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지명순 교수]  붉게 물든 산을 오를 때면 참나무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참나무는 들판에 곡식이 풍년이 들면 도토리가 적게 달리고 흉년에는 많은 열매가 달린다고 하여 인(仁)을 갖춘 나무라고 하였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무라는 뜻에서 '참'나무라고 부른다. 

도토리 열매는 굶주리는 백성들 살리고, 나무로는 움막집을 짓고, 껍데기는 기와를 대신하여 너와집을 짓고, 재질이 단단하여 도끼나 괭이의 손잡이가 되기도 하며, 화력이 강하여 온돌방을 따뜻하게 덥히는 장작이 되고, 향이 좋아 고기 굽는 숯으로 최고로 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썩혀서 표고버섯을 길러내는 나무이다. 

가을이면 참나무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표고버섯이 풍성하다. 표고는 궁중음식에서 소고기가 들어가는 요리에는 반드시 사용되는데 음식의 독특한 향과 맛을 더할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의 위험도 막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 표고버섯 구이

표고버섯에 풍부한 엘리다테닌이라는 성분은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방지하고 개선한다. 또한 미국 FDA에서 선정한 10대 항암식품으로 선정되었는데 레티난이라는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표고버섯에 들어 있는 에르고스테롤은 자외선을 쬐면 비타민D로 변하여 이것이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한다. 이렇게 기능성 성분은 많은데 열량은 거의 없으니 다이어트에는 더 없이 좋은 식품이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마고(표고버섯)라고 하였고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고, 정신을 맑아지게 하고, 입맛을 돋우며,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하고, 아주 향기롭고 맛이 있다고 하였다. 

《본초구진(本草求眞)》에서는 표고버섯은 기를 보충하고 혈을 뚫어주고. 백익무해(白益無害)하다고 하였다. 옛말에 "버섯의 여왕", "말린 음식의 왕", "산에서 나는 보물"등의 별명도 가지고 있다. 

표고와 닭고기를 끓여 식용하면 비장과 위가 약한 사람, 식욕감퇴, 무기력에 좋고, 해열작용과 원기회복에 좋은 두부와 요리하면 기의 막힌 것을 제거하고, 가래를 없애주는 작용을 하고, 또한 보양 작용과 함께 혈압을 낮춰준다. 입덧에는 마른표고버섯에 뜨거운 물을 넣어 우려서 그 물을 몇 번 나누어 마시고, 임신 중 부종일 때도 잠자기 전에 마시면 부기가 내린다고 하였다. 

표고는 갓이 80%피고 두툼한 것이 좋으며, 갓의 겉면이 보송보송하며 광택이 있고 거북이등처럼 균열이 많은 것이 좋다. 뒷면은 하얗고 깨끗하게 주름져 있는 것이 좋으며, 기둥은 굵고 짧아야 한다. 

생표고는 갓 안쪽의 흙이나 이물을 털어 낸 뒤 기둥 밑부분을 조금만 자르고, 젖은 행주로 닦아서 그대로 조리한다. 말린 표고는 물에 불릴 때 물의 양이 너무 많으면 좋은 성분이 모두 빠져나가므로 버섯이 잠길 정도로만 부어서 불린다. 끓는 물에 불리면 향이 날아가며,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넣고 불려야 본래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 불린 물은 탕이나 국물용으로 쓰면 좋다. 

싱싱한 표고버섯과 닭고기 가슴살, 녹황색 채소를 듬뿍 넣어 볶으면 담백하고 푸짐한 볶음요리가 되고, 육수국물에 표고버섯과 제철에 나는 푸성귀를 넣고 국수전골을 끓이면 서늘한 날씨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고, 마른표고버섯을 불려 불고기양념에 재워 석쇠에 직접 구우면 고기보다 더 맛있는 표고버섯 구이가 된다. 

참나무의 기운이 듬뿍 담긴 표고버섯으로 암을 이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