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엔 농다리, 고양엔 강매동석교

2013.05.18 10:33:21

[고양문화통신 5] 고양시의 가장 오래된 다리를 찾아서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비늘처럼 쌓인 보랏빛 돌들 / 서로 껴안고 / 즈믄 세월을 보냈다 / 쓸어내리려는 억센 물줄기 속 / 서로 보듬으며 / 닳아 문드러질지언정 흩어지지 않았다 / 용마 타고 다리 놓던 임 장군 떠난 지금 / 즈믄 해 흐르는 물살 위로 / 빠알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맴맴맴 

이 시는 글쓴이가 지난해 충북 진천에 있는 농다리(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8)를 가보고 지은 진천 농다리이다. 다리는 흐르는 물위에 놓는다. 이쪽 뭍과 저쪽 뭍을 이어주는 다리에는 그래서 전설이 많고 예부터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다. 진천 농다리 뿐만 아니라 이리 오래된 다리는 전남 함평에도 고려시대 것으로 전해지는 고막천다리(보물 1372)가 있다. 

고양시에도 이들 다리에 버금가는 다리가 있다. 바로 강매동석교(향토문화재 제 33)이다. 찾는 이가 거의 없는 한적한 창릉천 변에 고즈넉하게 놓인 이 다리는 한강에 놓인 어마어마한 규모의 다리에 견준다면 보잘것없지만 소달구지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시절 더없이 소중한 마을의 공용재산이었다. 

   
▲ 강매돌다리(석교)의 전체 모습

강매동석교는 안타깝게도 자세한 유래가 적힌 비석이 6·25 한국전쟁 때 사라져 고막천다리처럼 다리의 역사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전해 내려오는 이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매동석교가 있는 강매동은 땅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강변에 위치하는 곳으로 매화꽃이 많아 강매리(江梅里)로 불렸다. 매화마을 뒷산은 옛 고양군 지도읍의 대표적인 명산인 강구산(江口山)이 자리하고 있는데 한강의 입구에 있는 큰 산이라는 뜻에서 강고산(江高山)이라고도 불렀다. 

강매리는 배산임수의 후덕한 농촌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주변까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어 겨우 몇 가구 안 되는 허름한 집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다. 강매동석교가 놓인 곳은 마을 앞을 흐르는 창릉천 위다. 1755년 영조연간에 발행된 고양군지에 따르면 당시에는 해포교라 불렸으며 나무다리였다고 한다. 석교로서의 기록은 다리 난간에 음각된 강매리교 경신신조(江梅里橋 庚申新造)라는 기록으로 미루어 1920년대에 신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돌다리를 옆에서 본 모습

   
▲ 돌다리 아래 모습

   
▲ 돌다리 윗면(상판) 모습

강매동 석교는 옛날 고양의 일산지도송포 등 한강연안 서부사람들이 서울을 오가던 주요 교통로였는데 농산물, 땔감 등을 현천동, 수색, 모래내를 거쳐 서울 염천교에 내다 팔았다

다리의 기본구조는 네모진 돌기둥 18개로 교각을 만들어 세우고 그 위에 장방형 교판석을 깔았다. 교각과 교각 사이에는 6~7개의 교판석이 2열로 놓여있는데 다리의 전체적인 모습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형태로 약간의 곡선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매우 견고하고 세밀하게 구축되어 있다. 다리의 규모는 총 길이 18미터, 넓이 3.6미터, 높이 2.7미터이다.

다만 함평의 고막천돌다리나 진천의 농다리처럼 강매동석교도 강매()돌다리로 부르면 석교(石橋)’라는 한자말보다는 훨씬 토속적인 느낌이 들데 아쉽다. 또 한 가지, 강매(()다리 주변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으로 아마도 고양시에서 한때 공원화한 모양이나 지금은 잡풀만 무성한데 이를 이렇게 방치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 함평 고막천돌다리(석교) 모습

   
▲ 진천 농다리 모습

   
▲ 3군데 돌다리 견줌표

강매돌다리도 잘 이용해 이 드넓은 땅을 생태공원화 하고 인공 호수인 일산 호수공원에서 느낄 수없는 한강변의 역사문화 마당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그 옛날 땔감과 농산물을 싣고 강매리 다리를 오가던 사람들의 마음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규모로 모든 것을 재는 오늘날에 강매돌다리는 작고 보잘 것 없을지 모르지만 고양시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리로 고양시 향토문화재 33호로 지정되어 있다.
 

< 찾아가는 길 >

* 강매역, 행신동 소만마을에서 강매동 강고산 마을행 마을버스를 이용하여 강고산 마을에서 하차해 창릉천변 강매동 석교로 진입이 가능하다.(고양문화원/http://goyangcc.or.kr 안내)

* 차로 가는 분은 강매동 석교가 내비게이션에 안 나오므로 강고산마을회관을 찍어 목향이라는 음식점을 지난 곳에 차를 세우면 오른쪽으로 200여 미터 쯤 거리에 다리가 보인다.

  

** 이윤옥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에 둥지를 튼 지도 어언 17년째이다. 문화행위가 점점 껍데기와 이벤트성으로 흘러가는 시대일수록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역사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글쓴이는 2006년에 편찬된 고양시사7권에 집필위원으로 참여 한바 있다. 그때 속속들이 소개하고 싶은 고양문화와 역사이야기를 따로 뽑아 두었는데 이제 그 이야기보따리를 얼레빗 신문을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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