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과 ‘오른손’은 옳고 그름이 아냐

  • 등록 2024.12.10 1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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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탈 때 왼손으로 카드를 대는 실수를 하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23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자가운전 시대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지난해 교통카드를 들고 지하철 타기 위해서 들어갈 때의 일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왼손으로 왼쪽에 카드를 댔는데 문이 안 열 리는 겁니다.

분명히 ‘띡’ 소리가 났는데도 말이지요.

 

당황스러운 저는 옆 칸의 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창피하게도 안내원을 부른 뒤에

문이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카드를 들고 문을 통과할 때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세계적으로 왼손잡이는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되었습니다.

마우스의 버튼이 그러하고, 날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가위가 그러하고

깡통 열개의 손잡이가 그러하고

오른손으로 잡고 당기도록 설계되어 있는 문이 그러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야 하는 한글은 오른손잡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왼손으로 글 쓰는 것이 힘들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어떤 이는 왼손의 반대말을 바른손이라고 우기기도 했지요.

 

옛날 중국에는 왼손잡이가 불길하다고 믿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왼손잡이 아이들은 억지로 오른손으로 쓰도록 강요받았고,

학교에서도 왼손잡이를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빌 게이츠, 베이브 루스, 모니카 셀레스, 리오넬 메시 같은 유명인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오히려 한 과학자가 왼손잡이가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왼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왼손잡이를 차별하는 것이 편견으로 여겨지고 있지요.

 

 

그런데 한자문화권에서는 음양의 원리에서 왼쪽을 양으로 오른쪽을 음으로 칩니다. 조선시대 삼정승도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순으로 서열이 정해졌기도 하고 좌우, 좌우지간, 좌지우지 등등의 표현도 좌가 먼저 나오지, 우가 우선하지 않습니다.

 

바른손이라는 표현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바른손의 반대말은 그릇된 손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왼손이냐, 오른손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 내가 잘 쓰는 손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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