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흰감자꽃 핀 밭을 지나며

  • 등록 2025.06.07 1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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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응 생가, 작고 알찬 '문학관'이라도 들어섰으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 권태응, 감자꽃' - 

 

감자꽃이 활짝 피었다. 나는 감자꽃밭을 보면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 떠오른다. 어제 감자꽃이 활짝 핀 강원도 두메산골을 지나다가 차를 세웠다. 살금살금 뉘집 밭인지 알 수 없는 감자꽃이 만발한 밭에 섰다.

 

감자밭에 서면 , 오래전 충주 탄금대에서 보았던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 시비에서 보았던 그 느낌이 살아난다..

 

"참 뻔한 이야기다. 맨숭맨숭하고 심심하기조차 하다. 자주 꽃이 핀 감자는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다.  누군들 그런 말을 못 할까? 하지만 이건  단순한 사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그 어떤 뿌리, 변함없는 어떤 흐름, 또는 진리 같은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가 귀하다."  라고 했던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흔하고 흔한 감자꽃에서도 '생명 순화의 진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공감한 것은 새로운 기쁨이다.

 

감자꽃 외에 동요 도토리들, 산샘물, 달팽이 등을 남긴  권태응(權泰應, 1918-1951) 시인은 1935년 경성제일고보 재학중 최인형ㆍ염홍섭 등과 함께 항일비밀결사를 조직하여 민족차별과 노예교육에 반발하면서 항일학생운동단체로 키워나간 독립운동가다. 

 

 

권태응 선생은  1937년 3월 4일 동교 졸업식 당일 친일 성향의 발언을 일삼던 친일학생들을 구타하여 종로경찰서에 잡혀들어갔으며  졸업한 뒤 일본 와세다대학에 재학 중에도 항일비밀결사 활동을 지속하다 1939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잡혀 고초를 겪었다. (2005년에 대통령표창 추서)

 

나는 끝이 안보이는 흰감자꽃핀 강원도 감자밭에 서서,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권태응 선생의 삶을 되새김해보았다.

 

참고로, 지난 2019년 3월 보도에 따르면, 충북 충주시에서는 권태응 선생의 독립운동과 문학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문학관을 건립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내심 문학관에 거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2024년 5월 8일 자 <충청리뷰>의 '권태응 문학관건립‧생가복원, 사실상 무산'이라는 기사를 보고 아쉬웠다. 사연은 모르겠으나 '엄청나게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작고 알찬 '문학관'이라도 들어섰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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