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이윤옥문화전문기자] 내 어릴 적 겨울은 도꾸리셔츠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땐 도꾸리세타(스웨터)라고 많이 했지요. 지금처럼 교복 위에 멋진 코트를 입을 수 없던 시절 내복 위에 까실까실한 털로 짠 도꾸리세타를 입고 그 위에 교복을 입는 게 전부였지요. 따뜻하기는 했지만 겨울 칼바람을 막기는 역부족이었고 무엇보다 까칠한 실로 뜬 탓에 목이 언제나 가려웠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네이버-
도꾸리셔츠 보다는 도꾸리세타 또는 그냥 줄여서 “도꾸리”로 썼던 기억이 난다. 까칠까칠한 싸구려 털실의 도꾸리세타를 입은 경험이 있으니 글쓴이도 이제 구시대 인물인가 보다. 목도리도 흔치 않던 시절 도꾸리세타는 최고 방한제품이었다. 춥고 가난했던 시절은 바람조차 차고 매서웠다. 지금 겨울바람은 바람도 아니다. 춥다 해도 제대로 된 털목도리 하나 없던 시절에 견주랴.
목도리를 멋으로 쓰는 지금 아이들 옷장에는 색색 깔의 목도리가 몇 장씩 걸려 있고 이 목도리들은 주인님들이 한번쯤 골라 목에 걸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그때 도꾸리라 부르던 옷을 요즘엔 뭐라고 부를까 싶어 인터넷 옷 파는 곳을 뒤져보니 “목티” 또는 “목폴라”가 압권이다. 목티는 목티셔츠의 준말일 테고, 목폴라는 목 +폴라인 모양인데 젊은이들 사이에선 “폴라티”라는 말도 유행하는 것 같다.
▲ 도꾸리란 이름의 술병으로 목 부분이 조붓한게 요즘 말하는 폴라티(예전에는 도꾸리)를 닮았다. |
원래 한복 문화에서는 목을 감싸주는 옷은 없다. 가슴 위로는 차게 해야 건강에 좋다는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 때문이다. 대신 목도리라는 것으로 앞 가슴팍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피했다. 그러다 보니 목 끝까지 찰싹 몸에 닿는 옷인 “도꾸리”니 “폴라티”같은 말이 없을 수밖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야끼만두(군만두), 지라시(전단), 몸뻬(일 바지) 같은 말은 나오는데 '도꾸리스웨터','도꾸리셔츠', '폴라티', '목폴라' 같은 말이 없다. 도꾸리란 무슨 뜻인지 일본어국어사전《다이지센, 大辞泉》을 보면 “【徳利,とく‐り(とっくり) 】: 酒などを入れる陶製・金属製などの、口の細い容器。銚子。【徳利襟とっくり‐えり】:シャツやセーターなどで、とっくりのように長く作った襟。ふつう、折り返して着る。タートルネック。”라고 되어 있다.
번역하면 “도꾸리는 술 등을 담는 도자기나 금속제로 만든 입 주둥이가 좁은 그릇을 말하며 도꾸리에리는 셔츠나 스웨터가 도꾸리(술병)와 같이 목 부분이 좁고 긴 것을 말하며 접어 입기도 한다. 터틀네크."라고 나와 있다.
술을 담는 주둥이가 조붓한 게 사람 목 부위 같다고 해서 “도꾸리에리”라는 말이 나왔고 한국에서는 “에리 <옷깃, 목덜미>”를 잘라내고 쓰다가 서양의 스웨터가 들어오자 이번에는 도꾸리스웨터라 불렀다. 그러다가 다시 폴라티가 들어오자 이것에 이름을 넘겨준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