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물관음악 하는 사람 될 것, 이나라

2013.08.21 14:33:21

차세대 명인명창을 찾아서 ①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한국 전통문화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만이 전부는 아니다. 젊은 명인명창들이 차세대를 예약하고 있음도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차세대 명인명창으로 꼽히는 젊은 명인명창들을 찾아내 그들의 철학을 확인하고 용기를 심어주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제 그 첫발을 내딛는다. 아직 27살로 풋풋한 나이의 이나라 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 유지숙 명창 아래서 어언 20년 세월을 갈고 닦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악학과를 수료하고 석사논문 준비 중이며, 국악그룹 “별樂”의 대표이다. [편집자 주]

   
 
- 어떤 계기로 서도민요를 하게 되었나요? 

“아버지께서는 함경도 북청이 고향이었습니다. 6.25 때 피난 온 아버지는 늘 고향을 그리워했고, 늦게 보신 딸인 제가 서도민요를 해주기를 바라셨지요. 그래서 제가 7살 때 아버지께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이셨던 오복녀 선생님께 저를 데리고 가셔서 상의를 하셨는데 너무 어리니 조금 더 있다 오라고 하셔서 다른 민요 선생님께 배우다가 11살 때 유지숙 선생님께 본격적으로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창피하고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지요.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서태지나 HOT에 빠져 있을 때여서 아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고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내내 방황했었지요. 물론 아버지께 몇 번 안하겠다고 했다가 크게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 그렇게 시작한 서도소리는 경기민요나 남도민요에 견주어 크게 인기가 없는 종목입니다. 그래서 혹시 서도민요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까? 

“그러나 방황하던 시간은 고등학교 가면서 달라졌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는 제가 서도민요 하기를 염원하셨던 아버지와 제게 사랑으로 가르쳐주신 유지숙 선생님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도 없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서도민요가 본향인 북녘에서도 사라지고 전공하는 사람도 소수이기 때문에 저라도 꼭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소리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서도민요는 오히려 왜곡이 적었다는 점도 서도민요를 계속해야할 당위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히려 서도민요 선택은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경기민요보다는 서도민요를 사람들이 들으면 무엇보다도 깊고 재미있는 소리임을 깨닫게 되리라 믿습니다. 특히 서도민요는 가사가 다른 소리보다 무척 해학적입니다. 저는 앞으로 서도민요가 주류 민요의 자리에 등극할 것이란 믿음을 가집니다.”  

- 현재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가요? 

   
 
“한양대 대학원에서 석사논문을 쓰고 있으며, 이론으로도 탄탄하게 뒷받침이 되도록 앞으로 박사 과정까지 공부할 계획입니다. 국악고등학교 강사로 출강 중이며, 초등학교 국악뮤지컬도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요 소리꾼 4명과 기악 연주자 5명과 함께 하는 <별樂>이라는 국악그룹의 대표를 하고 있지요. <별樂>은 어떻게 하면 청중들에게 좀 더 해학적이며, 맛깔 나는 민요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룹입니다.”  

- 요즘 국악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저는 많은 분들로부터 ‘박물관음악을 하면 안 된다. 살아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간 연주자만을 위한 연주, 자신을 알리기 위한 연주가 많았지요. 그런데 요즘 깨달은 것은 오히려 박물관음악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박물관음악다운 음악이 없어졌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곧 요즘 국악인들은 법고창신(法古蒼新)에서 법고는 외면하고 창신에만 빠져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옛날 전통음악을 정확히 지켜줄 음악인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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