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애 명창 <심청가> 완창에 청중 추임새로 환호

2024.04.22 12:49:01

민속극장 풍류, 유영애 강산제 판소리 완창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범피중류(泛彼中流), 등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蒼海)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헌 남은 소래, 어적(漁笛)이언마는

   곡종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렀다.” (아래 줄임)

 

어제 4월 21일 낮 2시 서울 삼성동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심청가' 예능보유자 유영애 명창의 강산제 판소리 완창 공연에서 심청가 가운데 눈대목으로 널리 알려진 ‘범피중류’가 유영애 명창의 구성지며 중하성에 강한 소리로 울려 퍼졌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해설을 맡은 광주시립극장 장명한 수석은 “유영애 명창은 심청가'와 '흥보가' 등 60여 회 넘게 완창 무대를 펼쳐왔다. 오늘로써 완창이 61회 환갑을 맞이한 것이다. 그 엄청난 공적을 유 명창은 만들어 냈다.”라고 감탄했다. ‘완창(完唱)’이란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민속문학사전》에 “판소리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부르는 일. 박동진(朴東鎭)이 1968년 9월 30일 서울 남산에 있는 국립국악고등학교 강당에서 다섯 시간 반에 걸쳐 <흥보가(興甫歌)>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 것이 효시가 되었다.”라고 풀이해 놓고 있다. 그 어려운 완창을 환갑 나이 만큼 61회째라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국립극장은 1984년 시작된 이래 당대 으뜸 명창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이자,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값어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완창판소리>를 40여 년 동안 이끌어 오며 소리꾼에게는 으뜸 권위의 판소리 무대를, 관객에게는 명창의 소리를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판소리 완창이라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도 사실 3시간여의 짧은 것으로 완벽한 완창이라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기자는 5년 전 대전시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 고향임 명창의 8시간 30분에 걸친 <춘향가> 완창무대를 취재한 뒤 몸이 안 좋아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는데 이를 무대에서 소화해 내는 소리꾼으로서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까가 짐작이 되고 남는다.

 

전날 국가무형유산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보유자 이재화 명인의 공개행사를 감상한 뒤 연이틀 민속극장 풍류에 온 기자는 취재에 힘은 들지만 명인ㆍ명창들의 연주와 소리를 감상하는 행복을 누린다. 전날 이재화 명인이 부차적인 것보다는 오로지 거문고 연주에만 매달린 것처럼 이날의 유영애 명창은 아니리나 발림도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오직 소리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소리 공연에선 추임새가 절대 빠질 수가 없다. 그런데 이날 공연이 70대 후반의 명창에겐 무리일 수도 있었던 5시간 완창이었는데,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청중의 추임새와 큰 손뼉은 명창이 공연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게 해주는 명약이었다. 물론 이러한 추임새는 소리꾼과 청중의 완벽한 소통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기에 유 명창의 완벽한 내공과 혼신을 다한 소리가 청중에게 감동을 준 까닭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날 공연에서 고수로는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국립국악원민속악단 지도단원인 조용복 명고와 역시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을 받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장단 보유자 조용안 명고가 함께했다.

 

공연을 지켜 본 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는 “유영애 명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약과 고저가 안정적이었고, 청탁이 완벽했다. 또한 그 긴 시간 사설치레에 흠잡을 데가 없었다. 나는 원래 유영애 명창의 뛰어난 소리 실력이야 가늠하고 있었지만, 근래에 본 판소리 공연 가운데 가장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극찬했다.

 

풍납동에서 온 한주희(58) 씨는 “판소리를 좋아하지만, 완창공연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5시간이란 적지 않은 시간 지루할 틈 없이 소리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유영애 명창의 혼신을 다한 공연에 나도 모르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긴 사설을 다 외워서 소리하고 아니리와 발림을 적절히 섞어 5시간을 무대에 서 있다는 것은 감동을 넘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13살에 여성국극에 매료되어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유영애 명창. 이후 성우향으로부터 〈춘향가〉, 한농선으로부터 〈흥보가〉, 조상현으로부터 〈심청가〉를 배운 명창은 2001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명창의 〈심청가〉는 박유전-정재근-정응민-조상현으로 이어지는 바디로 목이 실하고 소리가 구성지며, 하성의 배음(倍音)에 해당하는 중하성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귀한 유영애 명창의 <심청가> 완창 무대는 이렇게 꿈꾸는 봄날에 마무리되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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