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2013.10.05 23:06:13

따뜻한 온정의 나라 이태리


[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노래 한 곡으로 만사가 해결된 따뜻한 온정의 나라 이태리에서 생긴 미담이 있다.
 
한 유학생 부부의 귀염둥이 딸아이가 목욕을 하다가 화상을 입게 되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먼저 틀어 놓고 딸의 목욕을 준비하던 엄마가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는 사이에 4살의 어린 딸아이가 그만 욕조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이의 비명에 놀란 엄마는 이웃 이태리 사람들 도움으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으나 전신에 1도, 2도 화상을 입어서 1달 넘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다행히 서울의 강남에 비교되는 로마의 신도시 EUR(에우르) 지역에 있는 화상 전문병원을 이태리 사람들이 추천을 하여 비교적 좋은 조치를 취하였다. 아이가 회복될 무렵 부모는 병원비가 걱정되었다. 월세도 간신히 내며 어렵게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있던 부부는 가진 돈과 동료 유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비를 마련해 보았지만 장기 입원과 전문적인 화상치료에 병원비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였다.
 

퇴원을 1주일 앞두고 원무과에서 호출하여 가보니 외국인에게는 의료보험 혜택이 없으니 돈을 준비하라는 담당 여직원이 혹시나 외국인이라 말을 못 알아들을까 반복해서 열심히 설명을 하였다. 이 때에 딸아이가 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아장아장 다가와 아빠에게 안기며 직원들에게 Ciao (촤오:안녕)하고 방끗 인사를 하였다. 평소에 아이들를 좋아하는 이태리사람들은 동양의 귀여운 어린아이를 보자 돌아가며 안아보고 히히덕거리며 뽀뽀도 하면서 분위기가 잠시 밝아졌다.
 

며칠 후 여러 번의 원무과 호출 후에 한 직원이 어디로 데리고 갔는데 가보니 한 아저씨 같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원무과장이구나 생각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니 자초지종과 현재의 상황을 보고하는 것 같았다. 이태리어가 서툴러서 잘 이해는 못하였지만 직업을 묻는 것 같아 ‘나는 한국인 유학생이고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럼 노래 한 곡만 불러보라는 말에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내키지는 안았지만 ‘Torna Surriento (돌아오라 쏘렌토로)’를 한 곡조 불렀다.
 
그는 나폴리 사람이었다. 나폴리 민요를 불러주니 너무나도 반가워했고 갑자기 친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Amico(아미코: 친구)를 말하며 '잘 해결될 테니 걱정하지 말게 친구(amico)' 하는 말로 면담이 끝났다. 다음날 원무과 여직원은 학교 재학 증명서를 비롯하여 알지도 못하는 곳에 가서 여러 증명서를 띄어오라고 시켰고 그렇게 1주일이 지나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생이면서 극빈자로 등록하게 하여 병원에서 자선활동으로 무상치료를 해 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것이다.
 

딸아이가 퇴원하던 날 친구의 차를 빌려서 병원으로 데리러 갔다. 한 달 동안 어린 4살짜리 딸아이가 얼마나 병실들을 오가며 재롱을 떨었던지 병동의 환자들부터 간호사 의사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이미 정이 많이 들어 있었다.

퇴원한다는 소식에 화상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아이를 안으면서 축복의 인사와 포옹을 하였고 의료진은 퇴원하는 아이가 지나갈 때 작은 선물 꾸러미를 하나씩 쥐여주었고 아이보다 더 큰 인형과 초콜릿도 선물하였다. 유학생 부부는 꼭 성공해서 돌아가라는 이태리 사람들의 격려와 따뜻한 온정에 너무나 감사하여 눈물 범벅이 되어 병원을 나섰다. 여기까지가 노래 한 곡으로 만사가 해결된 이태리의 미담이다.
 
나폴리에서 가까운 쏘렌토(Sorrento, 방언:Surriento쑤리엔또)는 올리브 동산과 해안선 절벽의 경치가 아름다운 작은 항구도시이다. 이태리 수상이 쏘렌토의 재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쏘렌토에 우체국을 세워주기를 청원하고 수상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이를 잊지 않도록 한 소프라노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후 격동기의 이태리인들에게 이 노래가 전쟁과 이민의 애환 그리고 향수가 담긴 노래로 널리 인기가 있었다.

 

   
▲ 절벽과 바다 그리고 풍광이 좋은 이탈리아 소렌토의 모습
 

항구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한 여인이 아이를 업고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남편을 기다리며, … 돈 벌러 미국으로 이민을 간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 또는 돈 벌러 떠나는 연인에게 잊지 말고 꼭 돌아오라는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소렌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면도 있다.

실제로 쏘렌토 바다 둘레길을 가다 보면 해변이 낭떠러지로 되어있어 절경이 아름답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거기서 현지인에게 들은 얘기로는 전후에 남편을 기다리던 아낙네가 전사했다는 통보를 받고 자살을 하는 바람에 같은 처지의 여인들이 줄줄이 자살하는 소동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이 아름다운 쑤리엔또(Surriento)에서 우리가 나눈 사랑을 잊지 말고 꼭 돌아오세요….”
우리에게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랑 비슷한 노래라고나 할까.
아니 위치로 따지자면 '돌아와요 군산항에' 가 더 어울리겠다.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 주세페 김동규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 구미(소프라노)와 함께 국내유일의 팝페라부부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duoa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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