情啼聲)’은 마음을 다해 구슬프게 우는 소리, ‘약도춘풍 불해의(若道春風 不解意)’란 봄바람이 내 뜻을 알지 못한다면, ‘하인취송의 낙화래(何因吹送 落花來)’란 어찌 내게로 이 꽃잎을 날려 보내겠느냐는 뜻이다.

심청이 뱃사람들을 따라가는 대목에도 시(詩)적인 표현들이 많다.

돋보이는 노랫말들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한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감상이 될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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