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년 전 세종이 백성에게 건넨 다정한 첫인사

  • 등록 2026.04.19 08: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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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 박사, 《훈민정음 해례본 낱말 날적이》 출판기념회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4월 18일 토요일 낮 11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한글학회 강당에서는 한글의 첫 숨결을 손끝으로 느끼는 따뜻한 자리에 100여 명의 손님들이 귀한 걸음 해 주었다. 출판기념회 시작 전 네팔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가르치다 온 한글평화대사 고은별의 귀국 인사가 있었다.

 

580년 전 세종임금이 백성에게 건넨 가장 다정한 첫인사, 그 124개 낱말을 날마다 손으로 적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 올해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한글날 제정 100돌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이 특별한 해에 맞춰 펴낸 《훈민정음 해례본 낱말 날적이》의 퍄냄을 함께 기리고자 한 것이다.

 

 

1446년, 세종임금은 훈민정음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을 품었다. ‘어린 백성’도 쉽게 익혀 날마다 쓸 수 있는 글자이기를. 그래서 세종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어렵고 낯선 말이 아니라, 소ㆍ벌ㆍ콩ㆍ밥ㆍ옷ㆍ실처럼 누구나 아는 생활 낱말을 골라 실었다. 부엉이의 울음소리, 범의 어흥 소리, 노루가 뛰어다니는 산천의 풍경이 해례본 속에 생생히 살아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낱말들은 단순한 글자 보기가 아니다. 세종이 백성의 곁에서 백성의 입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는 증거며, 가장 친근한 말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글자가 백성의 것이 된다는 깊은 믿음의 표현이다.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삶의 도구로 문자를 만들겠다는 뜻이 낱말 하나하나에 오롯이 배어 있는 것이다. 해례본에 실린 124개 낱말은 곧 세종이 백성에게 건넨 가장 다정한 첫인사였다.

 

《훈민정음 해례본 낱말 날적이》에 실린 124개 낱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동물 나라에는 부엉이ㆍ범ㆍ노루ㆍ소ㆍ여우ㆍ제비가 뛰놀고, 식물 나라에는 감ㆍ콩ㆍ팥ㆍ벼ㆍ파ㆍ버들이 사계절을 수놓는다. 자연 나라에는 땅과 산과 물과 달이 있고, 사람 나라에는 사랑하다ㆍ쏟다처럼 사람의 행위를 담은 말이, 생활 나라에는 종이ㆍ호미ㆍ채찍ㆍ우산 같은 생활 도구의 이름이 있다. 이 낱말들은 580년 전 우리 땅에서 살아 숨 쉬던 말의 풍경이자, 한글이라는 글자가 처음 세상에 나올 때 입고 있던 가장 소박하고 아름다운 옷이다.

 

 

이 책은 그 표기 낱말 124개를 날마다 한 낱말씩 손으로 적어 보는 ‘날적이’다. ‘날적이’란 ‘날마다 적는 것’이라는 뜻으로, 날마다 한 낱말들을 또박또박 적으며 그 말의 옛 모습과 오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15세기 옛말과 현대말을 나란히 놓고, 그 사이 세월의 결을 느끼며, 한글이 살아온 긴 이야기를 손끝으로 따라가 보는 것이다.

 

김슬옹 박사는 말한다. “손으로 적는 행위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눈으로 읽기만 할 때에는 스쳐 지나가던 글자가 한 획, 한 획 손으로 적는 순간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음메’라고 적으며 소의 커다란 눈망울을 떠올리고, ‘슈룹’이라고 적으며 빗속에서 누군가에게 우산을 건네던 기억을 더듬는 일. 그것이 바로 세종이 꿈꾸었던 문자의 쓰임이 아니었을까? 글자를 아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글자로 삶을 기록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날적이는 그 첫걸음을 세종의 낱말과 함께 시작하자는 작지만 큰 제안이다.”라고 말이다.

 

 

올해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한글날 제정 100돌이 되는 뜻깊은 해다. 580년 전 세종이 뿌린 씨앗이 100년 전 ‘한글날’이라는 이름으로 꽃피었고, 오늘 우리는 그 꽃이 맺은 열매를 누리며 살고 있다. 이 특별한 해에 해례본에 실린 한글 첫 낱말들을 다시 손으로 적어 보는 일, 580년의 세월을 거슬러 세종의 마음 앞에 서 보는 일이다. 동시에 100년의 한글 사랑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124개 낱말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저마다의 울림이 있다. ‘사랑하여’라는 옛말 속에는 지금은 사라진, 그러나 여전히 가슴 뭉클한 사랑의 빛깔이 있고, ‘둥지’라는 한 글자 속에는 하루의 끝에서 돌아갈 따뜻한 보금자리를 그리는 마음이 있다. 어린아이도, 어른도, 한글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도 이 낱말들 앞에서는 모두 같은 마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종이 처음 그랬듯이, 가장 쉬운 말에서 시작하면 되니까.

 

지은이 김슬옹 박사는 “부디 이 책이 한글의 첫 숨결을 손끝으로 느끼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날마다 한 낱말씩 적다 보면, 어느새 580년의 세월이 손바닥 위에 놓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손바닥 위에서 세종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릴 것을 느낄 것이다.”라고 했다.

 

출판기념회는 김슬옹 박사를 고등학교 때부터 한글로 이끌어 주었던 90살 오동춘 박사, 한글학회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의 축하 말씀이 있었고,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최홍식 회장은 원래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점을 활용 훈민정음의 소리말을 분석하는 깊이 있는 말을 하였다.

 

 

 

출판기념회를 끝내면서 2024년 한글날 공식행사에 선보였던 작사 세종대왕ㆍ강순예, 작곡 전영준의 노래 <서문가>를 배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서문가>는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펴내면서 했던 말 “우리나라 말이 중국 말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글 모르는 백성이 말하려는 것이 있어도, 끝내 제 뜻을 능히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을 되뇌어 보는 노래다.

 

 

<서문가>를 듣고 참석자들은 세종의 백성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는 마음을 간직하며 각자의 갈 길을 같을 터다. 약수동에서 왔다는 한사랑(47) 씨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세종의 백성사랑이 담긴 엄청난 낱말들이 담겨 있음을 듣고 놀랐다. 이 책에 오른 낱말들을 날마다 하나하나 써가면서 한글의 위대함을 깨닫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새삼 김슬옹 박사께 깊은 고마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 2024년 한글날 공식행사에 선보인 작사 세종대왕ㆍ강순예, 작곡 전영준의 노래 <서문가>(KBS 유튜브 갈무리)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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