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해설
조선족 젊은 시인들의 체험이 농경사회적인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아직 해체되지 않는 농경사회의 질서 위에서 그들의 시가 ‘행복한 원체험의 공간’과 원체험에서의 원근을 낳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 일원적 세계내의 불화에 대한 진술인 이 시는 단순하게 읽히지 않는다. 산문으로 풀어서 이 시의 행간을 따라가 보자.
1. 너는 떠났다.
2. 눈감으면 너는 내 앞에 되돌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3. 너는 떠났지만 햇살로 조각한 너는 남아 있다.
너는 어떤 이유에선지 이 세계를 떠난다. 그 행위에는 단조롭고 평화로운 이 세계에 대한 강한 불만이 내재되어 있다. 나는 너를 말리는데 내 생각에는 네가 가고자 하는 세계가 놀라운 줄 알지만 이 세계와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데, 한사코 너는 떠나버린다.
그러나 네가 완전히 떠난 줄 알았는데 너는 네 모습을 햇빛에 새겨 이곳에 남겨 두었다. 네가 도착하는 세계가 불화의 세계라면 네가 다시 살아가려는 세계가 너를 파괴하거든 다시 돌아오려고 너는 너도 모르게 네 영혼을 이곳에 영원히 남겨 두었다.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세계에 대한 믿음 없이 불가능하다. 이 시의 놀라운 점은 그러한 세계에 대한 믿음보다 그 믿음을 부재로 표현한 역설에 있다. 그 믿음을 햇살이라고 부르는 마음은 또한 그것을 꽃이라고도 부른다. [송재욱(한국 시인) <일원적 세계에서 불화까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