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땅을 기름지게 바꾸는 땀방울

  • 등록 2026.04.15 11: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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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터전을 닦고 앞날의 자람을 불러일으키는 정성
[오늘의 토박이말]일구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봄기운이 가득한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뫼와 들에는 엊그제 틔운 것 같만 같았던 새싹들과 잎들이 몰라보게 훌쩍 자라 풀빛깔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나라의 큰 기업인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1조 8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기로 했다는 기별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장을 짓는 일을 넘어, 세계 시장이라는 넓은 들판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고 앞으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힘찬 발걸음으로 보입니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우리 한어버이(조상)들께서 거친 땅을 가꾸어 기름진 밭으로 만들던 드높은 애씀이 떠오릅니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 상황이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앞날의 밑바탕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미덥습니다. 오늘처럼 맑은 하늘 아래, 우리가 새로운 앞날을 생각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토박이말 '일구다'를 꺼내어 봅니다.

 

 

'일구다'는 논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서 일으키거나, 어떤 일의 바탕을 힘들여 이루어 낸다는 뜻을 지닌 참으로 부지런하고도 끈기 있는 움직씨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논밭을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서 일으키다', '두더지 따위가 땅을 쑤시어 흙이 솟게 하다', 그리고 '현상이나 일 따위를 일으키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의 숨결을 갈고 닦아 온 제 눈에는 이 말이 그저 흙을 뒤엎는 움직임을 넘어,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온 힘을 쏟는 드높은 일함의 값어치로 읽힙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돌무더기가 가득한 비탈을 한 삽 한 삽 파내어 논밭을 일구며 아들딸들을 키워냈습니다. 이 정겨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 있는 월로 살아 있습니다. 현진건 님의 소설가 '무영탑'에 "황무지를 일구어 옥토를 만들 듯"이라는 대목이 나와 정성을 다해 바탕을 다지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가끔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길을 편안하게 걷는 것에만 길들여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거친 땅에 먼저 삽을 대고 길을 일구어낸 사람들에 의해 쓰여 왔습니다. 기업이 나라밖 시장이라는 새로운 밭을 일구어 산업의 터전을 넓혀가듯이, 우리도 저마다의 삶이라는 이름의 밭을 날마다 새롭게 일구어야 합니다. '일구다'가 건네는 삶의 속삭임은 오늘의 수고로움이 앞날의 가멸진 열매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라는 북돋움입니다. 비 온 뒤 땅이 보드라워져 일구기 좋듯이, 우리도 거칠지만 참된 마음으로 내 안의 뜨거움을 일깨우고 늘 좋은 기운을 불러일으켜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 여러분의 마음이라는 밭에 어떤 씨앗을 심기 위해 '일구고' 계신가요? 말집(사전)에 나오는 풀이처럼 불꽃을 일구듯 여러분의 가슴 속에 숨어 있는 작은 꿈을 다시 한번 깨워보시면 어떨까요? 대단한 투자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정성을 다해 맡은 일을 해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앞날의 행복을 일구는 값진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남들이 다져놓은 길을 따라가기보다, 여러분만의 빛깔로 새로운 길을 차근차근 일구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 함께 멋진 앞날을 일구어 나가자"라고 든든한 다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이 가장 일구고 싶은 값진 일은 무엇인가요?

 

[오늘의 토박이말]

일구다

    뜻: 논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서 일으키거나, 어떤 일이나 바탕을 애써서 만들어 내다.

   보기: 아버지는 거친 땅을 일구어 기름진 논밭으로 만드셨고, 우리는 그 위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었다.

 

[한 줄 생각]

오늘의 작은 몸짓들이 앞날을 일구어 갑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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