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사의 한자 이름, 高麗에서 高來로 바뀌어

2013.07.29 07:09:49

고려산 아래 다카쿠신사 (高來神社) 2-3

[그린경제=이윤옥 기자]  다카쿠신사(高來神社)는 명치 때만 해도 고려신사로 불렸다. “고래신사연혁” 기록에 따르면 1843년 만 해도 천태종 소속의 고려사(高麗寺, 고구려를 뜻함)였으며 도쿄 우에노에 있는 관영사(寬永寺) 말사로 나와 있다. 
 

   
▲ “신편사가미국풍토기”에 나오는 1883년 당시의 <고려사경내도> “고려사”라 되어 있다.

영산(靈山)이라 불리는 고려산은 고래신사가 들어 서 있는 바로 뒷산이며 이 산 정상에는 상궁(上宮)이라 일컫는 전각이 있었다. 이곳을 사람들은 고려권현사(高麗権現社)라 불렀다. 서기 854년에는 자각대사 엔닌(慈覺大師, 円仁,794-864)에 의해 오른쪽 봉우리에는 백산권현(白山権現)을 모시는 백산사(白山社)가 세워졌고, 왼쪽 봉우리엔 비사문천(毘沙門天)을 모시는 비사문천사(毘沙門天寺)가 세워졌는데 이 두 고려신사를 합쳐 고려삼사권현(高麗三社権現)이라 불렀으며 이는 사가미(相模) 지방 최고의 명신신사로 한 몫을 했던 곳이다. 

여기서 잠시 독자들은 혼동을 일으킬 것이다. “고려사(高麗寺)는 무엇이고 고려신사(高麗神社)는 무엇인가?”하고 말이다. 같은 번지수 경내에 절도 있고 신사 건물도 있는 것은 일본고유의 풍습으로 이를 본지수적(本地垂迹)이라 하며 일종의 신불습합(神仏習合)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외래종교인 부처님과 예전부터 내려오던 재래신앙의 신을 사이좋게 한 경내에서 각자의 본당을 짓고 모시는 일본의 독특한 신앙형태로 보면 된다. 거부하지 않고 서로 다른 신을 수용한다는 것은 종교의 근본을 실천하는 것 같아 보기 좋은 현상 같다.  

   
▲ 나카지마씨의 “고려산 생태연구서”에 실린 고려사(高麗寺)의 자세한 유래

그리하여 고려산 아래 경내에 본당 건물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있었던 것이며 이중 왼쪽 건물은 고려사였으며 오른쪽 건물은 고려신사였던 것이다. 현재는 왼쪽 고려사 건물을 신사로 쓰고 있고 오른쪽 건물은 자물쇠를 채워 놓은 상태이다.  

이러한 신불습합은 1868년 명치정부가 유신을 내걸고 대대적인 종교 청소 작업을 할 때까지 유지되어 오던 전통이었다. 그러나 명치정부는 신불분리(神仏分離) 정책을 고수하여 절의 길을 선택하든지 신사의 길을 선택하게 했으며 대다수 절은 신정부가 우대하는 신사 쪽으로 본의 아닌 전환을 해야 했다. 명치정부의 악명 높은 훼불사건으로 많은 절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숱한 절에서 범종을 회수하여 청일전쟁시에 대포알 제조에 쓰였다는 것은 여러 문헌이 증명하는 바다.  

이 시기에 고려사도 절 간판을 내리고 주지는 환속조처 되었으며 고려신사는 고려(高麗)에서 고래(高來)라는 한자로 바뀌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기에 이른다. 고래(高來)는 음독(音讀)하면 “고라이”로 나지만 훈독(訓讀)하면 “다카쿠”로 소리가 난다. 이러한 명치정부의 강제적인 종교 탄압은 주민들의 생활에 혼란을 가져 오게 하여 지역 전화번호부에 “다카쿠신사”라고 올려놓으니 신사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다카쿠신사는 고려신사를 연상시키지 않는다. 고려신사로 바꿔 달라.”라는 요청이 쇄도하여 전화번호부만은 옛 그대로인 “고려신사”로 쓰게 되었다고 전 궁사인 와타나베(渡邊幸五郞)씨는 한 일간지 기자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밝혔다. 
 

   
▲ 고려신사를 다카쿠신사로 바꾼이래 지역주민들의 성화가 빗발쳐서 전화번호부만이라도 고마신사(高麗神社)로 돌려 놓았다는 전 궁사의 기사가 실린 일간지

명치 이전만 해도 관동지방의 세 신사 곧 고려신사, 하코네신사, 이즈신사는 모두 그 뿌리가 같은 한반도계 신을 모시는 신사로 관동일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명한 신사였다고 “하코네신사연기(箱根神社縁起)"와 "이즈산신사연기(伊豆山神社縁起)에 각각 쓰여 있는데 우리 일행이 찾아간 날은 단 한 사람도 신사 방문자가 없을 만큼 썰렁하다 못해 스산했다. 

나가지마(中島浩)씨가 쓴 “고려산의 삼림식생 연구서”에 따르면 자각대사 시절만 해도 고려산에는 남북을 합쳐 24개의 절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고 한다. 남쪽 고려지구(高麗地區)에 12개 절과 북쪽 고근(高根), 만전지구(万田地區)에 12개 절이 산재해 있어 이 일대는 하나의 사원도시를 형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옛 영화를 잊은 채 신사의 젊은 궁사는 한 줌 가지고 나온 자료조차 정리를 안 해놓아 다카쿠신사가 나온 신문기사를 넘겨 주면서도 무슨 신문인지 언제 것인지를 묻는 우리에게 멋쩍은 듯 머리만 긁고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사이타마현의 고마신사처럼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안내 책자도 많이 만들 생각은 없느냐?”라는 질문에 와타나베 궁사는 “그렇지 않아도 마을 분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자고 한다.”라며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힌다. 아마도 이번에 우리 일행을 맞이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부족한 자료도 그렇고 날짜와 자료의 출처를 묻는 말에 영 답을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나마 주고 싶어 하면서 우리를 복사기가 있는 편의점까지 자신의 차로 데리고 가 손수 복사해주는 마음씨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와타나베 유키오미(渡邊幸臣) 이름에서 보듯 궁사는 완전한 일본인이다. 사이타마현의 고마신사처럼 고구려계 후손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쏟는 마음은 마음씨 고운 고구려 총각을 연상케 한다.  

다카쿠신사에서 모시는 제신은 사이타마현 고마신사의 고구려왕 약광과는 달리 일본의 창조신을 제신으로 모신다. 그러나 각종 문헌자료에 의하면 명치정부의 신불분리 정책시에 상당수 신사가 모시던 제신을 버리고 정부가 권장하는 일본서기에 나오는 창조신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고래신사도 명치기에 고려사(1868년)를 폐하고 고려신사에서 다카쿠신사(1897년)로 바뀌는 과정에서 제신도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다카쿠신사에서는 봄과 여름에 큰 제사를 지내는데 이때는 고려산 정상에 올라가 상궁(上宮)이 있던 자리에서 제사(春季大祭山神輿, 4월17일)를 지내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한반도계 신과 결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역시 어선제(御船祭)라고 해서 오이소 앞바다에서 지내는 제례 의식은 현재 신사가 모시는 신과는 다른 성격의 제사로 궁사인 와타나베씨는 다카쿠신사의 봄과 여름 제사는 부정을 막고 마을의 안녕을 위한 마을 사람들의 축제라고 했다. 그것은 마치 한국의 전통시대에 행하던 동제(洞祭)의식을 연상케 한다.

찾는 이가 없어 조금은 쓸쓸한 신사 경내를 친절히 안내해주던 독신 궁사 와타나베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 나오는 우리에게 역전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건다. 역전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찾아오는 이를 살갑게 맞아주는 그의 성의에 왠지 다카쿠신사는 친정집 나들이 길 같아 흐믓했다. 다카쿠신사의 발전을 빌며 다시 원래대로 다카쿠신사 아니 고구려신사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와타나베씨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 제사를 지내러 다카쿠신사부터 산정상까지 가마를 메고 가는 모습(오이소동사무소 제공)

  

*찾아 가는 길

JR동일본동해도본선을 타고 (JR東日本東海道本線) 오이소역(大磯駅)에서 히라츠카행(平塚駅)버스를 타고 게와이자카(化粧坂)에서 내리면 3분 거리에 있다. 
 

*참고문헌*
1. 《고마신사(高麗神社)와 고마향(高麗鄕)》, 2010, 1. 고려신사 지음
2. 《日本に残る古代朝鮮, 關東編》 段熙麟, 1978, 創元社
3. 《일본열도에 흐르는 한국혼》 김달수, 동아일보사,1993
4. 《일본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 1, 2》 김정동, 2003.2008 하늘재
5. 《 武蔵野を歩く》, 海野弘, 東京 , アーツ・アンド・クラフツ, 2006.12
6. 《 武蔵野市史 》, 武蔵野市, 1993,3
7. 《韓來文化の後榮》上, 韓國資料硏究所 刊, T金正柱, 1963
8. 《東京の中の朝鮮》 高柳俊南, 明石書店 刊, 1996
9. 《ふるさと大磯探訪》高橋光, 鄕土史硏究會, 1991
10.나카지마씨 논문:http://www.pref.kanagawa.jp/osirase/05/1644/publication/sizen-joho2/sj0233mt-koma.pdf#search='高來神社'
11. 이와이씨 누리집 :http://www.kuniomi.gr.jp/togen/iwai/ooiso.html
12.高來神社일본위키피디어 http://ja.wikipedia.org/wiki/%E9%AB%98%E6%9D%A5%E7%A5%9E%E7%A4%BE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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