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곱게 하는 곶감

2014.01.20 06:58:58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17]

[그림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기나긴 겨울밤 우리 할머니가 단골로 들려주시던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는 날마다 들어도 재미있었다.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울던 아이가 곶감을 준다고 하니 울음을 뚝! 그친다. 문밖에서 듣고 있던 호랑이는 곶감이 무서워 도망간다는 설화 속 이야기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러 가지 음식 중 왜 곶감이었을까? 그 까닭은 곶감이 우리 땅에 가장 오래 전부터 먹어온 건조과일이고 별다른 먹을거리가 없었던 시절 쫀득하고 달콤한 맛의 곶감은 겨울철 가장 맛있는 간식이었을 것이다. 

감 맛이 매우 달기(甘)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맛이 좋다는 의미로 '감'이라 곶감이라고 불렀고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라는 의미에서 '곶감'이라 부른다.  

그리고 어떤 일을 빨리 해치우거나 맛있는 것을 빨리 먹는 것을 우리는 '감쪽같다'라고 하는데 이 말은 꼬챙이에 꽂은 감을 누가 볼 사이도 없이 빨리 먹어치우는 데서 나온 것이다. 햇빛에 말린 곶감을 ‘백시(白枾)’라고 하며 말린 감이라는 뜻으로 ‘건시(乾枾)’ 그리고 ‘황시(黃枾)’라고도 한다.  

또한 곶감을 ‘시병(枾餠)’ 또는 ‘시화(枾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곶감이 떡(餠)과 같이 납작하게 눌러지고 흰 꽃이 핀 것과 같이 하얀 분말이 곶감표면에 생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곶감의 주황색은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의한 것인데 햇볕 덕에 비타민 A로 바뀌어 겨울철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또 장의 수축과 장액 분비를 촉진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임상학적 약리작용으로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등 순환기 질환에 효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궤양, 십이지장 및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성질은 싸늘하고(일설에는 평하다) 온보(溫補)하여 장위를 두텁게 하고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며 체한 지 오래된 것을 삭히고 얼굴에 난 주근깨를 없애주며 어혈을 삭히고 목소리를 곱게 한다.”고 하였다.  

단방(單方, 한 가지 병을 다스리는 약)으로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는 데 늘 먹으라고 하였으며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데 입맛을 돋우고 장위를 든든하게 하는데 처방되었다.  

감기에는 곶감 3~4개를 구워 먹거나 곶감 3개에 생강 5~10g를 넣고 물에 달여 먹는다.  

소화불량증 설사에는 곶감 3개를 끓는 물 500ml에 넣었다가 식은 후에 먹인다. 어린이(1~3살)가 자주 토하는 데는 감꼭지(잘 익은 것) 3개를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말린 다음 물을 붓고 달여서 하루에 3번 먹인다. 딸국질 하는 데는 감꼭지를 달여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코로 냄새를 맡지 못할 때는 곶감국물에 죽을 끓여 공복에 먹으면 효과가 있다.  

곶감에 호두를 넣고 만 곶감호두말이, 계피와 생강을 끓인 물에 곶감을 넣어 만든 수정과, 쌀가루를 빻을 때 곶감을 넣고 가루로 내어 만든 곶감떡, 여러 종류의 과일과 섞어 만든 곶감샐러드 등 곶감을 이용한 요리도 많다.  

곶감은 떫은감으로 만드는데 떫은맛의 원인물질 탄닌은 수용성이어서 산화·환원의 기질로 작용하여 적갈색이나 검정빛으로 나타나 식품의 색상에 영향을 미치지만 단백질과 소수성 결합을 통한 복합체를 형성하여 식품 안 들어있는 단백질의 정상적인 이용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감은 게와 함께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중국산 곶감은 과육이 딱딱하거나 물렁물렁하고 흰가루가 너무 많거나 아주 없고, 껍질부분에 많고 곰팡이가 피어 있으니 자세히 살펴보고 사야 한다.

지명순 교수 jms568@yd.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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