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일어나라 열사여 - 이철규 열사 조가
- 작사ㆍ작곡ㆍ노래 정 태 춘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 칼 쥐고 총 가진 자들
싸늘한 주검 위에 찍힌 독재의 흔적이
검붉은 피로, 썩은 살로 외치는구나
더 이상 욕되이 마라
너희 멸사봉공 외치는 자들
압제의 칼바람이 거짓 역사되어 흘러도
갈대처럼 일어서며 외치는구나 (아래 줄임)
한국의 피트시거(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자작가수자 사회운동가)로 불리는 정태춘 씨는 1978년 1집 ‘시인의 마을'을 발표하며 호평을 받고 여러 방송사에서 상을 받은 가수다. 그는 음반 사전심의제도 때문에 가사를 부분 수정해서 발매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1990년, ‘아, 대한민국…’ 음반은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부하고 대학가와 공연장에서 배포했다. 이 음반은 사전검열 제도에 공식적으로 저항한 첫 음반으로 한국 음악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음반도 전통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명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태춘 씨는 1991년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개악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의장이 되어 사전검열제도와 일선에서 맞섰다. 1993년에도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앨범을 심의 없이 배포를 강행했는데, 문화체육부는 서울지검에 정태춘 씨를 고발했고 정태춘 씨는 음반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이 사건으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는 정태춘 씨 기소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많은 예술인이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으며,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이라고 판정하였다. 정태춘 씨는 이로써 선고유예를 받았으며, 이것으로 사전검열제는 폐지되었다. 그의 5년 동안 힘들게 싸운 것이 결실을 보았으며, 이는 한국 음악사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철규 열사 조가’라는 부제를 단 <일어나라 열사여>란 노래를 들으면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너희 칼 쥐고 총 가진 자들 / 싸늘한 주검 위에 찍힌 독재의 흔적이 / 검붉은 피로, 썩은 살로 외치는구나”라고 외친다. 또 “멸사봉공 외치는 자들 / 압제의 칼바람이 거짓 역사되어 흘러도 / 갈대처럼 일어서며 외치는구나”라면서 멸사봉공을 외치는 이들이 압제의 칼바람을 휘둘러도 민중은 갈대처럼 일어선단다. 그는 사전검열제도에 맞서 투쟁한 사회운동가지만, 떠나가는 배, 촛불, 시인의 마을, 아치의 노래 등 그의 노래는 극도로 정제된 시를 푸념하듯이, 혹은 담담하게 소화해 낸 단연코 우리 시대의 으뜸 음유시인이라 할만하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