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1962년 3월 2일자 동아일보에는 재미난 기사가 하나있다. 사연인즉슨 52살의 이차손이라는 남자가 아르헨티나 이민 20년 만에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되었으나 부인인 아르헨티나 여성과 사별하게 되자 동아일보에 고국의 참한 여성을 신부로 맞이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기사로 내보내기가 무섭게 전국의 "기라성" 같은 여성들이 구혼을 해왔는데 무료 93명의 여성이 응모했다고 한다. 처녀부터 유부녀도 있었으며 동기로는 외로워서, 일거리가 없어서, 외국생활이 좋아보여서.. 등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위 신문 기사에 ‘기라성 같은 여성’들이 구혼에 응모했다는 말이 있는데 흔히 듣고 쓰는 말 "기라성"은 무슨 뜻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기라성(綺羅星):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이나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빛나는 별’로 순화 ”하라고만 되어 있다.
▲ 1962.3.26 동아일보에 공개구혼장을 낸 기사
그렇다면 국어사전에서 순화하라고 한 ‘빛나는 별’이라는 말을 넣어 위 예문의 동아일보 기사를 바꿔보자.
‘빛나는 별과 같은 여성들이 구혼에 응했다’라고 하면 어울릴 말인가? 이는 단순히 일본말 기라성을 별로 본 넌센스에 불과하다. 자연스런 우리말로 바꾼다면 ‘쟁쟁한’ 또는 '한다하는'으로 바꾸는게 자연스럽다.
그럼 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기라성을 별과 같은 존재로 설명 해놓은 걸까?
그 답은 일본국어대사전에 있다. 일본의 <다이지센, 大辞泉>에 보면, 綺羅星(きらぼし):きらきらと光り輝く無数の星。地位の高い人や明るいものが多く並ぶようすのたとえ。라고 되어 있는데 이를 국어사전이 베낀 것이다.(번역은 위 국어사전 풀이 참조)
‘기라보시(기라성)’는 일본말 키라키라(きらきら)말에서 생긴 말이다. ‘키라키라’는 ‘반짝반짝’이라는 뜻으로 한자말 ‘기라, 綺羅’는 의미가 없는 글자이며 단지 소리만 취한 것에다가 별 ‘성(星)’자를 붙인 것이다.
소리를 취하려고 붙인 일본한자를 들여다가 ‘빛나는 별’로 순화하라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완전 코미디다. 대한민국 최고 국어기관인 국립국어원은 단순히 '순화하라'고만 훈수 두지 말고 제대로 된 순화어인 ‘쟁쟁한’ ‘한다하는’ 과 같은 말을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