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는 마음, 쌓이는 따뜻함

  • 등록 2026.02.03 1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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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아니라 꾸준함으로 빛나는 따뜻한 마음
[오늘 토박이말]보태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충북 단양에 사는 한 분이 세 해째 하루 만 원씩 모은 365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군청을 찾았다는 기별이었습니다.  50대로 짐작되는 이 분은 돈이 든 봉투와 손편지를 조용히 놓고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이 이름을 묻자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남겼답니다.

 

 

이 기별을 읽으며 떠오른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보태다'입니다.

 

말집, 사전에서 말하는 보태다

보태다 [움직씨(동사)]

          모자라는 것을 더하여 채우다

          이미 있던 것에 더하여 많아지게 하다 《표준국어대사전》

 

 

이를 앞의 기별과 엮어 좀 더 쉽게 풀이하면 '누군가에게 모자란 것을 채워 주려고 조금씩 더해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태다는 큰 것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일도 아닙니다. 그저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더해 가는 일입니다. 하루 만 원. 어떤 이에게는 커피 한 잔 값이고, 어떤 이에게는 점심 한 끼 값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그 만 원을 날마다 모았습니다. 365일 동안. 3년째. 1095일. 이 숫자를 떠올려 보면 절로 삼가고 조심하게 됩니다.  '보태다'는 말에는 거창함이 없습니다. 화려함도 없습니다. 그저 말없이, 조금씩 지며리 더해 가는 마음이 담겨 있을 뿐입니다. 한 번에 큰 것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마음을 보태는 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흔히 '기부', '기탁', '후원'이라는 말을 씁니다. 모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보태다'는 이런 말들과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보태다'에는 '함께'라는 느낌이 좀 더 세게 담겨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조금을 떼어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곳에 내 것을 더해서 함께 채워 가는 느낌입니다. "힘을 보태다", "마음을 보태다", "정성을 보태다." 이 말들을 소리 내어 읽어 보시면 입 안에서 부드럽게 굴러가는 이 말에 따뜻함이 느껴지실 겁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대단한 느낌보다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조금씩 보태 가며 살아간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단양에서 이 일을 한 분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단양에서 받은 행복을 다시 단양에 돌려주고 싶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이것이 참으로 '보태는 마음'입니다. 내가 베푼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받은 것을 다시 이웃에게 보탠다는 생각입니다. 보태는 일은 큰 힘이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이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천 원이라도, 하루 백 원이라도, 아니면 돈이 아니라 마음이나 시간이라도 보탤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일도 힘을 보태는 일이고, 혼자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마음을 보태는 일입니다.

 

하지만 짜장 값진 것은 숫자가 아닙니다. 365날 동안 단 하루도 이웃을 잊지 않았다는 그 마음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혹은 저녁에 잠들기 전에 "오늘도 만 원을 보태야지" 하고 생각했을 그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365만 원이 된 것입니다.

 

'보태다'는 말에는 꾸준함이 담겨 있습니다. 한 번 크게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계속해서 더해 가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보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태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3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이 분의 이야기가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해도 대단한 일인데, 그 일을 세 해째 이어오고 있다니. 앞으로 또 몇 해를 이어갈지 모릅니다. 이 분의 저금통에는 돈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향한 마음도 함께 쌓이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우리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보태고, 또 누군가로부터 보탬을 받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큰 도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힘들 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무거운 짐을 들어 준 손길, 혹은 말없이 곁에 있어 준 시간도 모두 보태는 일입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작은 것을 꾸준히 보탰다면 그것으로 넉넉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누구에게 무엇을 보탰나요? 혹은 누군가로부터 어떤 보탬을 받았나요? 짧은 말로 댓글을 남기거나, 여러분이 보탠 일이나 받은 보탬을 사진으로 남겨 공유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크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의 모자란 곳을 조금이라도 채워 주었다면, 혹은 여러분의 부족한 곳을 누군가 채워 주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보태다: 누군가에게 모자란 것을 채워 주려고 조금씩 더해 가는 일.

           ▶ 보기: 하루하루 마음을 보태다 보면 어느새 큰 힘이 됩니다.

 

[한 줄 생각]

보태는 일은 크기가 아니라 꾸준함으로 빛을 냅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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