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은행마을 도당과 도당굿

  • 등록 2019.08.27 11: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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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49]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은행마을 도당굿은 불암산 아래인 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 산 114번지에서 격년마다 열린다. 은행마을 뒤로 펼쳐져 있는 불암산은 애초 풍수지리적으로 그 형태가 먹골[墨洞], 벼루말[硯村]의 필(筆), 묵(墨), 현(硯)이 땅의 정기를 꺾는다 하여 필암산(筆巖山)이라 했었다. 또한 하늘의 보배라는 뜻을 가진 천보사(天寶寺)가 있어서 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화강암으로 된 큰 바위 봉우리가 마치 중의 모자를 쓴 부처 형상으로 보여 불암산(佛巖山, 508m) 이라 한다.

 

불암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은행마을은 아파트촌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7~80호 정도가 살았던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런데 1967년 정부가 추진한 도심개발에 따라 서울 용산, 청계천, 창신동, 영등포, 안암동 등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오늘날과 같이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마을은 들어오고 나가는 거주인 변화에 따라 형태는 물론, 문화와 정서 또한 크게 변화된 것이다.

 

이 마을에는 애초부터 도당신을 모시는 당집이 없었다. 마을 중심에 500여 년 된 은행나무가 도당할아버지(구능할아버지)로 신앙화 되어져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수호신으로 역할 하는 은행나무가 구능할아버지 역할하면서 마을 사람의 생업과 안녕과 태평을 도왔다. 이곳의 구능할아버지는 원래 아홉 분의 구능할머니를 거느렸다.

 

 

오늘날에는 모두 자취를 감추고 광성골과 납대(納大)울 두 곳에만 엄나무와 은행나무로 구능할머니가 모셔지고 있다. 은행마을과 비슷한 약 7~80호 정도 규모였던 이웃 광석골에서도 약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도당할머니를 모시는 당굿이 열렸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당굿 전승이 끊기고 이제는 은행마을 도당할아버지 의례만 남게 된 것이다.

 

은행마을 도당굿은 해를 걸러 짝수 해에 열린다. 도당굿을 하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이 2주 전쯤부터 모여 굿 날을 잡고 굿터와 구능할아버지로 모셔지는 은행나무 성소에 금줄을 치고 청소를 한다. 부정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 가운데 앉은하주와 선하주도 뽑는다. 앉은하주는 술, 떡 등 제물준비를 하고 잡일을 맡아 하고 선하주는 도당굿 전체를 지휘하게 된다. 과거에는 하주로 선정되면 복 받는다 하여 서로가 역할을 맡으려 하기도 하였다.

 

굿 날은 시월 초하루부터 초사흘 사이에 잡혔으나, 2012년부터는 보다 많은 사람들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10월 초순에 해당하는 주말에 열기로 하였다. 그래서 2012년 도당굿이 10월 초 닷샛날인 일요일에 열리게 된 것이다. 당굿은 은행마을에 남아있는 토박이 63가구로 구성된 ‘은행마을번영회’가 주최한다. 타지로 이주하여 마을을 떠난 옛 토박이들은 도당굿이 열리면 찾아와 추렴도 하고 당굿에 동참한다.

 

도당굿에 드는 비용은 노원구에서 구비로 일부 지원한다. 2012년에는 500만 원의 지원금이 주어졌다. 그밖의 경비는 당굿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추렴한 것과 마을 공동기금으로 예치된 은행 이자 등으로 충당한다. 2014년 은행마을번영회가 굿팀에게 지불한 굿값은 650만 원이다. 이 돈은 당굿 당일 굿판에서 걷어진 뒷돈 약 3백만 원과 합해져서 도당굿를 이끈 약 22여 명의 굿꾼과 악사 그리고 뒷배들에 배분되었다. 도당굿에 드는 제물값과 나머지 경비는 마을에서 모두 책임진다.

 

은행마을 도당굿상에 진설되는 제물은 2014년 현장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상단 왼쪽부터 파인애플, 감귤, 파인애플, 바나나, 파인애플, 포도(맨 중앙), 파인애플, 바나나, 파인애플, 감귤, 파인애플, 중단 왼쪽부터 배, 사과, 감, 밤(흰 과자), 웨하스, 비스킷, 꽃산자), 옥춘(쌀가루로 만든 한국 전통 사탕), 약과, 감, 사과, 배, 하단 왼쪽부터 바람떡, 절편, 시루떡, 시루떡, 약식, 인절미, 백설기, 콩설기이다.

 

소당(제석상)에는 백설기 세 덩이와 밥 세 그릇, 삼색 나물(시금치, 도라지, 고사리), 모두부(네모나게 자른 두부), 배추전을 올린다. 소당 오른쪽으로 고기산적, 생선전, 배추, 백설기, 막걸리, 술 석 잔, 생닭 한 마리, 우족 두 개가 진설되었다. 소당 맨 아래 줄 오른쪽부터 마을민시루, 마을민시루, 군웅시루, 대감시루, 각성받이시루, 각성받이시루, 구능시루가 진설되었다. 시루 안에는 화전으로 장식하고 그 위에 술잔을 올린다. 은행마을 도당굿에서 특이한 것은 수탉으로 닭사슬(닭으로 만든 것으로 삼지창에 꽂아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받치는 것이다.

 

은행마을 도당굿에서 중요한 대목은 도당모시기이다. 화주로 뽑힌 남자가 굿 날 아침 일찍 불암산 자락으로 올라가 동쪽으로 뻗은 상가지(맨 위에 뻗은 가지)를 꺾어 와서 도당대를 만들어 생쌀을 담은 양푼에 꽂아 굿청 앞에 세워둔다. 굿이 시작되면 징, 장고를 울려서 대잡이에게 잡혀 신이 내리도록 돕는다.

 

 

 

대잡이가 대를 올리면(곧 신이 내리면) 신대춤을 한참 추다가 굿꾼과 화주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잽이들이 연주하는 길군악에 맞춰 구능할아버지를 모셔오기 위해 마을을 도는 돌돌이를 하면서 은행나무로 내려간다. 행렬이 구능할아버지(은행나무) 앞에 도착하면 당나무 앞에 준비해 간 제물을 차리고 당주 무녀가 거성(거성 장단에 맞춰 춤을 춤)을 한 후 화주들에게 공수를 내린다. 도당할아버지를 모시고 굿청으로 올라오는 길목에서는 도당할머니에게 들른다.

 

은행마을 도당굿을 주관해 온 당주 무녀는 유마니(은행나무 앞 물 건너에 거주하였음) - 돼지엄마(유마니 신딸, 이태산 마나님) - 시흥 아줌마(이태산 마나님 신딸, 당시 82세) - 처녀 보살(황해도 무녀, 이은미, 당시 28세, 2010년까지 당주 무녀) - 오세옥(2012년 당주 무녀 시작)이다. 오세옥 무녀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봉화산 도당굿 전수교육조교이다.

 

2014년 11월 23일 일요일(음력 10월 2일) 오세옥 당주 무녀가 주관한 은행마을 도당굿은 오 만신 후배, 제자들과 잽이 당주 김광수와 그의 후배, 제자들 모두 22여명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모두 봉화산도당굿보존회 소속이다. 굿 음악은 쌍피리 김용현, 김도현, 대금 최승운, 해금 김광수, 쇄납 김용현, 김도현, 김광수이 맡아 연주하였다. 장고와 제금 그리고 징 연주는 오세옥을 비롯한 이병환, 최흥권 그리고 참여한 무녀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2014년 행해진 은행마을 도당굿 제차는 다음과 같다. 안반고사(전날 오후 4시쯤 도당굿 터에서 마을 사람들이 지내며, 이 때 오세옥 당주 무녀가 배석한다) - 주당물림 (아침 10시 30분 시작) - 앉은 청배 - 도당할아버지 및 군웅대감 대올리기 – 돌돌이(도당할아버지 및 군웅대감 모시고 마을 돌기) - 도당굿 (부군도당, 군웅도당, 호구, 신장기, 말명, 제장, 서낭 모시기) - 가망굿(가망, 말명, 대신, 도당 조상 모시기) - 무감 서기(마을 사람들이 신복을 입고 춤을 추며 신풀이를 함) – 제석굿(제석 호구, 제석 말명, 제장) - 큰거리(장군, 별상, 신장) - 대감굿 – 무감 서기 – 창부굿 – 텃 대감굿 – 귀면굿 - 군웅굿(활을 들고 거상한 후 동서남북 사방으로 4번의 활을 쏨) - 청계 볏기기(마을 사람들을 굿터 입구에 엎드리게 한 후, 산종이, 불사종이, 오방기로 머리를 덮어 두고 청귀-淸鬼 곧 청나라에서 온 귀신, 전염병을 벗겨 냄) - 도당 모셔가기 – 뒷전 – 소지 올리기(밤 11시 30분 끝) 등이다.

 

양종승 박사 yangsha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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