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안부편지 보내는 일본 풍습 '쇼츄미마이'

  • 등록 2025.07.13 1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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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일본이야기 736>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기상관측 사상 유례없는 불가마 더위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 41도, 스페인 44도를 찍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덥다는 대구가 아니라도 전국이 37~38도의 온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섭씨 40도를 오르내린다는 보도가 들려온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불가마를 넘어 ‘불지옥’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더운 계절에는 떨어져 사는 일가친척이나 이웃의 안부가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무더위철 안부를 묻는 풍습이 있다. 이름하여 무더위 속의 안부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 더위 문안편지)가 그것이다. 쇼츄미마이는 대개 시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에는 파도치는 그림이라든가, 시원한 계곡 그림, 헤엄치는 금붕어 등이 그려져 있어 엽서를 받는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 그뿐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선물을 사들고 찾아가기도 한다.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내는 때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내는데 반드시 이때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입추까지 보내면 무난하며 이때까지는 안부 편지 앞머리에 ‘맹서(猛暑, 된더위)’라는 말을 쓴다. 바쁜 일이 있어 이때 못 보내고 이 이후에 보내면 ‘잔서(殘暑, 한풀 꺾인 더위)는 말을 앞머리에 넣는다. 이것을 ‘잔쇼미마이(殘暑見舞い)’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쇼츄미마이는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어 끝나가는 날까지 보내는 풍습인 셈이다.

 

쇼추미마이의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일본 우편국(https://www.post.japanpost.jp)에 따르면 에도시대(江戸時代,1603-1868)로 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예부터 오봉(한국의 한가위) 때 고향집에 돌아갈 때는 선물을 가지고 가서 조상에게 바쳤는데 에도시대가 되면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까지 선물을 하는 습관이 있었고, 이때 먼 곳에 사는 일가친척에게는 직접 찾아갈 수 없어 선물과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메이지시대(明治時代, 1868~1912)에 들어서서 우편제도가 발달하게 되자 인사장으로 대신하게 되었고 이것이 다이쇼시대(大正時代, 1912-1926)부터 오늘날과 같은 쇼츄미마이(더위문안 편지)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안부편지는 나름의 어여쁜 편지지를 골라 직접 손글씨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우체국에서는 아예 다양한 디자인의 엽서를 만들어 판매함으로 이것을 손쉽게 이용해도 좋다. 일본우편주식회사(日本郵便株式會社)에서는 1950년부터 이 기간을 특별 엽서 보내기 기간으로 정하여 “쇼츄미마이용우편엽서(暑中見舞用郵便葉書)”를 발행하고 있다.

 

이 엽서에는 1986년부터 복권 번호처럼 번호를 새겨 넣어 당첨되면 상품을 주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무더위 안부를 묻는 쇼츄미마이 엽서 이름을 흔히 “카모메메루 (かもめ~る)”라고 하는데 이는 카모메(갈매기)와 메일(일본말에서는 ‘메-루’라고 읽음)을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이 엽서는 해마다 6월 초순에 발행한다.

 

우리나라는 삼복더위 속에 삼계탕 같이 더위를 이겨내는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왔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렇게 엽서나 편지로 안부를 묻는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숨 막히는 된더위 속에 배달된 엽서 한 장에 담겨있는 상대방에 대한 정감 어린 배려, 그것이 어쩜 된더위를 이겨내는 청량제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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