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초기작 「북원수회도첩」 보물 지정

2024.06.28 11:32:36

조선시대 전적 및 불화ㆍ불상 등 4건도 각각 보물 지정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진경산수의 대가 정선의 기록화가 담긴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을 비롯해 「도은선생집」 등 모두 5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鄭敾 筆 北園壽會圖帖)」은 1716년(조선 숙종 42) 과거 급제 60년을 맞은 이광적(李光迪, 1628~1717)이 9월 16일 회방연(回榜宴)을 치른 뒤 10월 22일 장의동의 집에서 같은 동네 노인들을 모아 기로회(耆老會)를 연 것을 기려 만든 서화첩이다. 이 행사는 정선의 외삼촌 박견성(朴見聖)이 주도하여 열렸다. 모두 20장 40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맨 앞에는 ‘북원수회도’가 수록되어 있으며 참석자 명단인 좌목과 시문, 발문(跋文)이 포함되어 있다. 좌목에는 기로회 참석 대상이 나이순으로 적혀 있으며 이어서 좌목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시가 모임에 앉은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다.

* 회방연: 과거 급제 60년을 맞아 치르는 잔치

* 기로회: 나이가 많아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들의 모임

* 발문: 작품의 마지막에 실리며 전체적인 내용, 제작 경위 등이 담김.

 

 

이 작품은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화가인 정선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는 점에서 미술사로 중요하다. 또한, 숙종 후반기에 활동한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 관련한 시문들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값어치뿐 아니라 역사적 값어치도 높다.

 

전남대학교도서관 소장 《도은선생집(陶隱先生集)》은 고려 말의 학자인 이숭인(李崇仁, 1347~1392)의 시문집이다. 이 책은 처음 1406년(태종 6)경 태종의 명령으로 변계량(卞季良)이 시집(詩集) 3권 및 문집(文集) 2권으로 엮고 권근(權近)이 서문(序文)을 지어 금속활자로 펴냈는데, 이번 지정 대상 본은 그 후 다시 목판으로 판각해 찍은 것으로, 11행 19자 형식이다.

* 서문: 책을 소개하는 글로 대개 책의 앞부분에 실림.

 

 

지정 대상 본은 이미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다른 목판본 《도은선생집》과 달리, 권근(權近)을 포함한 주탁(周倬)ㆍ정도전(鄭道傳)의 서문과 이색(李穡)ㆍ장부(張溥)ㆍ고손지(高巽志)의 발문(跋文)이 온전히 전한다. 또한, 이숭인의 시문뿐 아니라 《고려사》ㆍ《고려사절요》 및 《태조실록》ㆍ《태종실록》 등에서 확인되지 않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이들 관찬 사서를 보완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학술 값어치가 높다.

 

「영덕 장륙사 영산회상도(盈德 莊陸寺 靈山會上圖)」와 「영덕 장륙사 지장시왕도(盈德 莊陸寺 地藏十王圖)」는 화기(畵記)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64년(영조 40)이라는 제작 연대와 화승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이다.

* 화기: 그림의 제작 동기 및 시기, 제작자, 봉안처 등 여러 중요 정보가 담긴 기록

 

영산회상도는 수화승으로 참여한 두훈(枓訓)의 완성된 화풍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세밀한 꽃무늬로 장식한 광배(光背) 표현, 짜임새 있는 구도를 통한 공간 처리 방법 등 그의 특징과 뛰어난 기량을 엿볼 수 있다.

* 광배: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성스러운 빛을 형상화한 것

 

지장시왕도는 전수(典秀)가 유일하게 수화승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전반적 양식은 1744년에 제작한 고성 옥천사 지장보살도 및 시왕도를 계승하고 있으나, 섬세하고 개성 있는 자세와 표정을 짓고 있는 시왕상, 채운(彩雲, 여러 가지 빛깔의 구름)을 적극 응용한 구도와 인물의 배치법 등에서 작자의 개성과 예술성이 두드러진다.

 

 

 

이와 같이, 한 절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불사(佛事)에 참여했던 화승들이 분업과 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학술로의 의미가 충분하다. 또한, 크게 변형되지 않고 그린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 보존되어 있어 장황 형식, 물감 등 미술사 이외 분야에도 중요한 학술적가값어치를 지닌다.

* 불사: 기도, 불상 조성 등 부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들을 일컬음.

* 장황: 그림이나 글씨 등 서화류에 종이나 비단을 덧붙여 족자, 병풍, 전적 등의 형태로 꾸미는 것

 

「무안 목우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務安 牧牛庵 木造阿彌陀如來三尊像)」은 본존불 바닥면에 있는 조성 관련 묵서를 통해 1614년(광해군 6)이라는 제작 연대, 수조각승 각심(覺心) 등의 제작자, 아미타여래ㆍ관음보살ㆍ대세지보살로 구성된 아미타여래삼존으로 조성되었다는 사실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상으로, 17세기 조각사 분야에서 학술 값어치가 크다.

 

 

본존불의 규모가 186cm에 이르는 대형 불상으로, 왜란 이후 새로운 불교 중흥의 의미를 담아 기백 넘치는 조형성을 보여준다. 더불어, 17세기 전반기에 제작된 불상 가운데 아미타여래삼존상으로는 보기 드문 예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인 의의를 갖추고 있다. 또한, 조각승 유파가 완전히 형성되기 이전 각심, 응원(應元), 인균(印均) 같은 조각승들의 활동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값어치 또한 충분하다.

 

 

 

한성훈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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