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 장단에 맞추어 창ㆍ아니리ㆍ발림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 음악. 국가무형문화재다.” 이것이 《다음백과사전》에서 <판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해 낸 말이다. 하지만, 판소리는 이 말 한마디만으로 밝히지 못하는 엄청난 우리 겨레의 보물이다. 판소리는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제2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올랐다. 판소리 말고 온 세상 그 어떤 성악이 홀로 8시간을 노래하며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것이 있다는 말인가?
판소리를 보존ㆍ전승하려고 1971년에 만든 단체가 바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다. (사)한국판소리보존회는 1902년 조선시대의 성악단체인 ‘협률사’와 '조선성악연구회'가 30년의 명맥을 이어오다가 일제에 의해 해산되고 40여 년 만에 재탄생한 것이다. 그 (사)한국판소리보존회가 지난 토요일(26일)과 일요일(27일) 이틀에 걸쳐 지하철 선정릉역에 있는 국가유산진흥원 민속극장 풍류에서 제29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를 성황리에 열었다.
지난 3월 18일 제18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고향임 명창은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대회사에서 “본회는 1994년 제1회 서울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올해 제29회 대회를 열게 되었다. 국악 경연대회의 목적은 “인재 발굴”이다. 이 대회는 옛 조상들이 즐겨 쓰는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회를 열어왔다. 본 대회는 명예를 걸고 부정이 없는 대회라고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경연대회는 ‘심사회피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했다. 이날 게시판에 붙여진 ‘심사회피제도’는 ”경연참가자는 직접 스승이나 8촌 이내 친인척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할 때는 해당 심사위원의 심사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만약 심사회피를 신청하지 않아 수상을 한 뒤 회피신청사유가 있었음이 발견될 때는 주최 측은 수상 취소를 결정할 수 있고 수상자는 해당 상장, 상금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이번 경연대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초등부와 일반부인데 제29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조동준 집행위원장은 ”일반부와 초등부 경연자들이 소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이 소리는 물론 아니리와 발림이 수준 높아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소리 공부를 했는지 짐작이 간다. 또 이런 질 높은 경연이 이루어진 것은 온 나라의 소리꾼들이 우리 <전국판소리경연대회>를 보는 시각을 말해주고 있음이다.“라고 기뻐했다.
또한 이번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회천 명고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판소리를 가창한다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큰 호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판소리야말로 사실적이고, 이면과 소리의 예술성, 공력 이런 면에서 뛰어나 그 어느 성악에 견주어도 이를 능가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 이어서 오늘 본선에 오른 경연자들을 소리는 감동적이었다. 특히 초등부에 나온 가장 어린 친구는 ‘이별가’를 노래했는데 미리 한바탕 울고 소리하는 것을 보고 이런 경우는 처음 이어서 깜짝 놀랐다.“라고 심사평을 말했다.


대상을 받은 이시웅 씨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심사원들께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신 것을 보고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심청가) 보유자이신 정회석 선생님께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열심히 배워서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고,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옛날소리를 비슷하게 구현해 내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29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대상을 받은 사람들은 명창부의 이시웅 씨 외에 일반부에 송관호, 장년부에 김성곤, 단체부에 임우혁 외 4명, 초등부에 최서우, 중등부에 조여원, 고등부에 김미나, 신인부 임미경 등이었다.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는데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저렇게 어린 학생부터 열심히 소리를 하는 자세에 따른 것이란 생각이다.


이날 지인으로부터 판소리 경연대회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와봤다는 강현희(61, 강남구 일원동) 씨는 “초등부의 어린 학생이 천연덕스럽게 무대를 휘어잡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공력이 수십 년 쌓인 소리꾼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어린 학생이 소리는 물론 아니리와 너름새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감탄했다.
요즈음 국민은 세상사로 뒤숭숭하다는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이날 경연대회를 보러온 청중들은 천장이 뚫어져라 내공을 뽑아내는 소리꾼들에 추임새와 큰 손뼉을 보내면서 세상사를 잃어버리고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뒷얘기를 하기에 바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