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래버 베넷' 전(展)

2024.02.15 11:27:57

해방 후 ‘나비부인의 딸’로 오인당한 그녀 삶의 진상을 캐다
인천관동갤러리서 2월 25일 개막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개항 초기 20대 초에 인천으로 건너와 40여 년을 이곳에서 지냈고, 지금도 인천에 잠들고 있는 여성, 하나 글래버 베넷. 광복 뒤 ‘나비부인의 딸’로 오인당한 그녀 삶의 진상, 인천 영국영사관 건물의 구조 등, 베일에 가려져 왔던 역사의 진실이 밝혀질 전시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에서 보존되어 왔던 글래버 가문 앨범, 영국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굴한 자료 등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귀중한 자료를 통해 보는 개항 초기 인천의 생활, 그리고 영국영사관의 모습. 남다른 집념을 가진 나가사키 연구자들의 발표로 인천과 나가사키의 인연이 새로운 마당을 연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자 인천과 일본 나가사키를 잇는 항로가 개통되었고, 바다를 건너 인천 외국인거류지에 정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1897년 나가사키에서 배를 탄 사람들 사이에 20대 초반의 젊은 하나 글래버 베넷의 모습이 있었다. 하나는 일본에서 활약하는 영국계 상인 토마스 글래버를 아버지로, 일본 여성 아와지야 츠루를 어머니로 둔 여성이다.

 

하나는 친정집인 나가사키 글래버 저택에서 홈링거상회 직원인 영국인 월터 베넷과 화촉을 밝히고 나서 남편의 근무지인 인천을 향해 바다를 건넜다.  그 후 남편 월터 베넷은 인천 영국 영사 대리직을 맡았고, 하나가 낳은 네 남매를 포함한 가족은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웅장한 저택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60대가 된 하나는 1938년 숙환으로 이 저택에서 사망하여 인천역 근처에 있던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개항기 인천역 근처에 있던 외국인 묘지는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으로 두 차례 옮겨졌다. 하나 글래버 베넷의 묘역은 다른 외국인 묘지보다 더 크다.

 

광복  뒤 구 글래버 저택이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무대라고 오인한 나가사키시 향토사학자들의 발표로 인해 글래버 저택이 나비부인의 집이라는 허설이 퍼지게 되었고,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하나가 나비부인의 딸이라는 잘못한 정보가 퍼지게 되었다.

 

인천가족공원에 세워진 묘비 해설문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소재와 무대가 되었던 나가사키의 무역상 글로버 집안의 딸”

 

이번 전시는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지역과학연구소가 주최하며 모두 14장의 패널과 2개의 영국영사관 건축 모형으로 이루어진다. 패널에는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이 소장 중인 귀중한 사진들, 미국이나 영국 등지의 공문서관, 자료실의 자료 등을 철저히 조사하여 밝혀낸 내용이 공개된다.

 

두 차례 개축된 인천 영국영사관 건물 이야기

인청항 개항 직후의 초대 영국영사관 건물(1884~1897)은 나가사키 우메가자키에 있던 요정 ‘로얄 오크’를 1884년 인천으로 이전해 건축한 것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비숍 버드는 '조선기행'(1898)에서 이 영국영사관을 객실도 없는 비좁은 건물로 묘사했다. 

2대 영국영사관 건물(1897~1915)은 단층 'ㄴ'자 모양으로 남쪽에 베란다가 있다. 동쪽에 사무실, 남쪽엔 침실 두 개, 북쪽에 부엌과 하인방이 있다. 

경술국치 이후 각국조계가 폐지되면서 1915년 영국영사관이 폐쇄됐고 영사는 이곳을 떠났다. 그 후 주인을 잃은 영사관 건물에 베넷 일가가 이사왔다.

3대 영국영사관(1915~1950)은 'ㄷ'자 모양인 단층 벽돌로 된 건물로 남쪽에 베란다가 있다. 별채로 마구간과 경비실이 있다. 대문에서부터 손님과 가족을 위한 길, 영사관 직원을 위한 길, 하인을 위한 길 등 세 개의 길이 나있다.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지역과학연구소가 주최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14장의 패널과 영국영사관 건축 모형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패널에는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이 소장 중인 귀중한 사진들, 미국이나 영국 등지의 공문서관, 자료실의 자료 등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낸 내용이 공개된다.

전시와 함께 나가사키 연구자의 발표도 진행된다. 브라이언 바크-가프니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명예교수는 하나 글래버 베넷의 일생을 주제로 2월 25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온라인 발표를 진행한다. 

 


3월30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글래버 가문 앨범을 통해서 본 인천 영국영사관을 주제로 야마다 유카리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공학부 교수가 발표를 진행한다.

전시 기간 동안 인천관동갤러리에서 나가사키 거주 연구자인 브라이언 바크-가프니 교수가 펴낸 책자 《사진으로 뒤돌아보는 하나 글래버 베넷의 일생》을 판다. (6,000원, 한‧영‧일어 B5판 44쪽)

 

*전시 및 개막식 강연 일정*

 

* 전시기간 : 2월25일(일)~3월30일(토) 10:00~18:00 (금토일 개관)     

* 2월25일(일) 오후3시~4시반 하나 글래버 베넷의 일생 (온라인으로 연결해 진행)

  브라이언 바크-가프니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명예교수)

* 3월30일(토) 오후3시~4시반 글래버 가문 앨범을 통해서 본 인천 영국영사관

 야마다 유카리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공학부 교수)

 

기억과 재생의 전시공간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38)

전화 : 032-766-8660

gwandong14@gmail.com

관장 : 도다 이쿠코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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