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이윤옥기자] 일본 동북지방의 사상 유례없는 대지진의 재앙이 일어난 2011년 3월 11일. 신문방송에서는 “엄청난 물기둥을 몰고 온 쓰나미가 일본 동북지방을 싹 쓸어 갔다”고 대서특필했다. 이웃나라 일이지만 우리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지진해일이 지나간 얼마 뒤 일본을 돕자는 “성금 물결이 쓰나미처럼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라는 기사도 등장했다. 겨울에나 모습을 보이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때 아닌 3월에 나타나기도 했다.
큰 지진해일을 가리켜 요사이 스스럼없이 ‘쓰나미’란 말을 쓰는데 쓰나미란 어디서 나온 말일까? ‘쓰나미’의 정체를 알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 “쓰나미”는 올라 있지 않다.
‘쓰’란 노량진, 당진 할 때의 진(津)을 일본어로 발음한 것이며 정확한 발음은 ‘츠(tsu)’이다. ‘나미’란 물결을 뜻하는 한자 파(波)의 뜻소리이다. 이를 합하면 진(津)쪽을 향해서 밀려오는 파도, 물결인 셈이다. 그러나 전부터 우리는 ‘츠나미(つなみ, tsunami)’를 지진해일이하 했다.
일본문헌에서 쓰나미가 보이는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준부기(駿府記)》로 1611년 12월 2일 발생한 이른바 경장삼륙지진(慶長三陸地震) 때에 “政宗領所海涯人屋、波濤大漲来、悉流失す。溺死者五千人。世曰津浪云々”이라는 기록이다. 지금의 쓰나미 (津波(浪))라는 말은 당시에는 ‘海立’ ‘震汐’ ‘海嘯’ 이라고도 썼으며 모두 ‘쓰나미(츠나미)’로 읽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인 Tsunami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1896년 9월호이며 이후 1904년 지진학회에서 학술용어로 사용되어 왔었지만 일반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46년 알류산지진으로 하와이에 지진해일의 큰 피해가 발생하자 일본계 이민자들이 "tsunami"라고 하면서 하와이에서 쓰이기 시작한 이 말은 1968년 미국의 해양학자 Van Dorn이 학술용어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여 국제어로 쓰고 있다.
문제는 국제어라는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쓰나미는 영국 옥스퍼드사전에도 올라 있다. 'O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of Current English'에는 쓰나미(tsnami, 1,395쪽) 말고도 가라오케(karaoke, 704쪽), 스시(sushi, 1,311쪽) 같은 말도 올라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말을 그대로 써야 하느냐는 문제다.
옥스퍼드사전에 나무젓가락을 ‘와리바시(waribasi)’라고 해서 우리가 지금껏 쓰던 나무젓가락을 내던지고 ‘와리바시’라고 쓸 필요는 없다. 사시미(회), 오리가미(종이접기), 스모(씨름)도 옥스퍼드 식으로 쓰지 않고 우리말로 바꿔 쓰고 있지 않는가! 요컨대 한국 사람들끼리는 나무젓가락, 종이접기, 지진해일 하면 되는 것이고 영어로 미국 사람들과 말할 때는 츠나미(tsnami), 와리바시(waribasi), 오리가미(origami) 하면 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쓰는 일본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는 것은 ‘와리바시(나무젓가락)’를 보면 알 것이다.
‘세계공통어’ ‘세계학술용어’라는 해괴한 이유를 들어 무비판적으로 들여다가 무책임하게 쓰는 말들이 자고새면 쏟아져 들어온다.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말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 쓰나미는 지진해일 말고도 지금 한국사회에 이상한(?) 쓰임새로 그 외연을 확대 중이다.
브라질 중앙은행 "달러 쓰나미 조짐 아직 없어" 2012.10.5, 서울경제신문
박진영 축하...'쓰나미' 맞은 한국가요계 반응은? 2012.10.6, 민중의소리
“강한 기업만 살아남는다”…‘불황 쓰나미’속 치열... 2012.10.4.문화일보
문제없는 말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